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올여름 바캉스 패션 핫 트렌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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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9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샤넬의 ‘2013, 2014년 크루즈컬렉션’. 기하학적인 패턴으로 옷감이 교직돼 스포티한 바캉스룩에 제격일 듯. 샤넬 제공
지난달 9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샤넬의 ‘2013, 2014년 크루즈컬렉션’. 기하학적인 패턴으로 옷감이 교직돼 스포티한 바캉스룩에 제격일 듯. 샤넬 제공
1946년 7월 패션의 수도 프랑스 파리에서 디자이너 루이 레아가 발표한 투피스형 수영복은 당시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파격적이었다. 등과 배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수영복’은 당장 로마 교황청으로부터 부도덕한 옷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이 손바닥만 한 ‘신상’에 붙여진 이름은 ‘비키니’. 아이로니컬하게도 이 혁신적 디자인이 세상에 발표되기 며칠 전 미국이 원자폭탄 투하 실험을 해 논란을 빚은 남태평양의 비키니 섬에서 이름을 따왔다.

당시 시각적으로 폭탄만큼 파격적이란 평가를 들었던 비키니는 이젠 한여름 패션의 ‘머스트 해브’ 아이템으로 통한다. 그리고 이제는 비키니보다 더 섹시한 원피스형 수영복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수영복 위에 입거나, 물 밖에서 편히 입을 수 있는 리조트웨어도 크루즈컬렉션 등의 이름으로 속속 강화되고 있다. 몸매가 마음만큼 ‘핫’하지 않으면 어떠랴. 물속에서, 또 물 밖에서 입을 수 있는 한여름의 바캉스 동반자들에 주목해보자.

정글 모티브를 담은 이자벨 마랑의 여름 패션, 기하학적 프린트가 새겨진 마르니의 와이드팬츠, 그래픽 패턴이 돋보이는 에피타프의 이그조틱 저지룩(왼쪽부터). 인터패션플래닝·마르니·제일모직 제공
정글 모티브를 담은 이자벨 마랑의 여름 패션, 기하학적 프린트가 새겨진 마르니의 와이드팬츠, 그래픽 패턴이 돋보이는 에피타프의 이그조틱 저지룩(왼쪽부터). 인터패션플래닝·마르니·제일모직 제공

▼‘컷아웃’ 리조트룩 생동감…홀터넥-모노키니 수영복 강풍▼

리조트웨어


휴가지에서 편하게 입을 수 있는 리조트웨어는 이왕이면 당신이 단번에 해변의 패셔니스타로 등극할 수 있게 하는 과감한 스타일로 골라 보면 어떨까. 일상에서 탈출한 일탈감을 만끽하기에 좋은 것으로 말이다. 최태훈 신세계백화점 팀장은 “시원한 스트라이프 패턴과 원색 또는 네온 컬러 소품, 허리나 팔 부위에 절개를 넣어 피부를 살짝 드러내는 ‘컷 아웃’ 스타일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정글이 떴다=인터패션플래닝이 글로벌 패션 브랜드의 리조트 컬렉션을 조사한 결과 올여름 시즌에도 정글을 상징하는 이국적 패턴이 쇼윈도를 장악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올여름에는 바나나 잎이나 야자수, 히비스커스 꽃잎을 모티브로 한 프린트가 늘어났다.

루이뷔통의 여름 컬렉션은 이캇 플라워(분꽃과에 속하는 덩굴식물) 프린트가 포인트다. 이 화려한 꽃무늬는 실크 스카프, 비치 타월, 펌프스에까지 만발했다. 토리버치의 ‘엘리 드레스’ 역시 강렬한 꽃무늬와 그래픽 패턴을 접목해 강렬한 존재감을 자랑한다.

▽서핑 KOREA=미국 캘리포니아의 서퍼를 연상케 하는 서핑 스타일이 올 시즌 바캉스웨어에 대거 옮겨왔다. 타미힐피거는 여름 해변의 분위기에서 영감을 얻은 ‘서프샥 캡슐 컬렉션’을 발표했다. 여름 해변 특유의 생동감 있는 이미지를 의류 및 액세서리, 선글라스 등을 통해 경쾌한 컬러와 접목해 선보였다.

이캇 플라워 프린트가 화려하게 새겨진 루이뷔통의 여름 컬렉션 제품들. 열대 기후를 연상하게 하는 플라워 모티프를 비치 타월, 실크 스카프 등에 녹였다. 반다나를 비키니 브라톱으로 활용한 스타일링도 독특하다. 루이뷔통 제공
이캇 플라워 프린트가 화려하게 새겨진 루이뷔통의 여름 컬렉션 제품들. 열대 기후를 연상하게 하는 플라워 모티프를 비치 타월, 실크 스카프 등에 녹였다. 반다나를 비키니 브라톱으로 활용한 스타일링도 독특하다. 루이뷔통 제공
▽기하학 프린트=
시각적으로 시원한 효과를 내는 스트라이프나 도형 등 기하학적 프린트가 여름 바캉스룩 ‘잇(it) 패턴’으로 떠올랐다. 프라다의 여름 캡슐 컬렉션에서는 블랙과 화이트가 반복적으로 교차되며 다이내믹한 느낌을 준다.

에피타프는 여름철 왕궁의 정원 나무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기하학적 프린트로 시원한 느낌을 준다. 목과 소매 둘레에는 왕궁의 건축물에서 자주 사용되는 금색을 배색해 고급스럽게 연출했다. 롱스커트가 부담스러운 ‘아담 사이즈’의 여성이라면 에피타프의 기하학 프린트 점프슈트(상의와 팬츠가 하나로 연결된 옷)를 추천한다. 마르니는 격자무늬와 물방울무늬를 적절히 섞은 모노톤의 컬렉션으로 산뜻한 느낌의 리조트룩을 선보였다.

▽와이드 팬츠=우아하면서 편안하기까지 한 와이드 팬츠는 이번 시즌 주목받는 리조트 스타일 중 하나다. 이번 시즌에는 발목 위까지 살짝 올라오는 ‘크롭트’ 스타일도 대거 등장했다. 마르니는 감색의 ‘크롭트 와이드 팬츠’에 인디핑크 색상의 셔츠를 매치해 청량감이 느껴지는 리조트룩을 완성했다.

▽맥시드레스 vs 미디드레스=리조트에서의 열리는 파티나 우아한 식사 자리에 입을 수 있는 원피스형 롱스커트인 ‘맥시드레스’는 별다른 스타일링 없이도 강렬한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게 하는 아이템이다. 폴앤조는 홀터넥(팔과 등이 드러나고 끈을 목 뒤로 묶는 스타일) 맥시드레스를 선보였다. 럭키슈에뜨는 드레스 전체에 발레리나 패턴이 자잘하게 프린트돼 캐주얼한 분위기를 내는 ‘유니크 롱 드레스’를 내놓았다. 전체적으로 편안한 실루엣이지만 허리 부분을 날씬하게 잡아줘 슬림한 느낌이다.

치마 밑단이 종아리보다 조금 아래까지 내려오는 ‘미디스커트’도 올여름 리조트룩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 중 하나다. 캘빈클라인컬렉션은 무릎을 덮는 길이의 미디스커트 원피스에 앞트임을 넣어 매혹적인 스타일을 선보였다.


수영복

롯데백화점은 올여름 수영복 트렌드로 ‘더욱 섹시해지고 과감해진 것’을 꼽았다. 몸매의 굴곡을 살리는 ‘홀터넥’ 스타일, 그리고 원피스와 비키니의 경계에 있는 ‘모노키니’ 스타일이 올여름 인기를 끌 대표 아이템이다. 색상 역시 원색보다도 강렬한 ‘팝 컬러’로 한층 상큼해졌다.

▽1950년대=여성 의상 컬렉션의 이번 시즌 트렌드인 ‘1950년대 무드’가 수영복으로도 옮겨왔다. 높은 허리선이 특징인 하이웨이스트 스타일, 꽃잎 모양의 큰 주름 장식을 가리키는 ‘플라운스(flounce)’ 등의 디테일이 수영복에도 구현된 것이다.

토리버치의 ‘에덴 원피스 수영복’은 브래지어와 코르셋이 연결된 형태인 ‘뷔스티에’ 디자인을 적용해 몸매 보정 효과를 낼 뿐만 아니라 어딘가 모르게 복고적인 느낌을 준다. 수영복 전면에 꽃 프린트를 사용했는데 몸의 중심 부분에는 밝은 색상의 큰 꽃을 배치하고, 허리선이나 몸의 외곽 부분에는 어두운 색상의 작은 꽃 프린트를 사용해 날씬해 보이게 했다.
‘애슬레저’ 트렌드를 접목한 ‘A.T.G’의 수영복. 인터패션플래닝 제공
‘애슬레저’ 트렌드를 접목한 ‘A.T.G’의 수영복. 인터패션플래닝 제공

▽애슬레저=선수들의 수영복처럼 보이는 ‘애슬레저(athlete+leisure)’ 스타일의 영향으로 모던한 스타일의 비키니와 원피스형 수영복이 또 하나의 핵심 아이템으로 등장했다. 인터패션플래닝 관계자는 “애슬레저 트렌드가 반영된 수영복은 강렬한 컬러끼리 매치하거나 과감하게 절개선을 내는 등 색상과 디자인이 파격적인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스트라이프를 지그재그로 연결한 타미힐피거의 원피스형 수영복.
스트라이프를 지그재그로 연결한 타미힐피거의 원피스형 수영복.

▽그래픽 패턴=
타미힐피거는 다양한 굵기의 세로 스트라이프를 지그재그로 연결해 완성한 원피스형 수영복을 선보였다. 기하학적 패턴으로 만든 폴앤조의 원피스 수영복은 패턴에서 쓰인 것과 비슷한 색감의 벨트를 매치해 색다른 느낌을 준다.

[1] [2] 과감하고 알록달록한 파크앤드로넨의 2013년 봄여름 수영복 패션 [3] 구치와 [4] 프라다의 단순하고 현대적인 휴양지 패션. 인터패션플래닝 제공
[1] [2] 과감하고 알록달록한 파크앤드로넨의 2013년 봄여름 수영복 패션 [3] 구치와 [4] 프라다의 단순하고 현대적인 휴양지 패션. 인터패션플래닝 제공
▼과감해진 男, 긴팔+반바지로 멋내고 알록달록 경쾌한 수영복 길이 짧아져

감성미 넘치는 남성들의 휴가패션

“휴가철 여름 남성 패션이란 게 있을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반바지에 반팔 티셔츠면 ‘게임 끝’이라는 생각. 특히 수영복은 ‘감색 삼각팬티’ 하나면 될 거라는 생각에 한여름 남성들의 패션은 중요한 존재로 여겨지지 않았다. 남성들 스스로의 “남잔데 뭘…”, “휴가 떠나면서까지 챙겨 입어야 하냐”는 생각도 여름 패션 실종에 상당 부분 역할을 했다.

암흑과 같던 시대가 지나고 이제는 총천연색 ‘컬러TV’ 같은 시대가 됐다. 올여름 남성 수영복부터 휴양지에서 입을 ‘리조트룩’까지 여성 패션만큼 화려하고 과감해졌다. 더운 여름에도 어울릴 긴팔 재킷 등 과거에 생각지 못했던 감각적 의상들이 백화점과 매장에 등장했다.

과감해진 무늬·알록달록한 남성 수영복

기하학적 무늬가 들어간 폴스미스의 트렁크 수영복. 폴스미스 제공
기하학적 무늬가 들어간 폴스미스의 트렁크 수영복. 폴스미스 제공
섹시하고 화려한 여성 수영복만큼 남성 수영복도 과감해졌다. 사각 형태의 트렁크 수영복은 과거 무릎까지 내려왔던 것에서 벗어나 허벅지 부분까지 올라올 정도로 길이가 짧아졌다. 넉넉했던 폭도 엉덩이 선이 드러날 정도로 줄어들고 얇아졌다. 색은 감색이나 흰색 등 무채색 계통에서 초록색 노란색 등 강렬한 원색 계통이 많아 발랄한 느낌을 준다.

특히 과감해진 부분은 무늬다. 시어서커(경사 방향으로 수축된 부분이 있는 평직의 면직물) 스타일부터 줄무늬 등 전체적으로 큼직한 것들이 나타나면서 복고적인 느낌을 주는 제품들이 등장했다. 여성 수영복에서 찾아볼 수 있었던 꽃무늬 수영복도 나타났다. 아레나의 남성 트렁크 수영복은 파란색 꽃무늬가 들어가 시원한 느낌을 주는 동시에 ‘꽃무늬=여성스러움’이라고 생각하던 남성들도 부담 없이 입을 수 있도록 했다. 폴스미스가 올해 내놓은 트렁크 수영복에는 기하학 무늬가 연속으로 들어가 있다. 흰색과 검은색 마름모가 끝없이 이어져 착시 현상을 일으킬 정도다. 폴스미스 브랜드 담당자는 “전체적으로 봤을 때 튀지 않고 현대적인 느낌이 나는 것이 기하학 무늬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비키니 수영복에 셔츠를 입거나 니트 소재의 원피스를 입는 여성들처럼 남성들도 바지만 입지 않고 상의를 함께 입어 패션을 연출하는 것이 유행이다. 남동현 롯데백화점 레저 상품기획 담당(MD)은 “최근에는 래시가드(자외선과 햇빛을 막기 위해 입는 상의)나 모자가 달린 셔츠 등을 입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군살을 가리면서 멋을 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서퍼 스타일을 반영한 타미힐피거의 휴양지 패션(위)과 마 소재를 이용해 만든 빨질레리의 재킷. 타미힐피거·제일모직 제공
서퍼 스타일을 반영한 타미힐피거의 휴양지 패션(위)과 마 소재를 이용해 만든 빨질레리의 재킷. 타미힐피거·제일모직 제공

진정한 멋쟁이는 한여름에도 ‘긴팔+반바지’

올해 유행하는 스타일 중 하나는 긴팔 셔츠나 재킷과 반바지를 함께 입는 것이다. 보통 남성들이 반팔 상의에 긴 바지, 혹은 반팔 상의와 반바지를 입었던 것을 감안하면 색다른 구성이다.

휴양지에서도 마찬가지다. 제일모직 신사복 브랜드 ‘빨질레리’를 비롯해 대부분의 남성복 브랜드에서 최근 마(麻)를 사용한 긴팔 재킷을 내놨다. 가볍고 통풍이 잘되는 마 소재 특유의 느낌은 그대로 살리고 주황색이나 녹색 등 원색을 써서 알록달록하게 했다. 이지영 빨질레리 책임 디자이너는 “평소 직장에서 입기에 부담이 되지만 휴양지에서는 과감하게 시도할 수 있다”며 “재킷이 원색인 만큼 반바지는 흰색 감색 등 무채색 계통을 입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반대로 무채색 마 재킷에 원색 반바지를 입는 방법도 있다.

리조트 룩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반바지는 수영복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무늬가 눈에 띈다. 코오롱의 남성복 브랜드 시리즈의 기하학 무늬 바지나 파란색 바탕에 기린 무늬를 넣은 면바지 등은 이국적인 느낌을 강조했다. 박기수 시리즈 디자인실 부장은 “상의는 티셔츠나 피케 셔츠를 입거나 바람 부는 휴양지에서는 스카프를 목에 둘러 멋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파도타기에서 영감을 받은 타미힐피거의 ‘서프샥 캡슐’ 컬렉션 모습. 타미힐피거 제공
파도타기에서 영감을 받은 타미힐피거의 ‘서프샥 캡슐’ 컬렉션 모습. 타미힐피거 제공

무조건 튈 필요는 없다. 최근에는 파도타기(서핑) 스타일을 반영해 편안하고 여유로운 느낌의 의상도 인기다. 대표적으로 미국 브랜드 ‘타미힐피거’의 여름 의상을 꼽을 수 있다. 무늬를 최소화한 단순한 티셔츠에 전통적인 재킷, 로퍼 스타일의 구두 등 절제를 강조했다.

김현진·김범석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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