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하의 힐링투어]일본 오키나와 야에야마 제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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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남쪽 태초의 낙원서 맹그로브 숲 휘젓다가 폭포계곡 비경에 홀리다

니라카라이 이리오모테지마 리조트의 정글 버틀러를 따라 나선 밀림 트레킹 도중에 들른 쿨러(Cooler)폭포의 숲속. 아열대 정글의 밀림은 이렇듯 숲그늘이 짙게 드리운 데다 곳곳에 작은 계곡에 예쁜 폭포까지 더해 휴식의 즐거움이 더더욱 크다. 이리오모테 섬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니라카라이 이리오모테지마 리조트의 정글 버틀러를 따라 나선 밀림 트레킹 도중에 들른 쿨러(Cooler)폭포의 숲속. 아열대 정글의 밀림은 이렇듯 숲그늘이 짙게 드리운 데다 곳곳에 작은 계곡에 예쁜 폭포까지 더해 휴식의 즐거움이 더더욱 크다. 이리오모테 섬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 26년 전 오키나와에서다. 여기 서식 중인 귀상어의 관람 포인트를 찾기 위해 수중을 탐사하던 아라다케 기하치로 씨의 눈에 희한한 바위가 발견됐다. 도구를 이용해 깎고 다듬지 않는 한 저리도 반듯할 수 없는 모양새인데 심지어는 고대 피라미드의 일부로 비칠 정도였다. 크기는 가로 150m, 세로 40m, 높이 27m. 2.4m 기둥 두 개와 계단도 있었다. 이 소식에 류큐대학(오키나와 현의 중심도시 나하 소재)은 조사단을 보냈고 한 일본 기업가는 탐사대를 조직해 면밀히 조사했다. 그건 디스커버리 채널로도 방영됐다. 실체는 현재도 오리무중.

단순한 자연현상이란 견해도 있다. 그럼에도 한동안 일본열도는 이 수중 암반으로 소란스러웠다. 그곳은 요나구니라는 작은 섬. 오키나와 본섬 서남쪽 400km의 이시가키 섬에서도 서쪽으로 131km나 떨어진 일본열도 최서단이다. 오늘 찾을 곳은 이 요나구니와 이시가키를 포함해 섬 열아홉 개로 이뤄진 야에야마(八重山) 제도다. 거기서도 리조트가 있는 두 섬, 고하마와 이리오모테다.

오키나와는 일본열도 최남단 현으로 400여 개 섬으로 구성됐다. 아열대기후인 이곳은 일본보다 대만 중국에 더 가깝다. 그리고 애초 일본이 아니었다. ‘류큐’라는 해상 왕국이었다. 이렇듯 오키나와는 일본과 다르다. 그리고 그게 매력이다. 게다가 두 섬의 리조트는 일본 최대 규모 리조트그룹인 호시노 리조트가 운영한다. 그 덕분에 때 묻지 않은 자연에서 한가로운 휴식이 보장된다.

태국과 필리핀 등 동남아 지역 섬과 해변에 싫증난 이들에게 대안이 될 야에야마 제도로 안내한다. 》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로 촉발된 일중 영토분쟁이 새 국면에 돌입했다. 중국이 대상을 오키나와 현 전체로 확대시켜서다. 명·청대(1372∼1879년)에 류큐―일본에 복속되기 전 독립왕국 당시 국명―가 중국에 조공을 바쳤다는 게 근거다. 15, 16세기 당시 류큐는 중국, 조선과 삼각무역으로 부를 축적했다. 그러다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막부―임진왜란을 도발한 정권―이후 계속된 약탈과 침공(1609년)으로 식민지가 되고 결국 메이지 시대의 폐번치현―1879년 봉건영주가 다스리던 번을 지방자치 현으로 바꾼 행정개혁―때 오키나와 현으로 이름까지 바뀌며 복속됐다. 또 태평양전쟁 중엔 82일간 지상 전투로 심각한 피해―양측 전사자 20여 만 명 중 60%가 현지인―를 보았으며 종전(1945년) 후에도 유독 이곳만 1972년까지 미군(점령군) 지배의 미국 영토로 남겨졌다. 그래서 오키나와엔 지금도 독립을 주창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이런 군사외교적 침탈과 굴절된 역사에도 불구하고 오키나와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평화롭고 아름답다. 그러니 아시아에서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해변과 싱그러운 아열대숲에서 조용한 휴식, 그리고 그걸 극대화할 프리미엄급 환대를 원한다면 오키나와를 찾으시라. 들뜨거나 수선스러운 태국 필리핀 발리의 비치와는 다르다. 남태평양 섬에 가깝다 할 만큼 단정하고 한적하다. 기후도 아열대라 1년의 절반 이상(3월 하순∼10월) 바다에 들어갈 수―연평균기온 22.7도―있다.

이런 오키나와에서 일본인들은 작은 섬을 찾는다. 우리가 본섬 오키나와를 벗어나지 않는 것과는 달리…. 하기야 본섬 자체도 수족관 골프장 비치리조트에 27년간의 미군정 통치(1945∼72년)로 빚어진 독특한 문화유산까지 남아 지내기에 모자람이 없기는 해도. 활성화된 렌터카 여행으로 자유로이 다니는 편리함도 그렇고. 하지만 본섬에만 머물기에 오키나와는 너무나 넓고 다양하다. 휴가여행 추세도 관광에서 휴양으로 옮겨가니 이젠 우리도 작은 섬에서 휴식에 관심을 가져 보자. 나 역시 그런 기대 속에 나하공항에서 입국수속 후 곧바로 이시가키행 국내선에 올랐다.

남쪽으로 410km, 비행시간은 30분. 기내엔 빈 좌석이 없다. 물어보니 늘 그렇단다. 승객은 물론 모두 일본인이다. 도착한 이시가키(시)는 야에야마 제도의 중심으로 주민 80%가 여기 산다. 주변의 섬을 연결하는 쾌속선도 모두 여기서 오간다. 그런데 관광지나 볼거리는 없다. 딱 하나 있다면 센카쿠에서 중국 배를 밀어내는 해상보안청의 순시선이다. 그 기지가 쾌속선터미널 옆 부두다.

내 첫 목적지는 고하마 섬. 터미널은 관광객으로 붐볐다. 쾌속선도 분주히 오갔다. 개중엔 골프백을 든 이도 보였는데 모두가 고하마행 쾌속선에 올랐다. 알고 보니 야에야마 제도에 골프장은 딱 하나, 고하마 섬에 있었다. 그리고 여기까지 와서 굳이 골프를 치려고 하는 이유도 특별했다. 일본 최남단 골프장이라서다.

골프장 숲속의 리조나레 고하마지마 리조트

쾌속선은 빨랐다. 고하마 섬까지 2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한적한 부두에 버스 한 대가 보였다. 리조트 전용이다. 버스가 지나는 한적한 들판이 온통 초록빛 식물로 뒤덮여 있다. 사탕수수밭이다. 그사이로 간간이 열대 과일 나무도 보인다. 10분 후. ‘리조나레 고하마지마’에 도착했다.

‘리조나레’는 호시노 리조트의 여러 브랜드 중 가족 연인을 겨냥한 시설. 섬 동남쪽 바다가 내려다뵈는 구릉 위 골프코스(18홀)를 기반으로 그 숲속에 발리 스타일의 객실을 지은 가든 형태의 리조트다. 야외 풀과 선베드는 클럽하우스 부근 숲에 있는데 주변엔 어떤 소음도 없다. 카페가 딸린 전용 해변도 있고 지중해 스타일의 전망 레스토랑도 클럽하우스에 있다. 거기서 내는 요리는 유러피안 스타일의 퓨전요리인데 수준급이다. 전용 해변에선 윈드서핑 시카약 제트스키를 즐긴다. 만타(초대형 가오리) 스쿠버다이빙과 맹그로브(바닷물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나무) 숲 카누 탐험, 해변 우마차 타기는 리조트 밖에서 즐긴다. 라운딩 중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바다를 향해 티샷하는 9번 홀과 일본 최서단(12번)과 최남단 티(7번) 앞에서의 기념촬영이다.

썰물로 바닷물이 나가자 이리오모테 섬의 강 하구는 감춰 두었던 황금 빛깔의 고운 모래사장을 훤히 드러냈다. 그걸 뒤덮은 왼편의 초록 숲은 모두 바닷물에서 사는 맹그로브로다
썰물로 바닷물이 나가자 이리오모테 섬의 강 하구는 감춰 두었던 황금 빛깔의 고운 모래사장을 훤히 드러냈다. 그걸 뒤덮은 왼편의 초록 숲은 모두 바닷물에서 사는 맹그로브로다
반딧불이와 사람이 공존하는 원시 밀림 이리오모테


이리오모테 섬은 고하마 섬 코앞에 있는 큰 섬. 하지만 두 섬을 오가는 쾌속선은 없다. 나는 이시가키로 되돌아가 쾌속선을 탔다. 37km를 주파하는 데 45분이 걸렸다. 섬은 산세가 드셌고 숲은 울창했다. ‘니라카나이 이리오모테지마’ 리조트는 초승달 모습의 예쁘고 고즈넉한 해변 숲가에 있다. 건물은 4층으로 크지 않았고 로비 객실 등은 역시 발리 스타일이다. 시설이라고는 기념품 숍과 수수한 야외 풀, 레스토랑 2개뿐. 한눈에 이곳이 리조트 라이프를 즐기는 그런 곳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무얼 하고 지내는 걸까.

자연이다. 강화도만 한 섬은 험준한 산악지형에다 그 90%는 아열대 삼림의 밀림. 산중엔 큰 강 두개가 흐르고 하구는 맹그로브 숲이다. 그런 섬에 주민은 2200명뿐. 그러니 그곳 자연은 태초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천연 그대로다. 인공시설이라고 해야 해안도로와 밀림의 산책로 정도. 그런데 보물은 그 정글에 있었다. 크고 작은 폭포 계곡이다. 안내자를 따라 정글워킹에 나섰다. 30분쯤 걸었을까. 작은 폭포가 나타났다. 그 밀림을 오가는 동안 만난 이는 한 명도 없었다. 그 숲을 나 혼자 소유한 느낌이었다. 이런 안내자를 리조트에선 ‘정글 버틀러(Jungle Butler)’―버틀러는 집사를 칭한다―라고 부르는데 매일 아침저녁 투숙객을 밀림워킹으로 이끈다.

이리오모테 섬에서 아웃도어 라이프는 화려하다. 험준한 산악의 정글을 탐사하는 트레킹과 낙조감상 선셋크루즈 및 사탕수수 수확 체험은 기본. 우라우치 강 17.5km 물길을 거슬러 원시 숲을 탐사하는 맹그로브 크루즈와 숲속 온천에서 로텐부로(노천온천욕), 수중에서 만타를 보는 스노클링은 여기서만 가능한 특별체험이다. 이 온천은 일본 최남단 온천이다. 하지만 그 무엇도 우라우치 강 하구의 호시다테(반딧불이)천연보호구역만은 못할 것 같다. 한밤중 반딧불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는 장관 감상(3, 4월)인데 그걸 보는 곳, 지구상 여기뿐 아닐까 싶다.

▼ 호시노 요시하루 ‘호시노리조트’ 사장, 한국 35세이하 손님위해 온천료칸 할인 상품 내놨죠 ▼

“온천료칸이야말로 일본 문화의 진수가 아닐까요. 그래서 한국의 젊은 세대가 꼭 경험했으면 합니다.”

지난달 서울을 찾은 호시노리조트의 호시노 요시하루 사장(53·사진)은 35세 이하에게 ‘카이’ 브랜드의 온천료칸(전국 9곳)을 대폭 할인해 1만9000엔(1인 1실 기준 약 21만 원·2식 포함)에 제공하는 ‘첫 료칸여행’ 캠페인을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미국 코넬대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하고 100년 역사의 가루이자와(나가노 현) 온천 료칸을 상속한 호텔리어. 이걸 신개념의 리조트 료칸으로 업그레이드해 ‘호시노야’라는 브랜드 료칸으로 탄생시킨 주인공이다. 그리고 그 성공을 바탕으로 미국투자은행 골드만삭스와 손잡고 전통 료칸을 ‘호시노야’(교토 오키나와)와 ‘카이’라는 브랜드로 재등장시켰다. “3년 후엔 도쿄역 중심가에 ‘호시노야 도쿄’가 문을 엽니다. 전 여길 통해 일본을 상징하는 문화인 오모테마시(일본의 서비스정신)를 펼치려 합니다.”

늘 트레킹화를 신고 청바지를 입는 그는 이날도 백팩을 맨 차림으로 인사동 길을 걸었다.

야에야마 제도(일본오키나와현)=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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