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가 되고 싶었던 ‘싱어송라이터 신부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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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조 그룹 멤버로 방송 MC로 음악사목 박민우 신부

‘SimpliCity’의 1집 앨범 중 7곡을 작사하고 작곡과 노래에도 참여한 박민우 신부. 1990년대 가요계에 한 획을 그었던 서태지를 동경했던 그는 2009년 알베르토 신부가 됐다. 3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그는 몇 차례 나이를 물었지만 웃으며 언급을 피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SimpliCity’의 1집 앨범 중 7곡을 작사하고 작곡과 노래에도 참여한 박민우 신부. 1990년대 가요계에 한 획을 그었던 서태지를 동경했던 그는 2009년 알베르토 신부가 됐다. 3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그는 몇 차례 나이를 물었지만 웃으며 언급을 피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사실 옛날에는 서태지같이 되고 싶었어요.”

16일 오전 햇볕이 조금은 따갑게 느끼지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성당. 발목까지 길게 내려오는 흰색 사제복인 수단을 말끔하게 입은 박민우 신부의 말이다. 그는 미사에 온 아이들을 안아 주며 자상한 신부님 포스를 냈다. 그런데 어깨까지 닿는 장발이 예사롭지 않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이태원성당 보좌신부인 그는 2009년 사제품을 받았다. 그는 ‘싱어송라이터 사제’이자 평화방송 ‘신부님 신부님 우리 신부님’(신신우신)의 2년차 진행자다. 특히 신신우신의 화요일 코너 ‘소곤소곤, 고민 상담소’는 남자친구를 사귀는 초등학생, 취업 문제로 고민하는 20대, 태어나 처음 문자메시지를 보내본다는 어르신의 사랑방 같은 코너다.

박 신부는 지난해에는 자신이 포함된 3인조 그룹 ‘심플리시티(SimpliCity·소박함)’를 통해 같은 제목의 앨범을 내기도 했다. “한때 신부가 되는 것이 음악에 대한 꿈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느껴 갈등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사제가 됐기 때문에 더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음악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는 젊고 파격적인 서태지 음악을 유난히 좋아했다고 한다. 음악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평소 피아노와 기타 연주를 즐기는 그는 가톨릭대 신학대학에서 음악부장으로도 활동했다. 2005년 가톨릭과 개신교 신자는 물론이고 다양한 종교를 지닌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프랑스 테제 공동체를 방문한 뒤 사목 활동과 음악을 연결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때 테제 성가라는 것을 처음 들었는데 따라 부르기 쉽고 대중음악처럼 친근한 멜로디가 새로웠어요. 외국에서는 록밴드 공연으로 종교를 접할 수도 있지만 국내 가톨릭에서 대중적인 음악 콘텐츠는 너무 부족합니다.”

사제품을 받은 뒤 첫 발령지인 서울 대치2동 성당의 여름 음악캠프에 참여한 음악전공자 최준익 이경수 씨를 만난 것이 그룹 심플리시티 결성의 계기가 됐다. 인솔 신부였던 그는 이들에게 생활 속에서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성가 음악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엘리자벳’에서 활동한 뮤지컬 배우 박은태, 방송인이자 설치미술가인 한젬마 씨도 앨범 작업에 참여했다.

박 신부는 다음 앨범도 준비하고 있다. “초기에는 음악으로 사목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어요. 저 스스로도 경건하고 다소 딱딱한 종교 이미지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이죠. 1집으로 그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2집에서는 더욱 과감한 음악을 시도할 겁니다.”

송금한 기자 email@donga.com
#박민우 신부#심플리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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