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브랜드 ‘헤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게 된 디자이너 최범석 씨. 그는 패션 비수기인 8월에 ‘5만 장 대박 상품’을 팔겠다는 야심 찬 의욕을 밝혔다. 헤드 제공
3일 오전 디자이너 최범석 씨(35)는 자신의 컬렉션 말미에 슈트를 입고 등장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의 스포츠브랜드 ‘헤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이사로서 스포티한 의상을 대거 선보인 뒤 정작 자신은 슈트를 입은 것이다. 신발은 운동화였지만.
“컬렉션이 캐주얼하니까 나는 슈트를 입어야지 했어요. 올 초 뉴욕패션위크 때도 그랬고요. 반전이 있어야 재밌잖아요.”
서울패션위크가 끝난 뒤 9일 만난 최 씨는 커다란 선글라스에 헤드의 카키색 점퍼를 입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만든 브랜드 ‘제너럴 아이디어’에서는 ‘사장님’, 지난해 12월부터 코오롱 헤드에서는 ‘이사님’으로 불린다. 그는 “대기업과 일을 하기로 한 날 대형 서점에 들러 조직생활과 리더십에 대한 책을 사서 읽었다”며 “매출이 크고 시스템이 갖춰진 브랜드의 사람들과 현명하게 일을 해나가기 위한 준비가 필요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당연히 뒤에서 ‘웅성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릴 때부터 너무 많이 듣던 거라 그런 것은 신경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신 헤드에 애정을 가진 많은 조직원들이 콘셉트와 마케팅, 디자인에 참여하며 의견을 내고 함께 같은 목표로 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애를 썼다고 한다.
최 씨에게는 늘 ‘동대문 디자이너’라는 별칭이 붙는다. 고등학교 때 학교를 나와 서울 동대문시장에서 옷을 만들고 팔며 디자인의 감각을 키웠기 때문이다. SBS 드라마 패션왕의 주인공 스토리가 그의 인생과 닮았다는 말도 많이 듣는다. 뉴욕패션위크에 7번이나 나간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됐지만 그에게 동대문은 여전히 ‘살아남는 길은 소비자에게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정신적 원천이다. 그는 “동대문에서 전국 방방곡곡 도매상들과 만나며 그들의 유행과 마음을 이해하려 했다”고 말했다.
그는 헤드에서도 과감한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패션 비수기인 8월에 ‘5만 장 대박상품’을 만들어 보겠다는 것. 1만 장만 팔아도 대박인 시장에 5만 장이라니. 그는 “움츠러들지 말고 과감하고 자신감 있게 해내자고 했다. 아무리 계산해도 적자는 안 될 테니 해보자고 큰소리도 쳤다”며 “‘대세’ 브랜드도 기울기 마련이다. 현재 대세에서 갈아탈 수 있는 브랜드가 헤드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씨는 대학생들을 위한 강연의 단골손님이기도 하다. 그는 “얼마 전 강연에서 학생들이 스펙에 대한 고민을 하도 많이 얘기하기에 ‘나는 대학을 안나왔다고 언론에 얘기했더니 고졸 디자이너로 높여 주더라. 나는 사실 중졸인데’라고 얘기했다”며 “중요한 것은 자기가 만들어 가야지 학교가 만들어 주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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