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의 ‘바티칸 박물관’전과 서울시립미술관의 ‘팀 버튼’전은 크리스마스 시즌에 가족이 함께 볼 만한 전시다. 하나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인 바티칸 시국에서 보유한 소장품을 통해 예수의 성스러운 여정에 동참해 볼 기회라면, 다른 하나는 빛나는 상상력을 가진 미국의 버튼 감독(54)이 창조한 괴물들의 세계를 탐험하는 자리다.
성(聖)과 속(俗)을 화두로 펼쳐낸 인간의 무한한 상상력은 제각각 경건함과 즐거움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주제가 주제인 만큼 미술 애호가뿐 아니라 기독교나 영화에 관심 있는 사람들도 흥미롭게 볼 수 있다.
○ 미술관에서 만나는 하느님의 영광
아기 예수의 탄생을 표현한 도메니코 기를란다요의 ‘성탄’, 한평생 성화를 그렸던 수사로서 1984년 가톨릭예술가의 수호자로 선포된 귀도 디 피에트로의 ‘성모와 아기 예수’ 등은 성탄절의 참된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예수를 십자가에서 내리는 도상을 담은 작품과 산타클로스 전설이 유래된 성 니콜라스가 등장한 그림도 눈길을 끈다. 15세기 ‘교황의 화가’로 불린 멜로초 다 포를리의 ‘비올라를 연주하는 천사’는 우리가 상상하는 황금빛 머리카락에 날개 달린 천사의 모습을 보여준다.
바티칸 박물관은 24개 미술관과 시스티나 경당에 소장품을 관리하고 있는데 서울 전시에선 이탈리아 르네상기 초기부터 전성기(14∼16세기)를 대표하는 회화, 장식미술, 조각 등 73점을 선보였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참회하는 수행자의 모습을 묘사한 ‘광야의 성 히에로니무스’, 사랑을 주제로 그린 라파엘로의 목판 그림에는 거장의 숨결이 살아 있다. 죽은 예수를 품에 안은 성모 마리아의 슬픔을 표현한 미켈란젤로의 걸작 ‘피에타’는 1975년 복제된 조각이지만 관객의 발길이 오래 머무는 작품이다. 3월 31일까지. 8000∼1만5000원. 02-580-1300
○ 미술관에서 즐기는 판타지의 세계
2009년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열렸던 ‘팀 버튼’전은 멜버른 파리 등을 순회한 뒤 마지막 여정으로 서울을 찾았다. 아티스트로서의 창조성에 주목한 뉴욕의 전시는 모마 역사상 피카소와 마티스전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80여만 관객을 기록했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선 그의 스케치북부터 드로잉 회화 조각 사진 영화를 비롯해 작품 캐릭터 모형과 영화 의상, 소품 등 860여 점을 선보였다. 전시에 맞춰 한국을 처음 방문한 버튼 감독은 “작품 하나하나가 나 자신이자 나의 일부”라며 “전시를 통해 사람들 안에 잠재된 감성을 일깨운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내 머리가 이상해진 걸까요?” “그런 것 같구나. 넌 비정상이야. 확실히 이상해. 하지만 비밀인데…. 멋진 사람들은 다 그래.” 전시장 벽면에 쓰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중 한 대목은 ‘가위손’ ‘찰리와 초콜릿 공장’ 등 기괴함과 유머를 결합한 환상적인 영화로 마니아층을 거느린 버튼 감독의 정체성을 잘 드러낸다. 캘리포니아 중산층 가정에서 자란 그는 소심하고 유별난 성격 때문에 겪은 성장기의 소외감을 기발한 상상력으로 표현한 그림을 통해 극복했다. 이때의 독특한 감성은 크리스마스를 훔친 괴물, 유령 신부, 누덕누덕 몸을 기운 채 되살아난 강아지 등 영화 속에 오롯이 스며 있다. 겉은 기괴하지만 속은 따뜻한 괴물의 모습에서 정상 비정상의 차별 없는 세상을 향한 그의 꿈을 읽을 수 있다. 4월 14일까지. 8000∼1만2000원. 02-325-1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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