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커버스토리]박근혜는 여우-고두심, 안철수는 곰-안성기 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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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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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연예인으로 본 이미지 조사

대중은 ‘양의 마음을 가진 사자’를 원한다.

이번 조사 결과를 종합해 나온 결론이다. 그런 사자가 어디 있냐고? 영화 ‘나니아 연대기’ 속의 사자 아슬란을 떠올려 보자. 아슬란은 강력한 카리스마와 용기, 품위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상함과 희생정신으로 그의 백성들을 포용한다.

O₂는 이번 설문에서 개별 정치인을 생각했을 때 어떤 동물·유명인(탤런트, 영화배우, 가수, 운동선수 등)이 떠오르는지를 물었다. 이것은 연상을 이용하는 설문 기법이다. 연상법은 말로는 표현하기 어렵거나, 응답자가 꺼릴 수도 있는 답변을 직관적으로 끌어내는 데 쓰인다.

○ 이상적인 리더는 사자, 호랑이지만…

‘이상적인 리더를 떠올리게 하는 동물’을 묻자 1000명의 응답자는 호랑이(18.3%)와 사자(14.6%)라는 대답을 가장 많이 내놓았다. 소와 곰, 개, 코끼리가 그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호랑이와 사자는 카리스마와 힘을, 소와 곰은 우직하지만 선량하고 성실한 태도를, 개는 충직함을 상징한다.

이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직까지 강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사람을 이상적 리더로 생각한다는 것을 나타내 준다. 하지만 조사대상 8명 중 호랑이, 사자를 떠올리게 한다는 응답을 5% 이상 받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국민이 원하는 강력한 리더의 부재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동물에 비유한다면 어떤 동물이 떠오르는가’에 대한 답변 중 사자는 3.9%, 호랑이는 3.5%였으며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경우 사자는 4.6%, 호랑이는 3.6%였다. 반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사자 9.0%, 호랑이 6.0%의 응답을 얻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호랑이(10.7%), 사자(10.5%), 늑대(6.6%), 표범(5.1%) 등 답변 대부분이 사나운 육식동물로 채워져 카리스마를 넘어서는 ‘마초적 리더십’을 자랑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호랑이를 떠올리게 한다는 응답은 2.8%, 사자를 연상케 한다는 응답은 2.3%에 그쳤다.

박 위원장은 여우(9.8%)를 떠올리게 한다는 응답을 가장 많이 받았다. 이것은 대부분의 기성 정치인에 대한 응답과 맥이 닿는 부분이다(여우를 연상케 한다는 응답: 나경원 19.2%, 손학규 7.0%, 김문수 4.8%). 여우는 영리하고 수완이 좋은 동물이다. 그래서 오랫동안 정치를 해 온 사람들에 대한 연상에서 여우가 많이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나경원 의원의 경우 여성이란 성별이 여우란 응답과 연관이 된 듯하다. 여우 이외에 고양이, 토끼, 사슴 등의 응답도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것은 아직도 우리 국민에게 여성 정치인을 단순히 ‘여자’로만 보는 시각이 남아 있음을 뜻한다.

박 위원장에 대해서는 사자, 호랑이, 소, 곰 등 남성적 동물을 떠올리게 한다는 응답도 꽤 등장했다. 그러나 유명인 연상 조사에서 나온 답변 중에서는 그가 고두심(5.2%), 김혜자(4.6%), 강부자 씨(3.3%) 등을 떠올리게 한다는 응답이 많았다.

나 의원에 대한 답변에서도 김태희, 전인화, 김연아, 고현정, 이미숙 등 주로 여배우들이 등장해 그의 미모가 대중의 주된 관심사임이 드러났다. 미모는 인지도 측면에선 좋을 수도 있지만 정치력이나 능력을 덮는 반작용을 할 수도 있다.

○ 세대의 ‘렌즈’에 따라 인물평 달라져

안 원장은 곰(15.0%), 소(7.1%), 양(6.9%)을 떠올리게 한다는 응답을 많이 받았다. 이는 그가 우직하지만 선량하고 성실한 인물로 비친다는 것을 뜻한다. 다시 말해 안 원장이 가슴(감성)형 리더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 재확인된다. 하지만 안 원장은 박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사자, 호랑이라는 응답을 적게 받아 카리스마는 부족하다는 점이 드러난다.

안 원장과 관련한 인물 연상 조사에서는 그가 안성기(5.0%), 유재석(4.9%), 최불암(4.0%), 박지성(3.4%) 등을 떠올리게 한다는 응답이 나왔다. 이들은 성별과 연령대를 넘어 보편적인 인기를 얻고 있으며, 푸근하고 남을 배려하는 조화로운 인격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은 인물이다.

김문수(7.8%), 손학규(7.5%), 문재인(9.5%), 박원순(10.1%) 등의 인물들은 개(진돗개 포함)를 가장 많이 떠올리게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몽준 의원도 말(5.1%)에 이어 개(5.0%·진돗개를 포함하면 5.5%)를 연상케 한다는 응답을 받았다. 여기서 개는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충직함을 나타내는 상징이다. 개인적 측면에서는 물론 긍정적 평가일 수 있지만, 리더십이란 잣대에서는 매우 긍정적이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

한편 박 위원장이 사슴을 떠올리게 한다는 응답(전체의 5.0%)에서 흥미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그가 사슴을 연상케 한다고 응답한 50대 남성은 전체의 9.9%로 같은 응답을 한 20대 남성(0.9%)보다 훨씬 많았다. 이는 여성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50대 9.2%, 20대 2.9%).

박형철 머서코리아 대표는 이것이 “한 인물을 바라보는 세대 간의 시각(렌즈)이 다를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50대 이상은 박 비대위원장을 감성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반면 20대를 비롯한 젊은층은 그렇지 않다는 뜻이다. 박 대표는 “전체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감성적이고 마음이 따뜻한 리더를 원하는 것은 전 연령대에 공통적인 현상”이라며 “그러나 특정 인물에 대한 해석은 각 세대의 ‘렌즈’와 인식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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