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우먼동아 컬처] 이지현의 아주 쉬운 예술이야기 “쇼팽 vs 리스트, 고흐 vs 고갱…극과 극 예술가들의 너무 다른 자기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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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0일 14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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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밭에서 눈싸움을 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 한번 보실래요? 눈싸움을 지휘하는 사람, 눈을 던지지 않고 열심히 만들기만 하는 사람, 눈을 치우는 사람, 눈밭에서 구르는 사람, 공격하지 않고 맞기만 하는 사람…. 같은 상황에서도 이렇게 사람들은 제각각입니다. 일반인도 이런데, 개성 강한 예술가들은 어떨까요?
숫기없고 내성적인 쇼팽 vs 여성 팬들을 몰고다닌 남성적인 매력남 리스트

동시대를 살았던 예술가들 중 서로 다른 개성으로 비교되는 인물이 있습니다. 음악가 중에는 쇼팽과 리스트가 그렇습니다. 얌전하고 기운 없어 보이는 쇼팽, 기골이 장대해 남성적인 매력이 넘치는 리스트. 이들은 외모부터 참 다릅니다.
내성적인 쇼팽은 살롱스타일의 소규모 콘서트를 즐겼지만, 에너지가 넘쳤던 리스트는 화려한 콘서트를 열어 귀부인들을 사로잡았습니다. 리스트가 손 씻은 물을 서로 사려고 여자들끼리 싸웠을 정도라고 하니, 참 대단한 스타성입니다.

▲ 조용한 쇼팽은 살롱스타일의 소규모 콘서트를 즐겼다.
▲ 조용한 쇼팽은 살롱스타일의 소규모 콘서트를 즐겼다.

▲ 파리 시내 몽소공원에 자리잡고 있는 쇼팽과 조르주 상드의 동상.
▲ 파리 시내 몽소공원에 자리잡고 있는 쇼팽과 조르주 상드의 동상.

쇼팽보다 한 살 어린 리스트는 숫기 없는 쇼팽에게 조르쥬 상드를 소개시켜준 장본인이죠. 문인이며 예술을 사랑했던 여인 조르주 상드. 예술을 사랑하는 여자가 예술하는 남자를 만났으니 얼마나 맘에 들었을까요?

▲ 에너지가 넘쳤던 리스트는 화려한 콘서트로 귀부인들을 사로잡았다.
▲ 에너지가 넘쳤던 리스트는 화려한 콘서트로 귀부인들을 사로잡았다.

상드는 쇼팽이 작곡에 몰입할 수 있도록 안식처가 돼주었고, 쇼팽을 세상에 알리는 중간 역할도 해 둘이 함께 한 9년간 주옥같은 작품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여성스러운 남자와 남자처럼 배포 큰 여자의 궁합. 서로 달라서 끌렸다가 너무 달라서 결국 헤어지는 연인들의 모습이 아닐까요?
쇼팽의 음악에는 서정성과 우아함, 부드러움 속에 애가 타는 열정이 있습니다. 이에 반해 리스트의 음악은 자신감이 넘칩니다.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 하며 다른 사람을 좌절감에 빠뜨리는 기교가 있죠. 거침없는 진행과 엄청난 스케일, 귓전을 맴도는 화려한 음들, 그의 피아노곡을 듣고 있으면 ‘정말 피아노가 악기의 왕이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요즘의 록스타처럼 엄청난 여성 팬들을 몰고 다녔던 리스트. 극과 극은 통한다고 화려한 젊은 날을 뒤로 하고 말년에는 성직자가 돼 종교음악을 작곡하기도 했으니, 나쁜 남자의 치명적 매력이 이런 거 아닐까요?
융통성 없는 고흐 vs 야심이 강했던 고갱

쇼팽과 리스트처럼 다른 개성의 소유자들이 미술계에도 있죠. 바로 고흐와 고갱입니다. 이렇게 다른 두 사람이 룸메이트로 살았으니 갈등이 없었다면 이상하겠죠.

▲ 고흐 ‘귀가 잘린 자화상’ (1889), 유화 45x51cm, 메리&리블록 미술관. 귀 잘린 고흐의 자화상. 불화 끝에 고갱이 자신을 떠나자 자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고흐 ‘귀가 잘린 자화상’ (1889), 유화 45x51cm, 메리&리블록 미술관.
귀 잘린 고흐의 자화상. 불화 끝에 고갱이 자신을 떠나자 자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기중심적이고 야심이 강했던 고갱, 우울하고 변덕스러웠던 고흐. 왼쪽에 있는 ‘빈센트의 의자’를 보세요. 타일바닥 위에 놓인 나무의자가 허름하고 검소해보입니다. 의자 위에는 낡은 파이프가 있고, 전체적으로 소박한 분위기죠.

▲ 고흐 ‘빈센트의 의자’ (1888), 유화 92x73cm, 런던 내셔널갤러리.
▲ 고흐 ‘빈센트의 의자’ (1888), 유화 92x73cm, 런던 내셔널갤러리.

이에 반해 고갱의 의자는 제법 화려해보이는 카펫 위에 놓여 있고, 의자 위에는 책과 촛불도 있습니다. 아마 지적인 이미지를 드러내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융통성 없는 고흐를 말해주듯 자신의 의자는 직선의 나무의자로, 고갱의 의자는 장식적이고 색채도 풍성하게 표현했네요.

▲ 고흐 ‘고갱의 의자’ (1888), 유화 90.5x72cm, 반 고흐 미술관.
▲ 고흐 ‘고갱의 의자’ (1888), 유화 90.5x72cm, 반 고흐 미술관.

“한 사람은 화산, 한 사람은 안으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대조적인 성격 사이에서 갈등이 싹텄다.”
고갱은 아를에서 고흐와 함께 한 시간을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끓어오르는 열정을 활화산과 휴화산, 이렇게 다르게 표현했던 두 사람.
열정과 고독, 광기로 표현되는 고흐는 짧은 생애 내내 생활고에 쪼들렸고, 애정을 갈구했지만 타인과의 소통에 서툴러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 고갱 ‘팔레트를 든 자화상’ (1894), 유화 92x73cm, 노튼 시몬 컬렉션. 팔레트를 들고 있는 고갱의 자화상. 고갱은 고흐와 기질적으로 너무 달라 갈등이 컸다.
▲ 고갱 ‘팔레트를 든 자화상’ (1894), 유화 92x73cm, 노튼 시몬 컬렉션.
팔레트를 들고 있는 고갱의 자화상. 고갱은 고흐와 기질적으로 너무 달라 갈등이 컸다.

가정환경이 어땠는지, 어떤 유전자를 갖고 태어났는지, 어떤 것을 선택해 왔는지에 따라 사람들은 다르게 살아갑니다. 쇼팽과 리스트, 고흐와 고갱, 다른 개성만큼 뚜렷한 자기세계를 만들어냈죠. 예술가가 아닌 우리도 음이나 색으로 자신을 표현한다면 모두 다른 모습일 겁니다. 나와 달라서 불편하고 싫은 사람. 볼 때마다 기분이 나빠지는 그 사람도 누군가와는 잘 통하는 사람일 겁니다. 나와 전혀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되지는 않더라도 그냥 인정해 주기. 다양한 예술작품 속에서 그 길을 찾아봅니다.
글·이지현(‘예술에 주술을 걸다’ 저자)

글쓴이 이지현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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