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일생일대의 프로젝트’로 명명한 바흐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 전곡(총 6곡) 연주회가 4월 27일 경기 안양시 동안구 갈산동 평촌아트홀에서 첫선을 보였다. 1974년 데카 레이블로 파르티타 2번과 소나타 3번을 녹음했고, 간혹 독주회에서 바흐를 연주하긴 했지만 전곡 연주는 국내외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 명동성당에서 펼칠 네 차례의 바흐 무반주 전곡 연주회를 앞두고 그는 안양에서 2회의 무료 공연을 마련했다. 연주에 앞서 바이올리니스트 김대환 단국대 교수가 ‘미니 강의’를 맡아 바흐의 생애와 무반주 바이올린 작품의 특징을 설명했다. 김 교수는 “지치고 힘들 때 바흐의 음악으로 위로를 받았다. 정경화 선생이 이 작품을 어떻게 자신의 이야기로 풀어나갈지 귀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이윽고 정경화가 등장했다. 드레스 대신 흰 셔츠와 검은 바지를 입은 그의 표정은 사뭇 결연했다. 이날은 소나타 1번과 파르티타 1번, 소나타 2번을 차례로 들려주었다. 피아노조차 없는 무대에 홀로 섰지만 건축적인 바흐의 무반주 선율은 그의 손에서 경건하면서도 부드럽게 피어올라 공간을 가득 채웠다. 김 교수가 ‘노부부가 그네를 타면서 좋은 일과 슬픈 일을 회상하는 것 같다’고 설명한 소나타 1번의 3악장 ‘시칠리아노’가 평온한 온기를 뿜어냈다. 파르티타 1번의 중반부에서 갑작스레 기침이 터져 나오면서 연주자는 잠시 가던 길을 멈췄지만 이내 여유롭고 소박한 선율로 돌아왔다. 그는 예전보다 한결 느긋했고, 희로애락이 굽이쳤던 지난 시간을 굳게 디디고 선 듯했다.
바이올린의 길고 평온한 독백이 끝난 뒤 공연장은 커다란 환호로 뒤덮였다. 얼굴 가득 웃음을 머금은 정경화는 예정에 없던 앙코르 2곡을 선사한 뒤 객석에 질문을 던졌다. “이 프로그램을 듣는 데 힘들지 않아요?” 한 관객이 “사랑해요!”라고 답하자 그는 “저는 정말 행복합니다. 고맙습니다”라면서 깊이 고개를 숙였다.
:: i :: 1일 오후 8시 경기 안양시 안양아트센터 관악홀. 전석 무료 초대. 031-687-0532. 15, 22, 31일, 6월 4일 오후 8시 서울 명동성당 대성전. 7만∼10만 원. 02-518-7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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