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기타]블로거 2명과 ‘허핑턴포스트’ 만든 담대女 허핑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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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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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대하라, 나는 자유다/아리아나 허핑턴 지음·이현주 옮김/264쪽·1만3800원·해냄

타이밍은 좋았다. 저자가 2005년 창간한 허핑턴포스트가 창간 7년 만인 지난달 퓰리처상 수상자를 냈다. 허핑턴포스트 미디어그룹의 회장인 저자에 대한 궁금증이 최고조에 달할 때 이 번역서가 나온 것이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면 기대한 만큼 실망도 커진다. 여성용 자기계발서여서, 블로그를 기반으로 시작했던 인터넷 신문을 주류 언론 못지않은 영향력 있는 매체로 키워낸 성공담은 빠져 있다. 원저가 나온 해도 허핑턴포스트 창간 이듬해인 2006년이어서 회사 얘기를 길게 할 내용도 없을 때였다.

책의 메시지는 제목 그대로 ‘담대해지라’는 것(원문엔 ‘fearless’로 나온다). 눈길이 가는 부분은 온갖 두려움을 극복해낸 저자의 개인사다. 1950년 그리스 아테네 언론인 집안에서 태어난 저자는 어려서는 큰 키(13세에 177cm)와 긴 코가 콤플렉스였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케임브리지 유니언’이라는 토론 클럽에서 활동할 때는 ‘우스꽝스러운’ 그리스식 이름과 억양 때문에 놀림을 받았다.

1986년 마이클 허핑턴 공화당 상원의원과 결혼하고 1997년 이혼할 때도 그는 두려웠고, 이혼 후 진보진영의 대표 논객으로 정쟁에 뛰어든 뒤로는 온갖 험담을 감당해야 했다. 2003년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 무소속으로 나갔을 땐 경쟁 후보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지칠 줄 모르는 저자에 대해 “카페인 없는 음료를 마시는 게 어떠냐”며 비아냥댔다.

52세에 블로그의 세계에 눈떠 1년 후 블로거 2명과 허핑턴포스트를 시작하면서 “살아남기 힘들 수밖에 없는 실패작”이라는 혹평에 시달렸다. 하지만 ‘담대’했던 그는 이 모든 어려움을 이기고 자기 이름을 내건 신문사를 알짜배기 회사로 키워낸 뒤 창사 6년 만에 공룡 인터넷 기업 AOL에 3억1500만 달러(약 3560억 원)를 받고 팔아 세상을 놀라게 했다.

언론인답지 않게 각종 통계를 출처와 연도 없이 인용한 부분은 아쉽다. 책날개의 ‘2012년 온라인 매체로는 최초로 퓰리처상 수상’이라는 문구는 사실과 다르다. 비영리 인터넷 언론 ‘프로퍼블리카’가 온라인 매체로는 처음으로 2010년 이 상을 받았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책의 향기#실용기타#담대하라 나는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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