팔작지붕의 정자를 중심으로 주변 경관을 끌어들여 조성한 대표적인 조선시대 정원인 명옥헌 원림. 지금은 붉은 배롱나무 꽃이 한창이다. 담양군 제공
“한국의 전통 정원은 꾸민 듯 꾸밈이 없고, 중국은 크고 화려하지요.”
동북아시아 조경 전문가인 박경자 전통경관보전연구원장(61)이 최근 중국 칭화대 출판사에서 ‘중한고전원림개람’을 냈다. 2010년 국내에서 출간했던 ‘조선시대 정원’과 ‘중국의 정원’을 엮은 책으로 박 원장이 중국어로 낸 다섯 번째 책이다.
“동양의 전통 정원은 도교의 신선사상을 기본으로 하지만 스타일은 나라마다 다릅니다. 뜰에 자연을 큰 규모로 재현하는 중국과 달리 한국의 정원은 정자를 중심으로 주변의 자연 풍경을 경관 구성의 일부로 차경(借景)하는 자연 순응형이지요. 일본은 (식물과 물이 없는) 고산수(枯山水) 정원처럼 자연을 추상적으로 표현하는 전통이 있고요.”
한국의 전통 및 현대 조경을 소개하는 책을 중국어로 출간해온 박경자 전통경관보전연구원장.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박 원장은 3국의 대표 정원으로 전남 담양군의 조선시대 정원인 명옥헌 원림, 중국 쑤저우(蘇州)의 류위안(留園), 일본 교토 시 석정(石庭)인 료안사 정원을 꼽았다.
명옥헌은 정자와 원림이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지금은 빨간 배롱나무(목백일홍) 꽃이 한창 피어 있다. 담양군은 명옥헌, 소쇄원, 식영정 등 조선시대 가사문학이 낳은 누정(樓亭) 경관을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재 신청하기로 하고 박 원장에게 기초 연구를 맡긴 상태다.
또 박 원장은 내년에 경주시와 함께 포석정에서 유상곡수연(流觴曲水宴)을 복원해 개최하기로 했다. 흐르는 물에 띄운 술잔이 자기 앞에 오는 동안 시를 짓지 못하면 벌주를 마시는 신라시대의 놀이 문화다.
“한국은 경주 안압지 같은 뛰어난 정원이 있음에도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려는 노력이 없어 아쉽습니다. 서울 청계천이나 광화문광장도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았더라면 좋았을 겁니다. 광화문광장에 가면 온통 뙤약볕이라 머물고 싶은 생각이 나질 않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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