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설]매사냥 시연에 신나고, 윷점으로 운세보며 와아~

  • 동아일보

■ 박물관마다 전통놀이 풍성

설날은 역시 가족과 함께 해야 제 맛이다. 함박 웃는 서로의 미소 앞에선 쌀쌀한 날씨도 포근해진다. 지난해 설 서울 국립민속박물관 앞마당에서 가족들이 윷놀이를 하는 모습.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설날은 역시 가족과 함께 해야 제 맛이다. 함박 웃는 서로의 미소 앞에선 쌀쌀한 날씨도 포근해진다. 지난해 설 서울 국립민속박물관 앞마당에서 가족들이 윷놀이를 하는 모습.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안다. 설날이랍시고 전통행사 찾는 일, 낯간지러울 수 있다.

솔직히 평범한 우리네들, 평상시 한복 잘 안 쳐다본다. 자치기나 윷놀이는 TV로만 본 어린이도 많다. 명절만 다가오면 “우리 고유의…”를 외치며 민속 애호가처럼 구는 거 솔직히 멋쩍다.

하지만 이 어색함을 부정적으로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국립민속박물관에 따르면 원래 ‘설’이란 명칭이 ‘설다’에서 비롯된 말이란다. 한 해의 시작은 새롭다 보니 낯설고, 친숙하지 않으니까 기대감에 부푼다. 평소 거리가 느껴졌던 민속놀이를 맛보고 싶은가. 그렇다면 설날만큼 그 의미가 잘 맞아떨어지는 시점도 없단 소리다.

즐겨 보기로 마음먹었다면 국립박물관은 최고의 선택이다. 알찬 행사들이 대부분 무료이거나 최소한의 재료비만 받는다. 값진 유물을 관람하는 건 쏠쏠한 보너스. 알토란 같은 국립박물관 설날 행사를 한데 모아 봤다.

국립민속박물관은 ‘민속’ 박물관답게 설 행사에서 전통의 강호다. 시작한 지 10년이 넘어 노하우가 많고, 경복궁 삼청동 등과 인접해 가족 나들이에도 안성맞춤이다.

올해 민속박물관에선 ‘매사냥 시연’이 눈길을 끈다. 2010년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매사냥은 겨울철 대표적인 전통 수렵문화다. 대전 무형문화재 8호인 한국전통매사냥보전회의 박용순 응사(鷹師·매부리)가 황조롱이 참매 송골매를 멋들어지게 부리는 사냥을 설날 당일 시연한다. 매를 팔이나 어깨에 올리고 기념촬영도 할 수 있다.

옛 선조들이 즐겼던 승경도놀이나 쌍육놀이, 고누놀이도 경험해 보자. 승경도놀이란 조선시대에 즐기던 일종의 보드게임으로, 5각 나무막대 등을 굴려서 벼슬을 올렸다 내렸다 하는 놀이다. 백제 때부터 이어졌다는 쌍육놀이는 주사위 2개를 굴려 나온 숫자대로 말을 움직여 승부를 가르며, 고누놀이는 체스처럼 상대의 말을 포위해 떼어내는 놀이다. 이 밖에 가래떡이나 한과 식혜 등 명절음식을 나눠주고 복주머니와 연, 연하장 등을 직접 만들어 보는 체험행사도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0, 30대 예술가들이 주축이 된 창작예술단체 ‘노니’가 총 제작을 맡은 공연과 체험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뱀을 따라 가는 길놀이’는 계사년 뱀띠 해를 맞아 뱀을 비롯한 열두 동물의 움직임을 북청사자춤 같은 전통놀이에 접목해 풍물놀이로 만들었다. 공연 마지막에는 모든 관람객이 함께 어우러지는 ‘진풀이’로 연희마당을 갖는다.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체험프로그램도 있다. 한지로 꽃 모자를 만들어 보고, 전통 장단이나 춤사위를 배울 수도 있다. 단 참가자들은 모두 한복을 입어야 한다.

국립진주박물관은 9∼11일 설맞이 문화행사에서 다양한 세시풍속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특히 계사년 뱀띠 해를 맞아 김유신 장군 묘에 있는 십이지신상 가운데 지혜를 상징하는 뱀신을 직접 목판으로 제작해 찍어 보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10일 설 당일에는 박물관 앞마당에서 뻥튀기를 만들어 나눠준다.

국립김해박물관은 11일 박물관 가야사랑방에서 선착순 200명을 모아 장승 만들기 행사를 벌인다. 적당한 크기로 장승을 만들어 직접 가훈을 새겨 넣어 한 해의 재앙을 막자는 의미를 지녔다. 사흘 연휴 동안 야외광장에선 다양한 전통놀이를 즐길 수 있고, 직접 떡메를 쳐 인절미를 만들어 보는 시간도 있다.

국립춘천박물관도 전통 민속놀이 축제를 벌인다. 사물놀이와 투호놀이, 윷놀이를 체험할 수 있다. 전통 제기와 인절미도 만들고, 윷점으로 한 해 운세도 봐 준다. 9∼11일 오후 3시마다 박물관 강당에서 영화도 볼 수 있다.

국립전주박물관은 본관 1층 로비에서 종이로 금동관모를 만들며 백제인의 품격 높은 예술혼을 직접 느껴 보는 시간을 갖는다. 설날 당일에는 오후 2시에 세시풍속 퀴즈대회를 열며, 박물관을 찾은 뱀띠 관람객에겐 선착순 50명에 한해 선물도 나눠준다.

국립경주박물관도 전통음식과 놀이 체험 행사가 풍성하다. 신라의 전통 14면체 주사위인 주령구 놀이를 비롯해 투호놀이와 제기차기에 참여할 수 있으며, 떡국과 전통 차를 직접 만들고 맛볼 수 있다. 11일 세미나실에서는 전통 연을 만들어 함께 날려 보는 시간도 갖는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강수지 인턴기자 서울대 의류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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