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263>他日에 王이 謂時子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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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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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는 齊(제)나라의 客卿(객경)으로 있으면서 왕도정치가 시행되길 기대했다. 하지만 그 바람이 충족될 수 없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祿位(녹위)를 반환했다. 그러자 제나라 왕은 숙소로 맹자를 찾아와 만류했다. 또 신하 時子를 시켜, 자신이 맹자를 위해 도성에 집을 마련하고 제자들을 萬鍾(만종)의 녹봉으로 기르게 하겠으니 그대로 제나라에 머물도록 청하라고 시켰다.

他日은 다른 날이란 말로, 제나라 왕이 숙소로 맹자를 찾아와 만류했던 그날 이후의 다른 날이란 뜻이다. 謂時子曰에서 謂 다음에는 대화의 대상이 오고, 曰 다음에는 대화의 내용이 온다. 中國은 國中을 도치해 말한 것으로, 國은 國都(국도)를 뜻한다. 萬鍾은 곡식 6만4000斛(곡·열 말)의 양이다. 1鍾은 6斛 4斗이다. 대개 1만 종은 6000석에 조금 못 미칠 듯하다. 大夫는 조정에서 벼슬하는 사람, 國人은 일반 백성을 가리킨다. 矜式의 矜은 敬(경), 式은 法(법)과 뜻이 비슷하다. 곧 矜式이란 존경하여 모범삼아 따르는 것을 말한다. 합은 何不이 합한 말로, ‘어찌∼하지 않는가’라는 뜻을 나타낸다.

전국시대의 제후들은 賢人을 초빙하여 크게 우대하고 정치에 대해 자문하여 부국강병을 이루려고 했다. 연나라 昭王(소왕)이 부친 때 제나라의 침략을 받았던 치욕을 씻기 위해 黃金臺(황금대)를 지어두고 현인들을 초빙한 것은 잘 알려진 사례다. 趙(조) 나라의 명장 樂毅(악의)를 비롯하여 鄒衍(추연)이나 劇辛(극신) 같은 인재들이 몰려와 이들의 보필을 받은 소왕은 마침내 다른 나라들과 함께 제나라를 쳐부수고 숙원을 풀었다. 황금대의 건립은 郭외(곽외)의 조언에 따른 것으로 곽외의 말에서 나온 성어가 이른바 千金買骨(천금매골)이다. 연나라 소왕과 같은 시기에 제나라 왕도 맹자를 위해 국도에 집을 지어주고 제자들을 양성하게 하려는 계획을 잠시 세웠던 것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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