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인 15세기에 만들어진 분청사기박지연어문편병(국보 179호). 분청사기 특유의 자유분방한 기운을 잘 보여준다. 호림박물관 제공
(문)“국립박물관 최 관장 귀하. ‘백자병형주자’ 한 점 탁송하오니 품평 앙망하나이다. 호가 800만 원입니다. 1974년 6월 22일 윤장섭.”
(답)“모조품. 도마뱀 눈만 청화(靑華·푸른 물감)로 됨. 왜정(倭政) 초에 만든 작품입니다.”
호림(湖林)은 농약제조 전문업체 성보화학의 창업주인 윤장섭 성보문화재단 이사장(90)의 호다. 개성 출신인 윤 이사장이 문화재 수집의 길로 들어선 것은 고향 선배인 고고미술사학자 최순우(1916∼1984) 황수영(1919∼2011) 진홍섭 선생(1918∼2010)과 교우하면서부터. 1970년대 초보 수집가였던 그는 당시 국립중앙박물관장인 최순우 선생과 유물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 답하는 편지를 수시로 주고받았다.
이렇게 모은 소장품을 토대로 윤 이사장은 1982년 10월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자신의 호를 딴 박물관을 열었다. 이후 30년. 호림박물관은 국보 8점, 보물 46점을 비롯해 1만1000여 점의 문화재를 보유한 박물관으로 성장했다. 2009년엔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분관을 열었다. 간송미술관, 삼성미술관 리움과 함께 국내 3대 사립박물관으로 꼽힌다.
호림 윤장섭 성보문화재단 이사장이 손으로 직접 쓴 유물 구입 목록. 호림박물관 제공18일부터 내년 4월 27일까지 호림박물관 신사 분관에서 열리는 개관 30주년 특별전 ‘호림, 문화재의 숲을 거닐다’는 이 박물관의 30년 역사를 총정리하는 전시다. 소장 유물 중 최고로 꼽히는 작품 80여 점을 선보이는데, 이 중 국보 222호인 백자청화매죽문호(왼쪽 사진) 등 국보가 6건, 보물이 41건, 서울시유형문화재가 4건이다. 같은 기간 신림 본관에서는 30년간 박물관이 개최한 40여 차례의 특별전을 회고하는 ‘감상의 기억’전을 열어 각 특별전을 대표하는 유물 170여 점을 전시한다.
전시와 함께 호림박물관의 역사와 수집 뒷이야기, 주요 소장 유물 등을 소개한 책 ‘호림, 문화재의 숲을 거닐다’(눌와)도 출간했다. 관람료 8000원(본관 전시 포함). 02-541-3523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