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홍대용, 청에서 무얼 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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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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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병연행록 1, 2/홍대용 지음·정훈식 옮김
1권 560쪽·2만7000원,2권 488쪽·2만4000원·경진

“섬돌에 걸터앉아 발을 벗고 티눈 파는 사람을 시켜 티눈을 파게 하였다. 이곳은 티눈을 파주고 값을 받는 장사가 있으니 사람의 생리가 어려운 줄 알겠다.”

조선 후기 북학파의 선구자 홍대용(1731∼1783)이 청나라 베이징(北京)에서 본 것을 적은 글. 홍대용이 1765년 겨울부터 이듬해 봄까지 중국의 발달한 문물을 관찰하고 돌아와 일기체로 쓴 국문 여행기다. 대다수 한문 기록의 간략하고 건조한 문체와 달리 세밀하고 생동감 있는 묘사가 인상적이다. 옮긴이는 이 글을 오늘날 독자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현대 우리말로 옮기고 주석을 달았다. 홍대용이 베이징의 간정동이라는 골목에서 만난 항저우(杭州) 출신 선비 세 명과 각별한 우정을 맺은 기록이 눈에 띈다. 홍대용은 이들과 나눈 필담을 특별하게 여겨 별도의 책 ‘간정동 필담’을 남겼다.

강건성세(康乾盛世·강희제에서 옹정제를 거쳐 건륭제까지의 시기)라 불리던 청나라 전성기의 경제 풍속 문물 등을 엿볼 수 있다. 홍대용은 이렇게 얻은 중국에 대한 식견을 바탕으로 화이론(華夷論)을 비판하고 그 대안을 제시했다. 옮긴이가 중국에서 홍대용의 연행노정을 두 차례 답사하고 찍은 사진을 수록해 옛날 풍경을 상상하는 데 도움을 준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책의향기#인문사회#을병연행록#홍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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