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세월, 구상과 추상 사이에서 찾은 한국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15일 03시 00분


팔순 맞은 민경갑씨 초대전

민경갑 ‘자연과의 공존 11-8’.
민경갑 ‘자연과의 공존 11-8’.
한국화단의 원로인 유산(酉山) 민경갑 씨는 “자연은 내게 있어서는 좋은 스승이며 언제나 변함없는 정다운 벗”이라고 즐겨 말한다. 자신의 말 그대로 화가는 자연을 평생 길잡이로 삼아 전통 수묵화의 틀에서 벗어난 한국화의 새로운 정체성을 모색하는 실험을 거듭해 왔다.

올해 팔순을 맞는 그가 60여 년 걸어온 한국화 외길을 돌아보는 전시가 서울시립미술관 본관(6월 3일까지)과 남서울미술관(7월 8일까지)에서 열리고 있다. 2009년 36점을 미술관에 기증한 것을 기념해 기증작가 초대전으로 마련된 자리다.

청년작가 시절 서양화의 급속한 확산을 지켜보면서 한국화의 위기를 절감했던 화가는 한국화 전위그룹 ‘묵림회’에 참여하는 등 우리의 얼과 정서가 담긴 정체성을 추구하는 그림에 몰두해왔다. 대작들로 즐비한 전시실에선 그 여정을 ‘자연과의 조화’ ‘자연과의 공존’ ‘자연 속으로’ ‘무위’ ‘진여(眞如)’ 등 자연 속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관조한 뒤 이를 마음의 눈으로 재해석한 연작으로 되짚는다.

한국화의 전통과 현대적 실험을 아우른 그의 작품에선 추상적이고 기하학적 색면으로 형상화한 우람한 산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수묵을 계승하면서도 그가 개발한 고유한 채색 기법으로 구축된 화면에선 활달한 선과 형태가 돋보인다. 생성과 소멸의 순환, 기교와 인위가 작용하지 않는 자연의 섭리를 표현한 작업은 추상과 구상을 넘나들면서 한국화의 아취와 현대적 조형미를 드러낸다. 전시에선 강렬한 채색화부터 은은한 무채색조의 한국화까지 100여 점을 볼 수 있다. 02-2124-8800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미술#전시#민경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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