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무용단 예술감독 재공모 사태… 문화부서 “후보 2명 부적격” 결정

  • 동아일보

국립극장(안호상 극장장)이 지난해 12월로 임기가 끝난 배정혜 전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의 후임자를 임명하는 데 진통을 겪고 있다.

국립극장의 다른 전속단체인 국립창극단, 국립국악관현악단은 2개월 전인 3월 중순 후임 예술감독이 결정됐지만 국립무용단만은 아직 수장을 정하지 못했다. 공모자들을 대상으로 심사위원단이 최종 선정한 국수호 디딤무용단 예술감독 겸 이사장(64), 윤미라 경희대 교수(52) 등 예술감독 후보 두 명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가 ‘부적격’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선임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국립극장은 이달 재공모 공고를 할 예정이다.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선임이 늦어지면서 하반기 공연 준비에 차질을 빚고 있는 안호상 극장장은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재공모를 해도 ‘적격자’가 나온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 극장 측은 문화부가 이례적으로 ‘부적격’ 판단을 내린 배경에 국내 무용계의 고질적인 배타주의가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국내 무용계는 학연과 지연, 선후배, 스승과 제자 관계로 사분오열돼 주요 단체 수장을 선임할 때마다 진통을 겪어 왔다. 익명을 요구한 문화부 관계자는 “이번 무용단 예술감독 선임 과정에서도 ‘이 사람은 절대 안 된다’는 내용의 민원이 상당히 있었다”고 밝혔다. 민원인들은 국수호 씨의 경우 제자 성폭행 전과를, 윤미라 씨의 경우 규모 있는 예술단체 운영 경험이 부족한 것을 문제 삼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무용계는 “당황스럽고 부끄럽다”는 반응이다. 국립무용단장(현 예술감독)을 지낸 김현자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유감스럽다. 앞으로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라며 “누가 보더라도 수긍할 만한 인물이 그렇게 없나”라며 한숨지었다. 무용공연기획자인 장승헌 씨는 “무용계의 문제는 인정하지만 문화부가 정당한 절차를 거쳐 올라간 후보에 대해 ‘적격자가 없다’고 결정한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다. 국립극장장이 구성한 심사위원단의 판단을 완전히 무시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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