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곡 하나 뜨면 年 10억 벌죠… 아이돌 음악의 ‘대부’ 신사동 호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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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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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음악의 힘은 수다”

신사동 호랭이는 케이팝의 인기 비결로 “자고 나면 새 가수, 새 노래가 나오는 시스템”을 꼽았다. 그는 “콘텐츠가 쏟아지니까 질릴 겨를이 없다”고 말했다. 국경원 동아닷컴 기자 onecut@donga.com
신사동 호랭이는 케이팝의 인기 비결로 “자고 나면 새 가수, 새 노래가 나오는 시스템”을 꼽았다. 그는 “콘텐츠가 쏟아지니까 질릴 겨를이 없다”고 말했다. 국경원 동아닷컴 기자 onecut@donga.com

“안돼∼. 벌써 인터뷰가 끝난 건 아니죠? 가지 마요∼. 재미있단 말이야.”

‘아이돌 음악의 대부’ 신사동 호랭이(본명 이호양·29)는 말하는 걸 무척 즐기는 사람이었다.

동글동글한 얼굴로 풍채만큼 넉넉한 입담을 과시했다. 하긴 MBC ‘무한도전-나름 가수다’에서 열변으로 ‘국민 MC’ 유재석의 입을 20분간 닫게 했던 그가 아닌가.

포미닛의 ‘핫이슈’, 시크릿의 ‘매직’, 티아라의 ‘롤리폴리’, 트러블 메이커의 ‘트러블 메이커’ 등 수많은 히트 곡을 작곡한 신사동 호랭이는 “음악적 영감의 원천은 수다”라고 했다.

“비스트와 포미닛 멤버에게 현승과 현아가 어떤 아이냐고 물었더니, 다 좋은데 장난꾸러기라는 거예요. 그럼 둘은 ‘트러블 메이커’네. 이엑스아이디(EXID)의 ‘후즈 댓 걸’도 우리가 길을 막고 프로필 촬영을 하니까 외국인들이 ‘누구야?’라고 묻기에 제목으로 삼았죠.”

인터뷰 중에도 계속 전화벨이 울렸다. ‘롤리폴리’를 국회의원 선거 후보 곡으로 쓰고 싶다는 전화였다.

신사동 호랭이의 저작권 수입은 업계 상위 1%로 알려졌다. 히트 곡 하나로 1년에 10억 원가량을 번다고. 그는 수입의 70%는 저축한다고 했다.

“일찍 빛을 본 케이스라 20대 중반 넘어가면서 한 달에 1000만 원 이상 벌었어요. 서너 달 흥청망청 썼죠. 나중에는 작곡가 동생들이 욕했어요. 여자친구도 헤어지자는 편지를 보냈고요. 그때 정신 차렸죠.”

6년 사귄 세 살 연하 여자친구는 든든한 지원군이다. 어려운 시절, 여자친구는 매일 그에게 만 원씩 용돈을 줬다. 그걸 모아 옷을 사 입었다는 그는 여자친구가 돈을 끊을까봐 불쌍한 척하며 컵라면만 먹기도 했다고.

“지금은 그 친구에게 신용카드를 줬어요. 그런데 검소한 성격이라 한 번에 만 원도 못 써요.” 진돗개를 닮았다는 여자친구의 애칭은 ‘개’다.

일각에선 그의 노래를 두고 ‘후크 송’,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비판한다. 그도 “틀린 말은 아니다. 변하려고 한다”며 인정했다.

“잊지 못할 곡이 있다면 비스트의 ‘픽션’이에요. 앨범 작업을 다 해놨는데 팬들이 ‘작곡가를 바꿔 달라’고 요청했어요. 저도 상처받았지만, 비스트도 난처했죠. 그때 제가 멋진 척하며 ‘내가 바뀔게. 나를 버릴게’라고 했죠. 한 달 고생한 결과가 ‘픽션’이에요.”

지금은 인기 작곡가지만 어릴 적 그의 꿈은 아이돌 가수였다. 고교 1학년 때 SM, JYP, YG, DSP 등 4대 기획사 오디션에 참가했지만 다 떨어졌다고. 고교 2학년 때부터 작은 기획사에 들어가 트로트 가수 매니저, 리믹스, 행사 진행 등 닥치는 대로 일했다. 시트콤 ‘논스톱’ 같은 대학생활을 꿈꾸며 실용음악과에 원서를 냈지만, 전부 낙방했다.

그러다 2005년 더 자두의 ‘남과 여’를 작곡하면서 저작권협회에 이름을 올렸다. 첫 작곡료는 50만 원. 예명 신사동 호랭이는 그의 게임 아이디에서 따왔다.

“큐브의 홍승성 대표가 JYP 사장이었잖아요? ‘호랭이도 앨범 내야지?’ 하기에 ‘날 떨어뜨려 놓고 무슨 말이에요?’ 했죠. 그래선지 오디션 참가자들에게 모진 말을 못해요.”

그는 최근 음반회사 AB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고 6인조 걸 그룹 이엑스아이디의 데뷔 싱글 ‘홀라(HOLLA)’를 내놓으며 제작자로서 제2의 인생을 걷고 있다.

끝으로 그는 방황하는 청소년을 위해 재능기부를 하고 싶다고 했다. 빈말이 아니라면서.

“강연 형식의 인터넷 방송을 하려고 생각 중이에요. 부모님의 인생을 대신 사는 청소년이 많잖아요? 정말 원하는 길을 찾으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박영욱 동아닷컴 기자 pyw0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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