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휴가나 출장을 다녀온 이들이라면 환율을 가리키는 숫자가 적힌 전광판 앞에 한 번은 섰을 것이다. 경제 뉴스 속 피상적 숫자였던 달러와 환율의 존재감을 가장 가깝게 느끼는 순간이다. 매일 원-달러 환율을 지켜보며 경제 상황이나 투자 계획을 저울질하는 전문가가 아니라면. 2010년 국제결제은행 기준 국제외환의 85%가 달러로 거래되며 국제채권의 절반가량, 전 세계 외환보유액의 60% 이상이 달러화로 표시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도 여전히 달러로 유가를 표시한다.
책은 독자들에게 ‘달러는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부동의 핵심이니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과감히 활용하라’고 말한다. 1부 ‘20세기 이후 최고의 미국산 제품은 달러다’에는 달러가 어떻게 금과 파운드 시대의 막을 내리고 기축통화로서 절대 권력을 쥐게 됐는지에 대한 개론을 담았다. 2부 ‘부자는 달러를 가지고 있다’는 응용편 격. 1부에서 주장한 달러의 ‘절대성’을 전제로 자산의 일부로서 달러를 보유하고 이를 금융상품으로서 활용하는 것이 기관투자가뿐 아니라 자산을 관리하는 개인에게도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역설한다.
펀드매니저인 저자는 위안화의 대두에도 불구하고 미국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가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20세기 초 세계대전과 대공황 속에 미국이 달러의 지위를 높이기 위해 과단성 있고 지속적인 노력을 펼친 것이 결과적으로 금 본위제 철폐 이후 세계 경제의 ‘게임의 룰’을 지배하는 권력을 달러에 가져다주었다. 저자는 이를 ‘루비콘 이론’이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기업 가운데 루비콘 이론을 가장 잘 체득하고 있는 곳으로는 애플을 지목하며 정상의 위치에 오래 머물 것으로 예측했다.
저자의 주장은 시종일관 단호하다. “기축통화인 달러를 보유한 미국은 달러가 필요할 때 인쇄기로 찍어내면 된다.… 불공평하지만 이것이 바로 룰이다.” “계란을 ‘원화’ 바구니에만 담지 말고 ‘달러’ 바구니에도 나눠 담으면 환율의 변동성이 오히려 우리에게 축복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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