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티시즘의 고전 ‘O 이야기’ 청소년 유해물 결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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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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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일적인 시각 강요” vs “성적 표현 지나쳐”… ‘그레이의 그림자’도 23일 심의

예술인가 외설인가. 예술적 자유와 사회적 포용을 둘러싼 끊이지 않는 논쟁이 이번엔 반세기 전 프랑스 에로티시즘 소설에 옮아붙었다.

출판문화산업진흥원 내 간행물윤리위원회는 최근 폴린 레아주의 장편소설 ‘O 이야기’(문학세계사)를 청소년유해간행물로 심의 결정했다. 출판물 심의는 출판문화산업진흥법 등에 따라 사후 심의로 진행되고 있다. 위원회는 심의결정문에서 “‘혼음, 가학·피학적이거나 기타 변태적 성행위 등 남녀 혹은 여성 간의 성행위 장면’이나 ‘여성의 특정 부위에 링을 달고 인두를 이용해 남성의 이니셜을 새겨 넣는 장면’ 등을 묘사 수록했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O 이야기’는 1954년 프랑스 여성작가인 레아주(본명 안 데클로스·1907∼1998)가 발표한 에로티시즘 문학의 고전. 특히 마조히즘(성적 학대를 받아 만족감을 느끼는 상태)에 대한 냉철한 분석으로 프랑스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널리 읽혀왔다. 국내에서는 1980, 90년대 해적판으로 떠돌았고 이번에 정식 판권을 구입한 첫 완역본이 나왔다.

문학세계사는 결정에 불복해 이달 말 재심을 청구할 예정이다. 김요일 문학세계사 이사는 “미성년들 얘기도 아니고 성인 여성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성(性)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것이 왜 문제인지 모르겠다. (윤리위가) 획일적인 시각을 강요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청소년유해간행물로 최종 확정되면 책 앞뒷면에 ‘19세 미만 구독 불가’ 문구를 표시하고 비닐로 책을 포장해야 한다. 이 ‘19금 책’들은 별도의 서가에서 판매되기 때문에 출판사로서는 유통에도 차질을 빚게 된다.

출판문화산업진흥원 김성만 심의지원부장은 “그쪽 세계(에로티시즘)에서는 고전이라고 하지만 결국 표현의 구체성, 자극성 등을 본다. 전반적인 맥락에서 (성적 표현의) 질과 양을 고려해 결정한 것”고 말했다.

현재 ‘O 이야기’ 외에도 굵직한 에로티시즘 소설들이 줄줄이 심의를 기다리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사디즘(성적 가학 행위에서 만족을 느끼는 상태)의 어원이 된 마르키 드 사드의 ‘소돔의 120일’(동서문화사), SM(사디즘+마조히즘)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최근 화제작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1, 2권’(시공사)이 각각 23일 심의를 앞두고 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O이야기#유해물#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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