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 기자의 무비홀릭]내 마음대로 뽑은 부문별 올해 최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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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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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저물어간다. ‘2011 무비홀릭 영화상’을 상상해 본다. 올해 본 500편에 가까운 영화 중 내 마음대로 정한 부문별 최고상은 다음과 같다.

① 최고 연기상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의 대장 원숭이 ‘시저’
. 영국배우 앤디 서키스가 모션 캡처 기술로 연기한 원숭이의 표정은 압권. 사랑과 증오, 욕망과 의심, 자기 확신과 열등감을 오가는 이 복잡 미묘한 눈빛을 보라! TV 사극 ‘계백’에서 괴상한 강남 스타일의 발성과 표정으로 ‘연태비’를 연기하며 시종 향상되지 않는 연기력으로 일관한 한지우보다 50배쯤 낫다.

② 최고 저질연기상
‘트랜스포머3: 패자의 역습’에서 주인공 샘(샤이아 러버프)의 새로운 애인으로 출연한 톱 모델 출신 로지 헌팅턴휘틀리. 대사를 다 외웠다는 게 신기할 만큼의 저질 연기력. 한지우보다도 못한다.

③ 최고 ‘민망’상
뱀 요괴와 인간의 위험한 사랑을 그린 중국 영화 ‘백사대전’에서 백사와 청사 요괴가 “저렇게 땅을 다 파다가는 산이 다 없어지겠네” 하며 키득거리는 장면. 컴퓨터그래픽으로 완성된 요괴들의 몸뚱이는 감독 의도대로 ‘요염해’ 보이기는커녕 짜증나는 수준. 마치 머릿결 좋아지는 샴푸 광고를 찍는 망둥이들 같다.

④ 최고 포스터상
전쟁이 빚어낸 폭력의 악순환 속에서 자신의 저주스러운 운명을 알게 되는 한 여인의 스토리를 담은 캐나다 영화 ‘그을린 사랑’의 메인 포스터(사진). 막판이 되어서야 밝혀지는 충격적인 비밀을 눈으로 경험한 뒤 이 포스터를 다시 본다면, 당신의 심장은 정지해 버릴지도 모르리!

⑤ 최고 ‘발(足)’상
기괴한 감성의 스페인 영화 ‘줄리아의 눈’에서 시력을 잃은 피해 여성이 자신에게 접근하는 연쇄살인마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유일한 방편으로 스스로 목을 매려는 순간. 여인의 매끈한 듯 앙상한 발끝으로 전달되는 공포와 체념을 체감하며 ‘발에도 표정이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깨닫는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발연기’?

⑥ 최고 ‘실루엣’상
여성 킬러의 복수혈전을 담은 ‘콜롬비아나’ 여주인공 카탈레야가 몸에 심하게 달라붙는 작업복으로 갈아입은 채 감옥에 수감된 목표물 제거에 나서려는 순간. 카탈레야 역을 맡은 여배우 조 샐다나의 매혹적 뒤태는 숨이 턱 막히지만, 어찌 보면 요즘 유행하는 발열성 내의 광고의 한 장면 같기도.

⑦ 최고 ‘소름’상
올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드라이브’에서 소시민적으로 살던 주인공(라이언 고슬링)이 자신을 살해하려는 악당에 맞서다 악당보다도 더 악마적인 존재로 변해버리는 바로 그 순간. 피 칠갑을 한 채 문 밖으로 스윽 나왔다가 다시 문 안의 암흑 속으로 사라지는 주인공의 절제된 얼굴에서 외려 소름이 돋는다.

⑧ 최고 ‘매혹’상
미국 시애틀의 자욱한 안개와 축축한 공기 속에서 살아있는 듯한 캐릭터를 뽑아내는 놀라운 영화 ‘만추’에서 중국 여배우 탕웨이가 남자주인공 현빈을 쳐다볼 때의 이 표정. 상대를 거부하는 동시에 욕망하고, 머뭇하는 동시에 불나방처럼 달려가고픈 여인의 모순적 내면을 이리도 숙명적으로 표현하는 여배우가 지구상에 있을까. 수십 년 쌓은 국민연금과도 맞바꿀 만큼 매혹적인 표정이 아닐 수 없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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