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수 “여우주연상보다 황금사자상이 더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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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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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수는 “김기덕 감독의 전작들을 불편하게 느껴 싫어했지만, (김 감독을) 만나보니 예전보다 온화해진 느낌이 들어 ‘피에타’ 출연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조민수는 “김기덕 감독의 전작들을 불편하게 느껴 싫어했지만, (김 감독을) 만나보니 예전보다 온화해진 느낌이 들어 ‘피에타’ 출연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단정하고 똑 부러지는 인상의 조민수(47)이지만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걸 숨기지는 못했다.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인터뷰 내내 ‘그날’의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고 있었다.

9일(한국 시간) 막을 내린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조민수는 ‘사실상 여우주연상’ 수상자로 통했다. 당시 여우주연상 수상자로 유력했지만 황금사자상(최우수작품상)을 받은 작품이 다른 주요 상을 받을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아쉽게 탈락했다고 관계자와 외신들은 전했다.

아쉬움이 많았을 그에게 “만약 여우주연상과 황금사자상을 바꿔준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었다. “안 바꿔요. 여우주연상보다 황금사자상이 더 좋아요. 여우주연상을 받았다면 사람들이 이렇게 기뻐하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김기덕 감독이 황금사자상을 받았을 당시를 회고하면서 그의 목소리가 커졌다. “미국 영화 ‘더 마스터’가 먼저 남우주연상과 감독상을 받는 순간 ‘이제 됐구나’라고 생각했죠. ‘김기덕’이라고 하는 소리에 너무 크게 소리를 질러서 목이 다 아팠어요. 감독님은 앉아있고 우리는 서서 박수를 막 쳤어요. 집 나가면 애국자 돼요. 외국인들 앞에서 최고상을 받는 게 정말 좋았어요.”

상을 탄 이후의 융숭한 대접을 떠올리면서 목소리 톤은 더 올라갔다. 그는 “폐막식 뒤 파티 참석해 드레스와 턱시도를 입은 외국 배우들이 못 들어오는 걸 보고 ‘니들은 못 들어오지’라고 생각하며 짜릿해했다”고 말했다.

당찬 이미지에 걸맞게 김 감독도 유독 그에게는 약한 모습을 보였다. 기자회견이나 TV예능 프로그램에서 그는 김 감독의 말을 끊기도 했다. “감독님이 사실 자기 자랑을 너무 많이 해요. 하지만 그런 모습 때문에 김 감독의 진가를 몰라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가끔 끊어요. 그분은 한이 많아서 그래요.”

촬영장에서도 김 감독의 이름값에 주눅 들지는 않았다. 그는 장면 장면에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했고 결국 김 감독은 별다른 연기 지도 없이 배우의 의견을 따랐다. “김 감독님은 작가주의 감독이기 때문에 전작들에서는 배우가 많이 안 보이더라고요. 배우를 이용해서 자기 얘기를 전달하면 되는 분이니까요. 그래서 더 철저하게 준비했어요.”

강도(이정진)가 엄마라고 찾아온 여자(조민수)의 주요 부위를 만지는 장면 등은 그의 제안에 따라 폭력성과 선정성의 수위가 완화됐다.

영화제에 다녀온 뒤 그를 보는 시선은 달라졌다. ‘모래시계’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 등에 출현해 주로 드라마 배우로 기억돼온 그에게 이제 영화배우란 타이틀이 어색하지 않다. “인터넷도 안 해서 요즘 저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하는지 잘 몰라요.(드라마 출연이) 좋은 추억이지 변화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차기작도 아직 안 정했어요.”

적지 않은 나이지만 “아름다움과 힘 있는 연기력을 갖춘 배우”라는 평가가 나온다고 그에게 말했다. “정말요? 앗싸! 어릴 적에는 ‘수컷은 나이 먹으면 멋있어지는데 암컷은 왜 이렇게 안 예쁠까’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제 주름이 져도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가렵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피에타#조민수#베니스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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