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36>목지절야필통두(木之折也必通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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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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木: 나무 목 之: 어조사 지 折: 꺾을 절 也: 어조사 야
必: 반드시 필 通: 통할 통 두 : 좀벌레 두

모든 일은 조짐이 있다는 의미로서 한비는 말한다. “나무가 부러지는 것은 반드시 좀벌레를 통해서이고, 담장이 무너지는 것도 반드시 틈을 통해서이다. 비록 나무에 좀벌레가 있더라도 강한 바람이 불지 않으면 부러지지 않을 것이고, 벽에 틈이 생겼다 하더라도 큰비가 내리지 않으면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木之折也必通두, 牆之壞也必通隙. 然木雖두, 無疾風不折; 牆雖隙, 無大雨不壞·한비자 망징 편)”

어떤 일이든 징조가 보이다가 결국 결정적일 때 무너지게 된다는 것이다. 한비는 나라가 망하는 조짐을 마흔일곱 가지로 나누어 열거하면서 군주와 신하, 경제나 군사, 외교, 사회 등 사회 전반에 걸쳐 폭넓게 나타나는 조짐(兆朕)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즉 한비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조짐으로 보았다. 나라는 작은데 신하의 영지는 크거나, 임금의 권세는 가벼운데 신하의 세도가 심하거나, 법령을 완비하지 않고 지모와 꾀로써 일을 처리하거나 나라를 황폐한 채로 버려두고 동맹국의 도움만 믿고 있는 경우, 신하들이 헛된 담론이나 일삼고 문객들은 갑론을박이나 일삼으며 상인들이 재물을 다른 나라에 쌓아놓아 백성들을 곤궁하게 할 경우, 군주가 궁전과 누각과 정원을 꾸미는 등 호사스러운 생활을 할 경우, 사회 전반에 귀신을 섬기고 점괘를 믿으며 제사나 좋아하는 경우 등등이다. 이런 몇 가지 사례들을 보면 오늘날의 상황과 비교해도 별로 다를 바 없다.

물론 이러한 망할 징조는 은나라의 폭군 주왕(紂王)의 경우에도 여지없이 입증된다. 왕이 되자 상아 젓가락을 만들고 주지육림에 빠지면서 은나라의 패망은 예견됐던 것이다.

그런데 한비가 말하는 망징(亡徵)의 개념은 반드시 망한다는 선언적 의미가 아니고 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도 담고 있다는 점이다. 한비의 말은 벌레 먹은 나무와 틈이 생긴 벽일지라도 강한 바람과 큰비를 이겨내도록 빨리 조처를 취해야만 파국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며, 이것이야말로 명군(明君)의 자질이라는 것이다.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
#한자#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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