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ning]토종 베이커리 약진,佛 브랜드와 대결에도 거칠것 없다

  • Array
  • 입력 2012년 1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오뗄두스’ ‘르알래스카’, 고급빵 시장에 돌풍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파이낸스센터에 지난해 들어온 ‘오뗄두스’ 매장과 빵(위쪽). 에클레르 등 고급 베이커리가 입소문을 탑면서 최근 강북에 매장을 늘리고 있다.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인기를 얻어 현대백화점 압구정점과 목동점에 들어온 ‘르알래스카’(아래)는 과일 타르트가 유명하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파이낸스센터에 지난해 들어온 ‘오뗄두스’ 매장과 빵(위쪽). 에클레르 등 고급 베이커리가 입소문을 탑면서 최근 강북에 매장을 늘리고 있다.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인기를 얻어 현대백화점 압구정점과 목동점에 들어온 ‘르알래스카’(아래)는 과일 타르트가 유명하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2005년 인기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의 주인공 삼순이의 직업은 파티시에(제과 제빵 전문가)였다. 삼식이를 위해 곱게 만들었던 ‘밀푀유’, 전 남자친구의 약혼식을 위해 눈물을 머금고 만들었던 ‘크로캉부슈’는 시청자를 매혹시켰다. 어디서 먹을 수 있냐는 질문이 포털 사이트에 쏟아졌다.

그땐 특급호텔에서나 맛볼 수 있었지만 요즘은 다르다. 서울에서 좀 ‘트렌디’하다는 지역에서는 어김없이 고급 빵의 전쟁이 벌어진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마카롱’은 이제 스타벅스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로 대중적이 됐다.

특히 신사동 가로수길과 서래마을 등에서 인정을 받은 토종 베이커리 전문점은 백화점이나 다른 지역으로 영역을 넓히며 인기를 얻고 있다. 이들은 뽈, 에릭케제르 등 한국에 온 프랑스 유명 베이커리 브랜드와의 대결에도 기죽지 않는다.

서래마을 ‘달콤한 호텔’의 강북 상륙기

요즘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파이낸스센터 지하 식당가에는 서울시내 이름난 맛집이 속속 들어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세종로 일대 여성 직장인의 눈과 입을 기쁘게 하는 곳은 단연 ‘오뗄두스’. 지난해 10월 이곳에 상륙했다.

프랑스어로 ‘달콤한 호텔’이라는 뜻의 이 베이커리 카페 1호점은 서래마을에 있다. 서래마을 본점은 카페라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작다. 테이블은 단 두 개. 주차도 어렵다. 오뗄두스 김스잔 디렉터는 “매장이 작아야 재료와 맛을 잘 관리하고 한 손님에게 집중할 수 있다고 생각해 처음엔 테이블이 하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서래마을의 까다로운 프랑스인들이 맛을 인정하자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왔다. 골목에 대강 주차한 뒤 뛰어와 사가는 사람도 많았다. 하나에 2000원인 마카롱은 너무 달지 않으면서 입에서 사르르 녹는다.

오뗄두스의 맛의 비결은 도쿄제과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리가로열호텔 수석제과장에 오른 정홍연 셰프에 있다. 정 셰프는 2008년 한국으로 돌아와 홈베이킹 스쿨인 레꼴두스를 만들었고 2010년에 오뗄두스를 열었다.

정 셰프는 좋은 재료에 대한 고집 때문에 작게 시작했지만 힘들게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마침 서울파이낸스센터 측에서 소문을 듣고 찾아와 입점을 제안했다. 주차가 편하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오뗄두스는 30일 종로구 인사동에도 3호점을 연다. 김 디렉터는 “홍콩 대만 관광객들이 서래마을까지 찾아오곤 했다. 인사동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다가가기 좋은 곳”이라며 “프랑스 유명 브랜드 베이커리가 많아졌지만 맛은 오너 셰프가 직접 관리하는 우리가 더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화점과 손잡은 가로수길 ‘30분 타르트’

지난해 11월 현대백화점 목동점 1층이 확 바뀌었다. 입구에 있던 평범한 커피숍이 사라지고 프랑스 가정집 같은 빵집 ‘르알래스카’가 생긴 것이다. 르알래스카의 고향은 신사동 가로수길이다. 2010년 5월 문을 열자마자 현대백화점 바이어들이 눈독을 들여왔던 곳이다. 프랑스 르코르동 블뢰와 도쿄제과학교 출신들이 만드는 정통 프랑스빵이라는 소문이 나면서 일대의 맛집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 김병한 바이어는 “선물로 주고받을 수 있을 만큼 예쁘고 맛있는 고급 프랑스 베이커리가 인기를 얻으면서 가로수길과 홍익대 인근, 이태원 등을 샅샅이 뒤지고 있었다”며 “르알래스카는 2010년부터 눈독을 들이다가 2011년 3월에 압구정 본점, 11월에 목동점에 냈다”고 말했다. 30분이면 매진된다고 해 ‘30분 타르트’라는 별칭이 붙은 ‘르알래스카 타르트’와 신선한 과일이 들어간 타르트가 이곳의 인기 메뉴. 7000∼8000원대로 웬만한 밥값 수준이지만 선물로도 인기다. 르알래스카는 올해 하반기에 현대백화점 무역점에도 매장을 낼 예정이다.

김 바이어는 “유학파 등 국내 제빵 제과 분야의 유망한 셰프가 많아지면서 이들이 만든 고급 베이커리가 해외 브랜드에 대항해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고 있다”며 “가로수길 르알래스카, 서래마을 오뗄두스, 홍익대 앞 폴앤폴리나 등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홍익대 앞 폴앤폴리나는 화려한 디저트류보다 담백한 빵으로 이름난 곳이다. 바게트, 치아바타, 허브빵 등이 인기. 빵 나오는 시간에는 줄을 서야 살 수 있다. 폴앤폴리나도 홍익대점의 인기를 업고 지난해 11월 여의도에 새 매장을 열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