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290>성간이 謂齊景公曰彼丈夫也며 我丈夫也니 吾何畏彼哉리오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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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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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가 송나라에 머물고 있었을 때 세자 시절의 등나라 문공이 방문했다. 이때 맹자는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고 말하면서 요임금과 순임금을 증거로 인용했다. 의문을 품은 세자는 초나라에서 돌아오면서 맹자를 다시 만나 뵈었다. 그러자 맹자는 요순의 도나 우리 평범한 인간의 도나 한가지여서 오로지 본래 선한 본성에 따라 나가는 것이 도라고 강조했다. 그러고서 과거의 인물 가운데 성간, 顔淵(안연), 公明儀(공명의)가 성현과 보통 사람 사이에 차이가 없다고 언급했던 말들을 차례로 인용해서 자신의 주장을 입증했다.

성간은 제나라 사람으로 景公에게 벼슬 살았다. 용기 있다는 명성이 있었다고 한다. 彼丈夫也의 彼에 대해서 주자(주희)는 성현을 가리킨다고 풀이했다. 조선시대에 유학을 공부한 사람들은 대개 주자의 설을 따라 彼를 성현을 가리킨다고 보았다. 여기서도 주자의 설을 따랐다. 단, 이에 대해서는 제나라 경공이 거론한 어떤 勇士를 가리킨다는 설, 존귀한 사람을 가리킨다는 설 등이 있다. 丈夫는 한 사람의 당당한 인간이란 말이다. 吾何畏彼哉는 반어법의 표현이다. ‘내가 어찌 그를 두려워하겠는가’라고 말하여 실은 ‘나는 결코 그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강조한 것이다.

신라의 崔致遠(최치원)은 李罕之(이한지)란 사람에게 보낸 委曲(위곡·서찰의 일종)에서 ‘성간이 말하길 저도 장부이고 나도 장부라고 했으니, 그렇다면 공적을 이루고 절개를 세우는 것은 옛날 사람만 그럴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순리에 의지하여 충성을 바치는 것이 바로 오늘의 일입니다’라고 했다. 최치원은 趙岐(조기)의 주석을 따라서, 彼를 존귀의 인물로 본 것이다.

주자가 彼丈夫也의 彼를 성현으로 풀이한 것은 보통 사람도 공부를 하면 성현과 같아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하기 위해서였다. 성현과 인간 사이에 건너뛸 수 없는 간극이 존재한다면 누가 자신을 완성시켜 나가는 공부를 하겠는가.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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