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학교폭력에 짓눌린 가슴, 숲에서 활짝 펴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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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5개 초중고교에 숲 안식처 조성…日선 심신 지친 청소년 산림욕 즐겨
국내 숲 유치원 3년새 14배나 증가, 일반 유치원 유아보다 신장 등 월등

산림청은 유아부터 성인까지 생애주기별 산림복지 체계를 갖춰가고 있다. 특히 숲을 활용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자연휴양림에 개설된 숲속교실에 참가한 어린이들. 산림청 제공
산림청은 유아부터 성인까지 생애주기별 산림복지 체계를 갖춰가고 있다. 특히 숲을 활용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자연휴양림에 개설된 숲속교실에 참가한 어린이들. 산림청 제공
숲은 ‘행복을 주는 교실’과 같다. 숲 속의 나무는 ‘아낌없이 주는 스승’이다. 동물과 식물은 살아있는 과학 과목이고 새와 풀벌레 소리는 음악이 된다.

숲은 배려하고 감싼다. 서열도 없고 왕따도 없다. 앞서 가는 사람을 욕하지 않고 뒤처진 이들을 비웃지도 않는다. 또 숲은 자연이 선물한 종합병원이다. 주사를 맞지 않아도, 약을 먹지 않아도 숲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상처받은 몸과 마음이 치유된다. 그래서 숲은 ‘행복을 주는 복주머니’라고 부른다.

○ 성장기 어린이의 놀이터, 숲

김하늘(가명·11) 군은 통나무집에서 아빠와 단둘이 하룻밤을 지낸 뒤 아침 일찍 눈을 떴다. 오전 6시 아빠와 함께 숲 속 맑은 공기를 마시며 체조하고 1시간가량 산길을 걸었다. 전날 밤 아빠와 게임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보낸 시간은 즐거웠다. 김 군은 아빠와 아침식사를 준비했다. 밥과 된장국, 감자볶음, 계란말이는 엄마가 만들어주는 것 못지않게 꿀맛 같았다. 김 군은 다짐했다. “어제는 아빠가 내 발을 씻겨 줬는데 이제부터는 내가 해야지….”

남부지방산림청이 연중 실시하는 ‘아빠, 숲에 가요’ 프로그램 내용 중 일부다. 숲에서의 교육이 다양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7월 ‘산림교육의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것도 이 때문이다. 산림청은 2017년까지 5년간 산림교육을 통한 산림복지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숲에서의 교육은 숲 정책 선진국인 독일 일본 등에서 이미 그 효과가 입증됐다. 지난해 4월 발간한 ‘유아교육학논집’에 따르면 국내 숲 유치원 유아가 일반 유치원 유아에 비해 신장과 체중, 근육량, 민첩성이 증가한 반면 체지방은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에서 숲 유치원이 개설된 것은 2008년. 당시만 해도 8개에 불과했으나 3년이 지난 2011년에는 110곳으로 14배나 늘었다. 참가한 유아들도 1만3000명에서 24만 명으로 증가했다. 산림청은 2017년까지 숲 유치원을 250곳으로 늘리고 청소년들에게 숲 체험 기회를 주기 위한 산림교육센터 10곳을 조성할 방침이다.

○ 지친 청소년의 안식처, 숲

산림은 운동부족, 뉴미디어의 역기능으로 가출 및 인터넷중독, 학교폭력 등 위기에 처한 청소년들에게도 휴양뿐만 아니라 치유의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지난달 22일 일본 나가노(長野) 현 사쿠(佐久) 시 가스가(春日) 온천 뒤편 야산. ‘피톤치드의 제왕’이라 불리는 편백나무가 뻗어 있고 곳곳에 오솔길이 나 있다. 시내에서 승용차로 30분 이상 떨어진 곳인데도 곳곳에서 청소년을 포함한 가족단위로 삼림욕을 즐기는 시민들이 눈에 띄었다.

일본 삼림총합연구소는 2004년부터 지자체와 공동으로 전국에 48개의 삼림세러피 기지를 조성했다. 이곳도 그중 하나. 사쿠시청 시민건강부 고바야시 다쓰오(小林辰男南) 계장은 “방문객 중에는 심신에 지친 청소년이 상당수 이른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갤럽 조사 결과 우리나라 국민의 79.2%, 질환자의 74.6%가 산림치유 효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국내 전국 37개 국립자연휴양림을 비롯한 각종 시설에서 다양한 교육과 치유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지난해 시범 실시했던 학교폭력 예방 ‘어울림(林) 캠프’다. 올해는 모두 27차례에 걸쳐 이 캠프를 열 예정이다.

학교 공부 때문에 숲에 가지 못한 청소년을 위해 학교를 숲으로 꾸미는 작업도 한창이다. 그동안 전국 955개 초중고교에 학교 숲을 조성했다.

신원섭 산림청장은 “숲의 다양한 활용을 위해 4년 이내에 숲해설사와 유아 숲지도사, 숲길 체험 지도사 등 1만여 명의 산림교육 전문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나가노=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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