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뒤에도 바둑계가 살아있으려면 지금 힘합쳐야”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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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바둑협회와 통합 물꼬 터

한국기원과 대한바둑협회 간 통합의 물꼬를 튼 숨은 주역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 한국기원 제공
한국기원과 대한바둑협회 간 통합의 물꼬를 튼 숨은 주역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 한국기원 제공
1980년대 조훈현-서봉수 시대를 위협하는 신예 강자에서 명(名) 해설가, 그리고 다시 한국기원 사무총장. 양재호 9단의 50년 바둑 인생을 간추린 이력이다. 2011년 4월 사무총장이 된 그는 백면서생(白面書生)으로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뚝심의 바둑 행정가’로 변신했다. 지난해 한국바둑리그 참가팀을 사상 최대인 10개 팀으로 늘리는가 하면 최근에는 물밑작업 끝에 한국기원과 대한바둑협회(대바협) 간 통합의 물꼬를 튼 숨은 주역이었다. ‘반상의 공부벌레’로 불렸던 그의 부지런함과 넓은 인적 네트워크에 힘입은 바 크다. 19일 서울 성동구 홍익동 한국기원 사무총장실에서 그를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프로와 아마추어를 대표하는 두 단체의 통합에 적극 나선 이유는….

“한마디로 바둑계의 위기 때문이다. 바둑계가 죽어 가는데 ‘내 일 네 일’하며 가르고 갈등을 빚는 일이 많았다.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에 바둑을 정식정목으로 채택되게 하지 못한 것이 가장 가슴 아프다. 되돌아보면 두 단체가 힘을 합쳤으면 가능했던 일이다. 그랬다면 2018년 아시아경기에서도 정식종목이 됐을 가능성이 크고, 바둑활성화에도 기여했을 것이다. 다시는 그런 실수를 해선 안 된다고 보고 지난해부터 아마추어 바둑계를 설득했다.”

―통합의 첫 걸음을 떼었다. 앞으로 두 단체 간의 관계는….

“통합 자체보다는 바둑계가 살아남는 일이 더 중요하다. 요즘 바둑 교실은 10분의 1로 줄어들고, 인기도 예전만 못하다. 바둑계를 살리려면 어린이 바둑 보급이 시급하다. 지금 초등학교에서 방과 후 바둑 교육이 이뤄지고 있지만 기대에 못 미친다. 어린이들이 제대로 배우고 바둑 팬이 돼야 10년 뒤에도 바둑계가 살아 있을 것이다. 아마추어 바둑보급은 대바협이 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이를 위해 한국기원 보급팀 실무진을 파견했다. 어려움이 있겠지만 대바협과 머리를 맞대고 같이 나갈 것이다.”

―바람직한 보급 방향은….

“최근 강원도바둑연합회가 도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유치원 바둑 강사들을 교육하기로 했다. 좋은 방향이다. 나도 6세 때 바둑을 배웠다. 바둑은 유치원생처럼 어릴 때 가르치는 게 좋다.”

―올해 중점 추진사업은….

“프로들이 참가하는 기전을 늘리는 데 힘을 쏟을 예정이다. 지난해에는 통합 문제에 매달리느라 이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쓰지 못했다. 올해는 바둑리그 팀 가운데 일부가 탈퇴의사를 밝혀와 걱정이다. 지난해처럼 10개 팀이 뛸 수 있게 협의 중이다. 또 전국체전에서 10년 동안 전시 종목인 바둑을 정식종목으로 올리는 방안을 대바협과 함께 추진할 것이다. 스포츠토토 도입도 장기과제로 삼고 있다.”

―해외 보급이 취약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정부 보조가 적기도 했지만 기원도 해외에 프로만 파견하면 된다고 안이하게 생각한 게 사실이다. 현재 미국에서 활동 중인 김명완 9단이 초등학교 보급을 뚫고 있는데, 앞으로는 해외 보급도 이런 방향이 돼야 할 것 같다.”

양 9단은 “지금까지 5년 재임한 총장이 최장수인데, 그것을 넘길 것이라는 예측도 성급하게 나온다”고 하자 손사래를 치면서 “여건만 된다면 하루빨리 짐을 벗고 싶다”고 말했다. “아직은 훗날의 이야기이지만 총장 자리에서 물러나면 뭘 하고 싶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하고 싶은 게 많다”며 우선 두 가지를 꼽았다.

“먼저 진짜 승부를 하고 싶다. 지금까지는 오로지 이기기 위한 것이었다면, 앞으로는 깊이 있고 멋있는 바둑을 두고 싶다. 또 방송 해설도 20년 했지만 부끄러운 점이 많다. 앞으로 하게 된다면 프로답게 잘 해볼 것이다.”

윤양섭 전문기자 lailai@donga.com
#양재호 사무총장#대한바둑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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