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법 위반 에미넴의 ‘입’에 달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3일 03시 00분


19일 내한공연 에미넴, 선곡리스트에 유해 노래 빼 ‘12禁’ 결정

에미넴은 백인으로서 힙합계를 평정한 입지전적 인물이자 노골적인 성과 폭력 묘사, 욕설이 담긴 가사로 늘 논란을 몰고 다닌 ‘트러블메이커’다. 동아일보DB
에미넴은 백인으로서 힙합계를 평정한 입지전적 인물이자 노골적인 성과 폭력 묘사, 욕설이 담긴 가사로 늘 논란을 몰고 다닌 ‘트러블메이커’다. 동아일보DB
19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미국의 세계적 힙합 스타 에미넴(본명 마셜 브루스 매더스 3세·40) 공연의 등급결정에 얽힌 속사정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그의 첫 내한 공연 등급은 ‘만 12세 이상’이다. 그의 히트곡 대부분이 여성 비하와 동성애 혐오, 선정적인 가사로 국내에서는 청소년 유해물로 판정된 것을 감안하면 뜻밖이다. 공연 등급은 기획사와 주최사가 결정하지만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가 청소년 유해물로 판정할 경우 ‘18세 이상’이 된다. 4월 레이디 가가 공연의 등급은 처음에는 ‘12세 이상’이었지만 영등위가 청소년 유해물로 판정을 번복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 에미넴 공연 12세의 속사정?

에미넴은 백인이면서도 뛰어난 랩 실력과 신랄한 표현으로 기성 권위에 도전하는 아이콘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이번 공연은 정규 7집 ‘리커버리(Recovery)’ 위주로 진행되는 투어다. 에미넴은 유럽과 북미 등에서 열린 공연에서도 이 앨범의 대표곡들을 불렀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여성가족부에서 이 앨범을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판정했다.

공연 주관사인 액세스 ENT는 공연 추천을 받기 위해 영등위로 에미넴의 프로필과 사진, 예상 선곡 리스트를 보내 청소년 관람에 문제가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노래 중 심한 욕설이 있는 부분은 마이크를 관객들에게 넘기거나 비트 박스로 바꿀 수 있다는 내용도 들어갔다. 액세스 ENT 문소현 팀장은 “에미넴이 한국 공연과 관련한 규정을 알고 있는 아티스트라는 의견도 영등위에 함께 전달했다”고 말했다.

○ 엇갈리는 선곡 리스트와 에미넴은?

그러나 유해성 판단의 중요한 기준인 예상 선곡 리스트와 관련해 액세스 ENT와 영등위의 설명은 엇갈리고 있다.

액세스 ENT는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판정된 ‘리커버리’ 곡들을 리스트에 넣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영등위는 “선곡 리스트에는 (청소년) 유해 판정을 받은 곡이 없었다”고 밝혔다.

양측의 주장과 관계없이 실제 공연 내용은 에미넴에 의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음악세계에 고집이 센 에미넴이 문제가 될 만한 가사를 뺀 ‘클린 버전’으로 공연을 치르겠다는 기획사의 계획을 따를 가능성은 극히 낮기 때문이다.

액세스 ENT 측은 “에미넴 매니저에게 한국 공연의 특수성을 전달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에미넴이 입국하면 다시 정중히 부탁하겠지만 그가 우리의 의견을 따라줄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공연법에 따르면 청소년에게 무해하다는 추천을 받은 공연 중 유해한 콘텐츠가 나왔을 때, 공연 뒤 사후에 징역 2년 이하, 최대 2000만 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이 조항이 적용된 사례는 없다. 영등위 측은 “사전심의이기 때문에 기획사로부터 제출된 자료로만 판단할 수밖에 없다. 또 공연은 즉흥성이 있어 심의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공연계의 한 관계자는 “현행 공연법과 청소년 유해물 판정은 공연 관행을 볼 때 사실상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다”며 “결국 모든 것은 ‘에미넴의 입’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김지은 인턴기자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대중음악#에미넴#공연법#에미넴 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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