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밤 하늘 별 따라… 추억 따라… 꿈 싣고 마음 싣고 Go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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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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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호텔제주의 ‘트래블 트레일러’

‘바퀴 달린 집’인 트래블 트레일러의 주인이 되어 호텔 앞 잔디광장에서 바비큐디너까지 즐길 수 있는 롯데호텔제주의 럭셔리 캠핑 존. 2인용부터 2인침실의 벙크하우스까지 갖춘 4인용까지 세 가지 모델의 미국산 트레일러 6대가 있다.
‘바퀴 달린 집’인 트래블 트레일러의 주인이 되어 호텔 앞 잔디광장에서 바비큐디너까지 즐길 수 있는 롯데호텔제주의 럭셔리 캠핑 존. 2인용부터 2인침실의 벙크하우스까지 갖춘 4인용까지 세 가지 모델의 미국산 트레일러 6대가 있다.

14년 전 이맘때다. 미니 밴으로 미국을 횡단 종단할 계획을 세웠다. 샌프란시스코(캘리포니아 주)를 출발해 태평양을 따라 남행하다가 로스앤젤레스에서 동쪽으로 틀어 반대편 대서양까지 대륙을 횡단한 뒤 미국 최남단 키웨스트(플로리다 주)를 찍고 이번에는 대서양을 따라 북상해 워싱턴DC를 경유하여 캐나다와 국경인 나이아가라폭포(뉴욕 주)까지 가는 코스였다. 일정은 30일, 거리는 1만9000km. 그런데 환난으로 달러화가 1달러에 1900원까지 폭등했다. 때문에 여행예산은 반 토막 났고 계획은 수포로 돌아갈 판이었다.

줄일 거라곤 먹고 자는 것뿐. 그래서 밥을 지어먹을 싼 숙소 구하기에 나섰다. 그 와중에 발견한 게 KOA였고 1박에 20달러에 불과한 미국 전역 KOA의 통나무집 캐빈에서 숙식하며 그 긴 자동차여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KOA(Kampground of America)는 북미(미국 캐나다) 전역에 산재한 RV파크. RV(Recreational Vehicle)란 ‘모바일 홈(Mobile Home)’ 혹은 ‘트래블 트레일러(Travel Trailer)’ 같은 ‘바퀴 달린 집’을 매달고 다니는 여행용 차량을 말한다. 알다시피 모바일 홈이나 트래블 트레일러는 내부가 거실 겸 주방과 욕실, 침실로 꾸며졌다. 그런데 이 차는 아무 곳에나 세우고 숙식할 수 없다. 외부에서 전기와 상하수도를 연결해야 하기 때문인데 그런 모든 걸 제공하는 시설이 RV파크다.

KOA의 RV파크는 공원처럼 넓다. 오토캠핑장과 샤워시설은 기본. 야외 풀과 미니골프장을 갖춘 곳도 많다. 그런데 당시 내가 이용한 것은 ‘캐빈(Cabin)’이란 독채 오두막. 하루 이용료가 20달러인데 간혹 40달러짜리도 있었다. 캠핑파크다 보니 식사는 야외에서 직접 장만할 수 있다. 하마터면 포기할 뻔한 내 자동차여행은 KOA의 캐빈 덕분에 실행에 옮겨졌다. 나는 스무 개 이상의 다양한 RV파크를 이용하면서 미국인의 선진화된 캠핑문화를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롯데호텔제주의 캠핑존에서 하룻저녁 이용할 수 있는 트래블 트레일러(4인용 서베이어 305모델)의 럭셔리한 실내 거실 겸 주방공간.
롯데호텔제주의 캠핑존에서 하룻저녁 이용할 수 있는 트래블 트레일러(4인용 서베이어 305모델)의 럭셔리한 실내 거실 겸 주방공간.
최근 롯데호텔제주(총지배인 박재홍)에서 아주 특별한 것을 보았다. 호텔 앞 300여 평의 잔디밭에 주차된 트래블 트레일러(6대)였다. 이 트레일러는 글램핑 개념의 ‘캠핑 바비큐디너’를 위한 소품. 그 멋진 트레일러를 보는 순간, 나는 열세 시간의 파리∼서울 비행항로보다도 더 긴 1만9000km의 미국 종·횡단 자동차여행 도중 매일매일 KOA의 RV파크에서 피곤한 몸을 누일 때마다 언젠가는 내 옆에 서 있던 이와 똑같은 트래블 트레일러를 직접 몰고 여행하리라던 다짐이 불현듯 떠올랐다.

롯데호텔제주에 등장한 트레일러는 포레스트리버 RV사(미국)가 제작한 ‘서베이어(Surveyor)’시리즈의 301, 302, 305모델이다. 서베이어는 차체를 알루미늄으로 만들어 SUV도 끌 수 있게 ‘경량화’하고 거실 및 침실을 차체 밖으로 밀어내 공간을 확장시켜 주는 ‘플러시 플로어 슬라이드(Flush Floor Slide)’시스템을 갖춘 브랜드. 크기는 가장 작은 301(2인용)도 길이 10.8m에 너비 2.4m, 높이 2.9m. 퀸사이즈 베드가 들어갈 정도다. 가장 큰 305는 2층 침대에 소파까지 갖춘 ‘벙크 하우스(Bunk House)’가 추가된 4인용.

그날 저녁은 평생 기억될 만했다. 그토록 꿈꿔온 서베이어 305의 주인이 되었으니. 물론 오후 6시부터 단 네 시간의 ‘한여름 밤의 꿈’이긴 했어도. 트레일러 앞에는 제각각 카바나(Cabana·야외휴식용 햇빛 가림 공간)가 추가됐다. 그 아래엔 테이블과 의자가 놓였다. 그리고 미국 가정에서 쓰는 전용 바비큐 스테이션(가스사용)이 갖춰져 있었다. 바비큐의 식재료는 호텔 주방이 직접 장만해 제공한 것이었는데 한우와 흑돼지, 소시지에 로브스터까지 올랐다. 고기는 모두 제주산인데 한우는 서귀포시에서 독점 공급하는 ‘보들결’이란 브랜드의 서귀포산 청정한우다. 수도 없이 많은 밤을 이 제주도에서 보내왔지만 트래블 트레일러 여행자가 되어 RV파크의 잔디밭에서 바비큐를 하는 체험은 정말로 뜻밖이었다. 그러면서 다시금 다짐했다. 기필코 내년에는 미국 전국을 트래블 트레일러로 다시 여행하겠다고.
▼ 스키장·골프장서 즐기는 럭셔리 ‘글램핑’ ▼
“몸만 오세요”… 숲-초원으로 숙식 배달하는 ‘신들의 캠핑’


골프장 아난티클럽서울의 잣나무 숲속의 텐트에서 하루를 보내는 ‘캠핑 인 더 포리스트’의 풀사이드 바비큐디너 모습. 참가자들은 온종일 회원전용 야외풀을 즐길 수 있다.
골프장 아난티클럽서울의 잣나무 숲속의 텐트에서 하루를 보내는 ‘캠핑 인 더 포리스트’의 풀사이드 바비큐디너 모습. 참가자들은 온종일 회원전용 야외풀을 즐길 수 있다.
요즘 글램핑(glamping)이 대세다. 글램핑이란 ‘사람을 매혹하는’이란 영단어 ‘glamorous’와 캠핑(camping)의 합성어. 설치한 텐트에 의자 식탁 침대(혹은 매트)는 물론이고 바비큐그릴과 랜턴 식기 등 모든 캠핑장비까지 갖추고 음식재료까지 제공한다. 캠핑마니아 입장에서 보면 ‘영혼을 잃은 캠핑’. 그러나 그 즐거움만 누리고픈 귀차니스트에겐 ‘신들의 캠핑’이 아닐 수 없다. 잠깐의 희열을 위해 들이는 시간과 수고, 경비가 만만치 않아서다.

캠핑은 멋진 여행이다. 그러나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건 아니다. 아마도 많은 이가 경험했을 줄 안다. 열정이 앞서 큰돈 들여 장비를 구입하지만 어느샌가 애물단지로 변한 채 캠핑이 저만치 멀어진 것을. 그래서 등장한 게 글램핑이다. 1년에 한 번 정도 캠핑을 꿈꾸는 이라면 글쎄. 글램핑이 최선이 아닐까 싶다.


글램핑도 천차만별이다. 장소가 호텔 정원부터 캠핑장까지, 바비큐 식사처에서 텐트숙박 캠핑까지. 오늘은 그중 아주 특별한 것을 소개한다. 스키장 푸른 초원에서 잠까지 자며 바비큐를 즐기는 곤지암리조트(경기 광주시)의 ‘캠핑존 위드 라퓨마’, 골프장 숲 속의 텐트와 클럽하우스의 야외 풀에서 지내며 바비큐디너를 하는 아난티클럽서울(경기 가평군 설악면)의 ‘캠핑 인 더 포리스트’다. 전 세계 어디서도 만날 수 없는 이 럭셔리 글램핑을 만나보자.

곤지암리조트 이곳은 가까워 좋다. 서울 강남과 신도시 분당에서는 마트에 장보러 가는 식으로 오간다. 일산서도 80km니 한 시간 거리다. 그런데 그 한 시간에 세상은 천지개벽한다. 아파트와 빌딩의 잿빛도시에서 숲과 풀로 뒤덮인 초록자연으로. 서울 근교인데도 공기가 차고 맑고 신선하다. 숲도 울창하고 숲가 슬로프의 풀밭도 기막히다. 겨울엔 스키장, 나머지 계절엔 야외공연과 영화관람, 피크닉런치 파크로 이용되는 그 풀밭. 캠핑존은 거기다.

대개 호텔이 운영하는 글램핑에선 텐트가 그저 바비큐 디너 장소로만 제공된다. 그런데 ‘캠핑존 위드 라퓨마’는 다르다. 풀밭의 텐트에서 잠도 잔다. 전기가 가설돼 선풍기도 틀고 스마트폰 충전도 된다. 와이파이도 터져 일반 캠핑장과 달리 문화생활에 제약이 없다.

곤지암의 캠핑존은 계곡 가까이 있다. 계곡은 숙박동의 지하 2층 현관 앞. 자연 상태 계곡은 개발 시 그대로 보전한 것이다. 한낮 이곳은 아이들 세상. 하지만 해질 녘이면 슬로프 아래 캠핑존의 너른 풀밭이 놀이터가 된다. 거기서 비행기 날리며 마음껏 뛰노는 아이들. 캠핑존 앞으로 영화처럼 펼쳐지는 풍경이다. 물끄러미 그걸 바라보는 부모들. 푸짐한 여유에 만족한 표정이다.

오후 6시. 텐트마다 바비큐로 바쁘다. 제공된 모둠 바비큐세트를 보자. 오겹살과 목살, 소시지에 각종 야채와 마늘 고추에 파절임까지 담겼다. 아이스박스에는 끓이기만 하면 되도록 냄비에 담은 된장찌개와 즉석조리 밥도 있다. 슬로프를 밝힌 조명으로 주변은 밝다. 그런데도 분위기를 위해 텐트마다 랜턴을 밝힌다. 해진 후 캠핑존은 기온이 24도까지 떨어진다. 스마트폰에 연결한 작은 스피커로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조반니’를 틀었다. 실내서 듣던 것과는 느낌이 전혀 달랐다. 거기서 즐기는 와인 한 잔의 여유. 호사가 아닐 수 없다.

아난티클럽서울의 클럽하우스에 딸린 이 풀은 회원전용이지만 여름 한철 ‘캠핑 인 더 포리스트’ 이용객에게만큼은 개방된다. 건너편 터프 아래서 바비큐디너가 진행된다.
아난티클럽서울의 클럽하우스에 딸린 이 풀은 회원전용이지만 여름 한철 ‘캠핑 인 더 포리스트’ 이용객에게만큼은 개방된다. 건너편 터프 아래서 바비큐디너가 진행된다.
아난티클럽서울 골프장만큼 조경이 완벽한 곳은 없다. 그래서 갈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한다. 페어웨이를 산책하거나 코스 밖 숲에서 캠핑한다면 얼마나 좋을지. 골퍼는 플레이하느라, 비골퍼는 접근이 허락지 않아 언감생심의 꿈이다. 그런데 그걸 실현시킨 곳이 있어 찾았다. 아난티클럽서울(경기 가평군 설악면)이다. 숲 속에 텐트는 물론이고 클럽하우스와 야외 풀, 테니스코트까지 제공한다. 그것도 비골퍼와 비회원에게. 올여름 시작한 ‘캠핑 인 더 포리스트’다.

지난 주중이었다. 풀엔 어린이 10여 명뿐이다. 어른도 그 정도뿐인데 모두 풀사이드의 비치베드에서 책을 읽거나 잠을 자고 있었다. 어느 호텔서도 볼 수 없는 이 한가로움. 놀랄 뿐이다. 이 주변은 울창한 숲. 대부분 아름드리 잣나무다. 텐트는 그 숲 속 산기슭에 있었다. 숲 속은 온통 풀벌레와 새들의 노래 소리뿐. 의자 깊숙이 몸을 묻은 채 눈을 감고 그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자 이번엔 코끝으로 숲 향이 전해왔다. 잣나무에서 풍기는 풋풋한 솔 내음과 숲 바닥 두터운 낙엽더미에서 피어오른 습기 촉촉한 향기였다.

오후 5시 반 바비큐파티가 시작됐다. 장소는 풀 사이드의 대형터프(비나 햇빛을 가리는 낱장의 천막) 안 식탁. 바비큐 그릴 주변은 돼지갈비며 닭다리와 날개, 소시지를 굽느라 부산했다. 숲 속 텐트에서 지내다 모인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 이렇게 멋진 숲에서 이렇듯 조용하고 한가로이 휴식할 수 있다는 게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고. 그것도 서울 근교에서. 동감이다. 이곳은 샤워장도 최고급호텔 수준이다. 숲 속 텐트에서 책을 읽다가 야외 풀에 몸을 담갔다가 그리고 짬짬이 퍼팅그린에서 연습까지. 여기서 하루를 보내고 나니 휴가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굳이 멀리 떠날 필요가 없다는. 휴식도 진화하는 게 분명하다.

글·사진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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