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결하고 부드럽고 강한… 화가 김홍도의 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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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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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부터 예술의전당서 목판 120여 점 특별전시회

단원 김홍도가 쓴 체화정의 ‘담락재(湛樂齋)’ 편액. 단원의 글씨를 볼 수 있는 희귀한 자료다.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단원 김홍도가 쓴 체화정의 ‘담락재(湛樂齋)’ 편액. 단원의 글씨를 볼 수 있는 희귀한 자료다.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조선후기 화가 단원 김홍도의 그림은 많이 알려졌지만 그의 글씨는 전해오는 것이 별로 없다. 김홍도는 1786년 안기 찰방(安奇 察訪) 직책을 마치고 한양으로 가다 예안 이씨 가문의 부탁으로 경북 안동 풍산읍에 자리한 정자 체화정((체,태)華亭)의 서재에 ‘담락재(湛樂齋)’라는 편액을 썼다. ‘담락’은 ‘시경’에 실린 시에서 인용한 말로, 형제간에 화합해야 진정으로 즐겁고 기쁠 수 있다는 뜻. 글씨에선 간결하고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골격을 지닌 김홍도의 붓놀림이 느껴진다.

이처럼 희귀한 김홍도의 글씨를 만날 수 있는 목판 전시회가 열린다. 한국국학진흥원과 예술의전당은 27일 오후 4시부터 다음 달 22일까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3층에서 ‘목판, 선비의 숨결을 새기다’ 특별전을 연다. 목판은 나무판에 글씨를 뒤집어 새긴 뒤 먹을 묻혀 찍어내는 것으로, 책을 찍는 책판과 글귀를 새긴 서판, 문 위나 벽에 거는 현판이 대표적이다. 특히 책의 내용을 손으로 일일이 베껴 쓰던 필사본 단계에서 나아가 다량의 책을 찍어내는 책판이 보급되면서 지식이 활발히 유통되어 조선시대 성리학과 실학이 꽃필 수 있었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단원의 ‘담락재’ 편액을 비롯해 한석봉(한호)이 쓴 도산서원 편액, 퇴계 이황이 좌우명으로 삼았던 경구를 새긴 친필 서판, 퇴계선생문집 초간본인 경자본(庚子本·1600년 간행본) 책판, 선조어필, 양녕대군의 글씨를 새긴 병풍용 판목인 후적벽부, 추사 김정희의 화수당(花樹堂) 현판 등 120여 점을 선보인다. 모든 전시품은 문중의 소장품으로 과학적 보존과 연구를 위해 국학진흥원이 기탁받아 보관 중인 목판들이다.

2000년대 초부터 ‘목판 10만 장 수집운동’을 전개해 온 국학진흥원은 조선의 기록문화를 상징하는 이 목판들을 2015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 신청할 계획이다. 지난 10여 년간 수집한 목판은 6만4000여 점으로, 주로 조선 유교의 중심지였던 경북 지역 유림들이 기탁해 왔다. 임노직 국학진흥원 목판연구소장은 “목판은 조선시대 선비들의 사상과 학문이 담겨 있는 귀중한 문화유산”이라며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신청하기에 앞서 목판의 우수성을 국민에게 알리자는 뜻에서 특별전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임 소장을 비롯한 연구원들은 발로 뛰며 문중을 설득해 목판을 수집해 왔다. 임 소장은 기억에 남는 목판으로 10여 년 전 우연히 발견한 중국고금역대연혁지도(中國古今歷代沿革之圖)를 꼽았다. 안동 권씨 병곡종택에서 조선후기 학자 병곡 권구의 문집 책판을 받아 나오는데 대청마루 밑에 널찍한 나무판이 수백 년 쌓인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심상치 않은 느낌에 들어내보니 권구가 청소년 교육을 위해 만든 동아시아 역사 연표였다.

임 소장은 “삼황오제로부터 시작되는 중국 역사와 단군으로부터 시작되는 우리 역사가 동등하게 수록돼 있었다”며 “사대주의가 아닌 우리 역사에 대한 자부심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 중국고금역대연혁지도를 만날 수 있다.

매일 4회(오후 1, 3, 5, 7시) 전시 해설을 제공하며 관람료는 없다. 02-580-1662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김홍도#목판#예술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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