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커버스토리]에로鐵… 안방鐵… 당신 얼굴은 어디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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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철? 안방철? 지하철 꼴불견 천태만상…
3000명이 털어놓은 지하철 꼴불견 천태만상

일러스트레이션=김대중 mayseoui@naver.com
일러스트레이션=김대중 mayseoui@naver.com
‘우리들은 고슴도치의 마을에서/온몸에 가시바늘을 키운다…

우리들은 고슴도치의 집에서/돌담을 높이 쌓는다….’

최승호 시인의 두 번째 시집 ‘고슴도치의 마을’(문학과지성·1985년)은 도시에 관한 이야기다. 시인이 도시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소 어둡다. 문학평론가인 유종호 전 이화여대 교수(영어영문학)는 “(최승호의 도시는) 사람들이 각박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생활 현장으로서의 도시”라고 해석했다. ‘고슴도치’는 도시의 온갖 공격을 견뎌내야 하는 도시민이다. 그들은 상처를 받을까 두려워한 나머지 가시를 세운 채 점점 더 안(내면 또는 집)으로만 숨어든다.

지하철은 각양각색의 고슴도치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목적지까지 가는 비교적 긴 시간 동안, 고슴도치들은 밀폐된 공간에서 서로가 서로를 지켜봐야 한다. 젖도 떼지 못한 아기부터 겨우 걸음을 옮기는 노인까지 지하철에서 만나지 못할 사람은 없다. 하는 일도 소득도 가치관도 모두 다른 사람들이 단지 같은 시간 같은 지하철을 탔다는 우연으로 인해 서로를 관찰하고 의식하게 된다. 도시민의 고슴도치다운 습성은 이렇듯 낯선 이들과 동행하는 지하철에서 극대화된다. 서로에 대해 ‘꼴불견’이라며 적대감을 드러내지만, 정작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직접 나서는 사람은 많지 않다.

1980년대에 시인의 눈에 발견되고도 30년 가까이 정체를 숨기고 살아온 고슴도치들이 2012년 여름 전격적인 ‘커밍아웃’을 감행했다. 동아일보 주말섹션 ‘O2’가 이달 초 SK마케팅앤컴퍼니의 ‘틸리언패널’ 3000명(20∼59세 성인 남녀)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통해서다. 조사에는 서울과 인천 경기 부산 대구 광주 대전에 살면서 지하철을 월 1회 이상 이용하는 사람만 응답하도록 했다.

○ 꼴불견 영예(?)의 1위는 ‘○○○○’

사람들은 지하철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행태 중 어떤 것을 가장 싫어할까. 이번 조사에서는 모두 18개의 ‘지하철 꼴불견’ 사례를 제시하고 응답자들에게 그중 3가지(1∼3순위)를 고르도록 했다. 영예의 1위는 조금 후 발표하도록 하고, 우선 2위부터 살펴보자.
▼ 탑승 때 밀치기, 20대는 “재수 없어” 50대는 “그 정도야∼” ▼

거나하게 술 한잔 걸치고선 지하철 역사 벤치에 널브러진 이 사람에게 어떤 사연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를 보고 사람들은 ‘꼴불견’이라 부르며 손가락질한다. 마치 자신은 한 번도 ‘꼴불견’이었던 적이 없었던 것처럼.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거나하게 술 한잔 걸치고선 지하철 역사 벤치에 널브러진 이 사람에게 어떤 사연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를 보고 사람들은 ‘꼴불견’이라 부르며 손가락질한다. 마치 자신은 한 번도 ‘꼴불견’이었던 적이 없었던 것처럼.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역시 ‘큰 소리로 통화하는 사람’이 최상위권에서 빠질 리 없다. 전체 응답자의 35.9%가 이 항목을 3순위 안에 골랐다. 이와 함께 ‘소음공해’의 범주에 들어가는 ‘아이들이 떠드는데도 제지하지 않는 부모’(21.8%), ‘삼삼오오 모여 떠드는 사람’(18.2%), ‘이어폰을 꽂지 않고 TV나 동영상을 시청하는 사람’(17.8%)이 6∼8위에 올랐다. 소음 문제에 대해서는 남자가 여자보다 더 민감했다.

여성들은 ‘자리’ 문제에 훨씬 많은 신경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3위에 오른 ‘나이가 좀 많다고 무조건 자리 비켜 달라는 사람’을 여자의 30.2%(남자 23.4%)가 꼴불견으로 꼽았다. ‘쩍벌남’을 꼽은 여성도 26.5%(남성 21.0%)나 됐다. 반면 ‘경로우대석에 뻔뻔하게 앉은 젊은 사람’에 대해서는 여성의 경우 남성(18.7%)의 절반도 안 되는 8.9%만 꼴불견이라고 응답해 자리에 대한 여성들의 ‘집착’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다만 ‘자리가 나자마자 뛰어와서 억지로 앉는 사람’의 경우는 ‘아줌마의 전유물’로 인식되고 있는 만큼 남성 응답의 비율이 여성보다 다소 높았다.

조금 오래되긴 했지만, 일상문화연구회가 펴낸 ‘일상 속의 한국문화’(나남·1998년)에는 프랑스 그랑제콜인 파리정치학교 정수복 강사(한국학)가 쓴 ‘지하철 속의 일상문화’란 글이 있다. 그는 “우리들이 지하철 속에서 겪는 냄새 체험도 다양하다. (중략) 퇴근시간이나 차가 밀리는 토요일 오후, 많은 사람이 지하철 속으로 밀려들어오면 지하철 속은 숨쉬기마저 어려운 지옥철로 바뀌고 만다”고 했다.

이처럼 폐쇄된 공간에서의 냄새는 불쾌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냄새에 관한 꼴불견들은 지하철 이용자들로부터 얼마나 지적을 받았을까. 그 최고봉은 역시 술. ‘술 냄새나 고기 냄새가 심한 사람’이 14.5%의 응답률로 9위에 올랐다. 그러나 ‘음식 냄새 풍기며 먹는 사람’과 ‘향수나 화장품 냄새 심한 사람’은 각각 9.0%, 4.4%로 순위가 높지 않았다.

그렇다면 꼴불견 1위는 누가 차지했을까. 바로 ‘심한 애정행각을 벌이는 연인’이 그 주인공이었다. 3순위 내에 ‘애정행각’을 꼽은 이가 무려 44.1%나 됐다. 지하철을 타는 사람 2명 중 1명은 애인 사이로 보이는 젊은 남녀를 보며 눈살을 찌푸린 적이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부분이 있다. 연령대별 편차다. 50대에서는 무려 54.3%라는 기록적인 비율이 나왔지만 20대에선 그것이 30.0%밖엔 되지 않았다. 20대의 답변만 놓고 보면 ‘나이가 좀 많다고 무조건 자리를 비켜 달라는 사람’(35.9%)과 ‘큰 소리로 통화하는 사람’(32.0%)이 오히려 애정행각보다 더한 꼴불견 행동이었다. 직업군별로는 전업주부(57.4%)가 애정행각을 가장 눈꼴사나워했고, 비교적 최근에 ‘전과’가 있을 가능성이 큰 대학생(25.5%)들은 상대적으로 관대한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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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꼴불견들로 가득한 지하철

‘꼴불견’이란 단어가 주관적이긴 하다. 하지만 그것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 특히 둔감한 사람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라도 민감한 사람에겐 심한 불쾌감을 줄 수 있다.

고하리 스스무(小針進) 일본 시즈오카(靜岡) 현립대 교수(국제관계학)는 ‘한국과 한국인’(이지북·2001년)에서 한국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배려하지 않는 사회’라고 표현했다. 그의 설명은 대략 이렇다.

“외국인으로서 한국에 거주하며 관찰해 보면 어떤 의미에서 한국은 ‘긴장감이 없는 사회’라고 느낄 때가 많다. 한국에선 주위의 모르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기 때문에 큰 소리를 내도 상관이 없다. 한국인이 악의가 있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에 대해 신경 쓰지 않고 살아온 환경 탓이다.”

이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또 11년 전과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그러나 이번 결과를 보면 그의 비판을 쉽게 무시하긴 힘들다. 조사대상 4명 중 3명이 지하철에서 꼴불견을 ‘자주 또는 가끔 본다’고 답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 비율은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이하 수도권·80.8%)에서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지방 광역시(이하 지방·70.6%)보다 높았다.

한국의 지하철에서 타인의 꼴불견들로 인한 스트레스 지수가 매우 높고, 그 정도가 수도권에서 더 심하다는 사실만큼은 확인된 셈이다. 그리고 꼴불견 스트레스는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 5년 전보다 지하철 꼴불견들이 ‘더 많아졌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67.3%로 ‘더 적어졌다’(11.8%)는 답변을 압도했다.

꼴불견보다 상황적 위험도를 높인 ‘정신적 신체적 위협’으로 질문을 바꿔봤다. 여기에도 ‘직접 당한 적이 있다’는 답변은 16.8%, ‘목격한 적이 있다’가 32.5%나 나왔다.

흥미롭게도 ‘위협’으로 스트레스 요인의 정도가 격상되면 ‘꼴불견’에선 보이지 않던 남녀 격차가 나타난다. 여자(23.9%)가 남자(9.9%)보다 훨씬 많은 피해를 당했다고 응답한 것이다. 특히 30대 여성(31.0%)과 20대 여성(28.7%)이 위협에 가장 많이 노출돼 있었다. ‘정신적 신체적 위협’의 종류로는 여자의 경우 대부분이 ‘성희롱 및 성추행’(70.8%)이었다. 반면 남자들은 ‘폭언’(63.8%)을 가장 많이 겪었다. 꼴불견처럼

5년 전보다 위협이 가해지는 상황이 ‘더 많아졌다’(56.1%)는 답변이 ‘더 적어졌다’(13.7%)보다 훨씬 많았다. 지하철 안 풍속도는 갈수록 각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찬호 성공회대 초빙교수(문화인류학)는 “한국처럼 공공장소에서의 긴장감이 떨어지는 곳이 없다. 즉 우리나라에선 공공성에 대한 배려가 적다”며 “이는 도시화의 진행속도가 워낙 빨라 낯선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기 위한 사회적 준비를 할 틈이 없었던 탓”이라고 말했다.

○ 지하철에서 불거진 세대갈등

고려대 한국사회연구소가 2007년 20∼59세 성인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한국인의 갈등의식 조사’를 보면 10명 중 4명(39.5%)이 세대갈등이 ‘심각하다’ 또는 ‘매우 심각하다’고 답했다. 심각하지 않다는 답변은 12.3%에 불과했다.

앞서 지적한 ‘애정행각’에서도 드러나지만, 지하철 꼴불견들도 이러한 세대 간 갈등과 맞닿아 있다. 50대의 눈엔 젊은 남녀의 애정행각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비상식적 행동이다. 그러나 그들의 눈은 ‘나이가 좀 많다고 무조건 자리 비켜 달라는 사람’(20.0%)이나 ‘이어폰을 꽂지 않고 TV나 동영상 시청하는 사람’(10.1%)에 대해서는 관대했다.

50대와 가장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20대 중 그 두 항목이 꼴불견이라고 답변한 사람들은 각각 35.9%, 24.5%나 됐다. 또 ‘내리거나 탈 때 앞 사람을 심하게 밀치는 사람’에 대해도 20대의 지적 비율(20.5%)이 50대(5.9%)의 4배에 가까웠다. 20대가 보기엔 ‘정말 무례하다’는 행동에 대해 50대는 ‘뭐 그 정도 가지고’란 생각을 갖기 일쑤고, 그 대신 50대가 용서할 수 없다고 보는 행동에 대해 20대는 무감각하다는 얘기다.

이런 세대갈등은 ‘꼴불견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고르는 문항에서 극에 달했다. 50대의 절반가량(무려 50.8%)이 꼴불견하면 ‘대학생 커플’을 떠올렸다. 그만큼 대한민국의 기성세대들이 개방적인 애정 표현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50대가 떠올린 꼴불견 이미지 2위는 ‘20대 된장녀’(13.0%)였다.

20대도 꼴불견 1위로는 ‘대학생 커플’을 꼽았다. 하지만 ‘자기반성’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듯하다. 꼴불견 1위는 맞지만 선택비율(22.8%)은

50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 대신 20대의 생각 속에서는 ‘50대 아줌마’(20.6%)나 ‘50, 60대 아저씨’(20.3%)가 주로 꼴불견 행동을 하는 사람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전우영 충남대 교수(심리학)는 “50대는 굉장히 집단주의적 문화에, 20대는 개인주의적 문화에 익숙하다”며 “우리 사회에서 문화가 너무 급격히 바뀌다 보니 세대에 따라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철학자인 강신주 문사철 기획위원은 “세대갈등은 노인과 젊은이 두 세대가 모두 서로에게 피해의식이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서로를 이해하기에 앞서 ‘내 것을 뺏겼다’고 생각하다 보니 갈등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농경시대에는 노인이 ‘지혜의 보고’였지만, 과학기술이 발전한 현대 도시생활에선 ‘얼리어답터’인 젊은이가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된 점이 세대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해석했다.

고 최상진 중앙대 명예교수(심리학)는 2003년 ‘한국심리학회지: 사회문제’에 투고한 ‘지하철에서 누가, 왜 자리를 양보하는가?’란 논문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노약자의 유교문화적 전통 시각과 젊은이의 서구문화적 현대 시각이 상충할 때 자리 양보 상황에서 첨예한 갈등이 야기되며, 이러한 불유쾌한 경험들은 결국 상대 집단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을 확대·재생산시키고, 나아가 세대간 불신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함유하고 있다.”

○ 이중적 심리가 난무하는 밀폐된 공간

지금 당신이 탄 지하철에서 누군가가 큰 소리로 전화를 하고 있다. 한산한 지하철이 들썩거릴 정도로 시끄럽다. 잠깐이라도 잠을 청하려 했던 당신은 그 사람에게 조용히 해 달라고 부탁을 하겠는가.

이번 조사에 응한 사람들 중 ‘무조건 또는 때에 따라 꼴불견 행위를 지적한다’고 답한 이는 20.2%뿐이었다. 5명 중 4명은 그냥 모른 척 넘어간다는 것이다. 남자(24.5%)가 여자(15.8%)보다는 지적하겠다는 답변이 많았다. 그런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모바일메신저로 지하철 꼴불견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데는 여자(36.1%)가 남자(29.2%)보다 더 적극적이었다. 연령별로는 당연히 나이가 어릴수록 직접적인 지적보다 모바일을 통한 공유의 비율이 높았다. 대표적으로 20대 여성의 경우 40.3%가 ‘SNS나 메신저로는 공유하지만 직접 나서서 지적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사람들이 직접 나서서 꼴불견을 지적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남자들은 대부분 ‘귀찮은 일에 말려들 수도 있을 것 같아서’(63.5%)라고 답했다. 여자도 같은 이유(43.7%)가 가장 컸지만 ‘해코지를 당할까 무서워서’라는 답변(29.8%)이 상당히 많았다.

이처럼 사람들은 지하철 꼴불견을 보더라도 그냥 모른 척 지나가려는 경향이 짙다. 그러나 속으로는 대부분 ‘누군가가 저 사람을 제지해 줬으면’ 생각하고 있었다. 꼴불견의 경우 87.2%가 다른 사람의 조치를 희망했고, 정신적 신체적 위협에 대해서는 그 비율이 90%가 넘었다. 이런 희망은 여성일수록 더 강했다.

정태연 중앙대 교수(심리학)는 “문제 해결을 직접 시도하지 않는 것이 오늘날에는 가장 좋은 대처 방안인 것”이라며 “이는 내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정당한 문제 제기가 상대방의 어떤 행동 혹은 반응을 부를지 전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부진 명지대 교수(아동학·인류학)는 전통적 가치에서 해답을 찾았다.

“전통적인 마을공동체사회는 권위를 인정받는 집단, 즉 어른이나 명망 있는 학자가 윤리적 통제를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권위가 모두 실종됐죠. 일상에서 이뤄지는 개인의 행동은 모두 본인의 책임 하에 관리되는 시대가 됐어요. 그러나 꼴불견을 봤을 때 자신이 직접 지적하는 건 싫으면서 다른 사람이 대신 조치를 취해주길 바라는 건 아직도 전통적 가치에 기대려고 하는 경향이 짙다는 뜻입니다.”

독일의 철학자 게오르크 지멜(1858∼1918)은 1903년 쓴 ‘대도시와 정신적 삶’에서 이렇게 말했다.

“서로에 대한 대도시인들의 정신적 태도는 형식적 측면에서 속내 감추기라고 볼 수 있다.(중략) 외적으로 속내를 감추는 이러한 태도 속에는 단지 냉담함이 들어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의식하는 것보다 더 자주 은밀한 반감, 상호 적대감과 반발심이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심적 상태는 어떤 계기에서든 가깝게 접촉하는 순간 당장 증오와 투쟁으로 번질 수 있을 것이다.”―‘지멜의 모더니티 읽기’(새물결·2005년)

2011년 한 해 동안 서울메트로(1∼4호선)와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를 이용한 승객은 수송인원(승차인원+유입인원) 기준으로 24억 명. 9호선과 지방의 지하철까지 더하면 이 수는 훨씬 늘어나 총인원은 30억 명에 육박할 것이다. 30억 명이 만들어 내는 천문학적 숫자의 다양한 상황들이 매년 지하철에서 발생하는 셈이다.

대도시의 고슴도치들은 이렇듯 극도의 불확실성 속에 내몰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오늘도 날카로운 가시를 곧추세우며 다른 고슴도치들의 행태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채널A 영상] 욕설-폭행 ‘지하철 막말녀’…불상사 왜 반복되나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지하철#꼴불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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