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송라이터 이해완이 한옥 마루에서 카바키뉴를 치며 1집 타이틀곡 ‘매우 쌈바!’를 불렀다. 브라질 타악기인 탄탄(왼쪽)의 색채가 문살 무늬와 어울렸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누하동. 기타리스트 이해완(33)의 집은 찾기 힘들었다. 내비게이션마저 골목 초입에 멈춰진 채 ‘여기가 목적지’라고 우겼다. 골목에 접어들자 말끔한 목재로 기와지붕을 인 소담스러운 한옥이 나타났다.
이해완이 지난해 1월 결혼한 싱어송라이터 박진영(32)과 함께 사는 집이다. 이곳 사랑채에서 브라질의 생소한 음악 장르인 삼바로 가득 찬 앨범이 만들어졌다. 최근 나온 이해완 1집 ‘메우 피우미(나의 영화란 뜻의 포르투갈어)’. 사랑채 문을 삐걱 열자 5m²가 채 안 되는 공간에 기타와 카바키뉴(작은 기타 같은 브라질 현악기), 녹음을 위한 컴퓨터가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비틀스, 라디오헤드, 메탈리카의 열성 팬이자 모던록 밴드(보드카레인) 기타리스트인 그가 불현듯 서촌 한옥에 틀어박혀 삼바 앨범을 만든 연유가 뭘까. 그는 원래 삼바의 ‘삼’자도 몰랐다고 했다. 브라질에는 가본 적도 없고.
“2년 전인가. 심심해서 보사노바 명인 주앙 지우베르투의 ‘데사피나두’를 틀어놓고 기타 연주를 따라해 봤어요. 똑같이 따는 데 7시간 걸렸죠.”
이후 그는 보사노바 명곡들을 닥치는 대로 따라 쳤다. 교본도 선생도 없었다. 귀와 손만 믿었다. 이듬해 친해진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조윤석)이 그를 중독성 강한 “삼바의 구렁텅이”로 빠뜨렸다. 찰랑거리는 카바키뉴와 7현 나일론 기타에 탄탄, 쿠이카, 판데이루, 탐보림 같은 다양한 타악기가 섞여들어 내는 복잡다단한 리듬과 코드 진행 위로 애잔한 멜로디가 얹히는 음악들이 그를 사로잡았다. 따라 부르기 위해 사전을 사서 포르투갈어도 독학했다. 직접 삼바 작곡도 시작했다.
4월 이사 온 고풍스러운 한옥집 사랑채는 지구 반대편 음악을 위한 최고의 1인 작업실이 됐다. 연습, 편곡, 녹음을 이곳에서 다 끝냈다. “공간이 연결된 양옥에서는 누가 방문만 열면 작업이 끊기죠. 사랑채는 신발 신고 마당을 지나야 닿으니 귀찮아서 아무도 안 건너와요.” 그러나 사랑채의 치명적 약점도 있다. 방음이다. “녹음이 한창이던 7, 8월엔 빗소리 탓에 작업을 공친 날도 많았어요.”
한국에는 삼바 전문 뮤지션도, 브라질 악기도 없었다. 그는 “브라질 타악기 소리를 내는 무료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데모 녹음을 했다”면서 “이후 타악 연주자 조재범 씨의 손과 악기를 빌렸다”고 했다. 부인 박진영도 마당을 건너와 건반 연주와 코러스를 도왔다.
서촌도 그를 도왔다. “곡 쓰다 막히면 카바키뉴 한 대 들고 인왕산에 올라 서울을 내려다봤어요.” 집들이의 기억을 되새겨 ‘서촌에서’라는 곡도 만들었다.
그는 요즘 엉뚱한 음악 상상에 빠졌다. 국악기인 피리를 배우기 시작한 것. “다음 앨범은 인도 음악으로 채울까도 생각 중인데….” 그럼, 하던 밴드는? “아, 내년에 앨범 내야죠. 크핫. 저, 모던록‘도’ 잘해요.”
이해완의 삼바는 23일 오후 8시 서울 서초동 ‘살롱 a.s.a.p’에서 직접 들어볼 수 있다. 2만5000원. 070-7844-3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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