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동성애 장면으로 화제 오른 영화 ‘창피해’의 김꽃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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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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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신껏 살지만 개념배우란 말은 불편하죠

김꽃비에게 동안 외모에 콤플렉스가 있는지를 묻자

“인간 김꽃비는 있지만, 배우 김꽃비는 없다”고 답했다.

오세훈 동아닷컴 기자 ohhoony@donga.com
김꽃비에게 동안 외모에 콤플렉스가 있는지를 묻자 “인간 김꽃비는 있지만, 배우 김꽃비는 없다”고 답했다. 오세훈 동아닷컴 기자 ohhoony@donga.com
“드레스 대신 한진중공업 작업복 입은 일요? 그 질문 지겨워요, 이제.”

배우 김꽃비(26)는 거침없다.

그는 10월 6일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 한진중공업 노조를 지지하는 의미로 작업복을 입고 레드카펫에 섰다.

당시 부산에서는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둘러싸고 극한 대치가 계속되고 있었다. 인터넷에서 ‘개념 배우’라는 찬사를 받은 그는 상반신 노출 드레스로 눈길을 끈 오인혜만큼 큰 화제가 됐다.

김꽃비는 “소신이나 신념을 숨기고 싶지 않고 색깔 들어간 꼬리표도 싫다. ‘개념 배우’라는 말도 불편하다”며 배시시 웃었다.

쇼트커트에 소녀 같은 옷차림, 작은 체구…. 그러나 자신을 감추는 법이 없다. 그런 당당함이 8일 개봉하는 영화 ‘창피해’(감독 김수현)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창피해’는 모의자살을 시도하던 여자 윤지우(김효진)와 자유분방한 소매치기 소녀 강지우(김꽃비)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두 배우는 수위 높은 동성애 신을 선보이기도 한다.

그는 “보편적 사랑에 대한 영화다. 동성애만 부각되지 않으면 좋겠다”면서도 “동성애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김꽃비는 ‘규정짓는 것’에 대해 신중했다. ‘창피해’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이 독립영화의 매력을 묻자 김꽃비는 움찔했다. 그는 “‘창피해’가 독립영화라는 전제냐?”고 되받아쳤다.

“‘독립영화’는 어렵고 친근하지 않다는 편견이 있잖아요. 제가 잘못 답하면 ‘창피해’를 굉장히 먼 영화로 볼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관객을 끌어도 부족한데. 저 때문에 그런가 싶고….”

‘독립영화계의 문근영’. 김꽃비의 애칭이 말해주듯 그는 유난히 저예산 영화들과 인연이 깊었다. 8년 전 ‘질투는 나의 힘’으로 데뷔해 이후 ‘삼거리 극장’, ‘여자, 정혜’ 등에 출연했고, 2009년 ‘똥파리’로 우뚝 섰다.

언행부터 필모그래피까지, 김꽃비는 여배우의 전형에서 조금 벗어나 있다.

“어머니의 영향 같아요. 소위 ‘생각이 깬’ 분이에요. 이슈를 접했을 때 ‘왜 그렇지?’ 하고 비판적으로 고민하는데, 어머니에게 배웠어요. 저희 모녀는 여러 주제로 토론을 많이 해요. 결혼이라든지, 남녀평등이라든지. 흔한 풍경은 아니죠?”

아직 대중에게 ‘김꽃비’가 익숙한 이름은 아니지만, 그는 이미 해외로 뻗어나가고 있다. 독립영화로 14만 관객을 모은 ‘똥파리’는 김꽃비에게 대종상 신인상을 안겼고, 해외 영화제에도 초청받았다. 일본 영화에 출연하고, 필리핀 시네마닐라 국제영화제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갑자기 가방을 뒤지더니 필리핀 지폐를 흔들어 보였다.

영어 실력도 수준급이다. 대화 도중 영어가 툭툭 먼저 나오기도 했다. 그는 “베니스영화제 프로그래머 파올로 베르톨린과 친하다”며 “집행위원장, 배급사, 홍보사 등 해외 영화인들과 어울리며 영어가 늘었다”면서 웃는다.

“부산영화제에선 외국인 친구들이 스웨덴 가수 라세 린드를 소개시켜 줬어요. 밤새도록 기타 치고 놀았어요. 라세가 미공개 곡도 들려줬죠.”

김꽃비는 그야말로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최근엔 긴 생머리를 이유 없이 싹둑 잘랐다.

김꽃비는 마지막으로 발랄하게 ‘창피해’를 홍보했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것과 다를 것이다?”

김윤지 동아닷컴 기자 jayla30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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