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열기는 심장에 무리를 줄 수 있습니다. 건강하게 여름을 맞으려면 열기를 살살 식혀줘야 하지요. 대나무의 서늘한 기질을 지닌 피리나 단소로 연주한 음악을 들으면 도움이 됩니다. 찌는 듯한 한여름에는 대금이 제격이죠.”
이승현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음악치료센터장(48)의 조언이다. 그는 한의학과 음악을 접목해 환자를 치료한다. 음악치료라고 하면 주로 서양악기와 서양음악을 떠올리지만 이 교수는 소고, 장구, 징 등 국악기를 치료에 도입했다. 그는 30일부터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 오전 9시 서울 성북동 삼청각에서 ‘한방치유 음악회-동행’을 진행한다.
이 교수는 이화여대 성악과 출신. 독일 유학 준비 중 성대에 무리가 와 성악가 대신 교육자의 길을 걷기로 결심하고 경희대 교육대학원에서 음악교육을 전공했다. 석사논문을 쓰다가 중국 의서인 ‘황제내경’에 동양음악의 오음(五音)인 ‘궁상각치우’가 기록된 것을 보고 눈이 번쩍 뜨였다. 국악에 관심이 많던 그였다. 대학 때는 황병기 교수의 ‘국악개론’ 수업을 들었고, 석사 논문 주제는 ‘독일 리트와 한국 전통 가곡의 음악적 표현방법의 비교 연구’였다.
오음과 한의학 간 연관성을 알고자 경희대 한의대에서 ‘황제내경’을 가르치는 박창국 교수를 찾아갔다. “교수님, 한의학에서 궁상각치우는 어떻게 쓰이는 건가요?” 박 교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박 교수 역시 예과 2학년 때 서울대 국악과를 찾아가 오음이 음악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질문했다는 것. 이후 그는 경희대 한의대 연구조교로 채용된 뒤 한의학 박사 학위까지 취득했다. 그간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했다. 어려운 한문과 출발점이 다른 ‘이방인’으로 겪는 설움도 감내해야 할 몫이었다.
그는 음악을 오음과 나무, 흙, 불, 쇠, 물로 구분되는 악기의 성질에 맞춰 분류한다. 나무의 성질은 봄의 새싹처럼 치고 나가는 기운을 지녔다고 한다. 박사 논문을 위해 농촌진흥청 산하 잠업(蠶業)시험장에서 누에알에 나무 성질의 음악을 들려주자 평소보다 5일 이상 빨리 부화했다고 그는 전했다.
“서양의 음악치료가 심리학에 바탕을 둔다면 한방음악치료는 인체 정신기혈의 균형을 조절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아무도 앞서 가지 않은 길이라 할 일이 무척 많습니다.” 한방치유음악회 문의는 02-765-3700(내선번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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