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tyle]올가을 유혹의 정점은 레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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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생로랑 뷰티’ 한국 론칭 행사 참석한 로이드 시몬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브생로랑 뷰티’의 로이드 시몬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아시아 여성을 메이크업 하는 게 신난다고 했다. “피부가 아름다운 데다 트렌디하기 때문” 이라는 설명이다. 이브생로랑 뷰티 제공
‘이브생로랑 뷰티’의 로이드 시몬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아시아 여성을 메이크업 하는 게 신난다고 했다. “피부가 아름다운 데다 트렌디하기 때문” 이라는 설명이다. 이브생로랑 뷰티 제공
2008년 타계한 프랑스 디자이너 이브 생로랑은 직접 자신의 첫 남성 향수 광고모델로 출연하면서 대중에게 확실한 인식을 남겼다. 다리를 꼬고 앉아 ‘주요 부위’를 가리긴 했지만,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올 누드였다. 스스로 옷을 벗으면서까지 그가 전하려 했던 브랜드 메시지는 ‘과감함’이었다. 그 후로 이 브랜드는 관능의 대명사가 됐다.

이브생로랑(YSL) 뷰티는 글로벌 메이저 화장품 브랜드다. 한때 국내 시장에도 진출했지만 최근에는 면세점에서만 판매됐다. 한국 시장에 다시 진출하면서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는 이 브랜드가 6일 서울 광진구 광장동 W워커힐호텔에서 론칭 행사를 열었다. 이 행사를 위해 방한한 이브생로랑 뷰티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로이드 시몬즈 씨를 동아일보 ‘A style’이 만났다.

유혹의 극단
시몬즈 디렉터는 이 브랜드를 ‘매우(very)’라는 단 한 단어로 설명했다. 색상은 가장 강렬해야 하고 감촉은 가장 부드러워야 하고…. 이 브랜드가 지향하는 ‘유혹의 정점’을 완성하기 위해 모든 요소에 최선을 다한다는 뜻으로 읽혔다.

그는 마치 이브 생로랑이 환생한 듯한 모습이었다. 음유시인처럼 꿈꾸는 듯 예민한 눈매, 나긋나긋한 말투…. 이브생로랑 뷰티가 같은 이름의 패션하우스를 바탕으로 한 화장품 브랜드인 만큼 패션과의 공통 ‘DNA’를 찾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시크’하게 답하기도 했다. “로랑의 DNA는 이미 내게 완전히 체화돼 있다. 굳이 브랜드 역사를 뒤적이지 않아도 쉽게 공통분모를 찾아낼 수 있다.”

이브생로랑이 제시한 이번 시즌 트렌드 아이템은 빨간 립스틱이다. 이 브랜드뿐 아니라 다양한 브랜드가 올가을, 마치 미리 입을 맞춘 듯 한결같이 붉은 입술을 권하고 있다. 존재감은 강하지만 직접 연출하기는 꺼려지는 빨간 립스틱을 초보자들은 어떻게 소화하는 게 좋을까. 이 질문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는 부리나케 달려가 제품 몇 개를 가져오더니 손등에 펴 발라가며 친절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오, 아직 빨간 립스틱이 무섭게 느껴진다면 립스틱을 포인트 요소로만 활용해보세요. 빨간 립스틱을 손가락에 살짝 묻힌 뒤 이렇게 입술 가운데 부분만 두드리는 거죠. 그 다음 티슈로 옆으로 살짝 밀어내듯 닦아내면 입술 전체에 은은하게 퍼지게 돼요. 좀더 강렬한 입술을 연출하기 위해 립 펜슬을 사용한다면 립스틱과 똑같은 색상을 선택해야 촌스러워지지 않는다는 점을 염두에 두시고요.”

영감의 원천
얼마 남지 않은 연말을 맞아 그는 화려한 홀리데이룩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 테마에 영감을 준 것은 어린시절 그가 바라본 겨울 밤하늘이란다.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 캐나다 밴쿠버 근처 ‘깡촌’이었어요. 벌목작업을 하는 아버지, 적막하지만 아름다운 자연 환경…. 어렸을 땐 이런 요소 속에서 산다는 게 정말 좋았죠.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조금 더 머리가 굵어져 우리가 사는 세상에 음악, 공연, 책 등 ‘문명’이 있다는 걸 알게 된 뒤부턴 벗어나고 싶은 대상이기도 했어요. 그래서 당시 환경과는 완전히 반대인, 이 화려한 세계에 입문한 건지도 모르겠어요.”

그는 한국 여성들에 대해 ‘가장 똑똑한 소비자’라 평하기도 했다. “한국에 대해 아직 잘 모르지만 한국 여성들이 뷰티 트렌드에 대해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어요. 또 정보기술(IT)에도 능해서 이 세상에 어떤 최신 트렌드가 오가는지 가장 먼저 안다면서요.”

시몬즈 씨를 인터뷰한 날 기자는 피곤할 때마다 생기는 입술 물집이 마침 극도로 부푼 탓에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부끄러운 마음에 “현대 여성은 피곤하다”며 양해를 구하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바쁜 여성들이 가장 쉽게, 하지만 가장 멋진 모습으로 변신하도록 돕는 게 제 일이에요. 립스틱 한 개만 써도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데요. ‘매력이 넘치면서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이브생로랑#YSL#트렌드 아이템#빨간 립스틱#홀리데이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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