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동리문학상에 소설가 최인호씨-목월문학상에 시인 조정권씨

  • Array
  • 입력 2011년 10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소설가 최인호 씨(66)와 시인 조정권 씨(62)가 올해 동리·목월문학상 수상자로 각각 선정됐다. 동리·목월문학상은 경북 경주 출신인 소설가 김동리(1913∼1995)와 시인 박목월(1916∼1978)을 기려 제정된 상으로 이번에 4회 수상자를 배출했다. 수상작은 최 씨의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조 씨의 ‘고요로의 초대’. 상금은 각 7000만 원이며 시상식은 12월 9일 오후 6시 경주시 신평동 경주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다.》
■ 소설가 최인호 씨… 그분<문학적 영감> 오시면 다시 글쓸것

“참 어렵게 쓴 작품인데, 참 기쁩니다. 무엇보다 독자에게 감사해요. 책이 23만 부가 나갔는데 나를 믿어준 사람들이 그만큼 된다는 거니까요.”

3년 전 침샘암이 발병한 소설가 최인호 씨가 암과 싸우며 쓴 장편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가 동리문학상을 받았다. 항암치료로 손톱이 빠지자 골무를 끼고 육필로 완성한 집필 과정을 작가는 ‘고통의 축제’라 일컫는다. 수화기 너머 전해오는 그의 목소리는 탁했지만 또렷했고, 무엇보다 밝았다. 현재도 병원을 오가며 진료를 받고 있는 그에게 건강을 물었더니 껄껄 웃었다.

“어떤 영화가 흥미로우면 그 영화 얘기를 할 필요가 없는 건데요. 내 병에 대해 내가 스스로 이렇다 저렇다 얘기하는 것은 힘든 일인 거 같습니다. 다만 엔딩이 가까워진 작품은 아닌 것 같아요. 허허.”

심사위원들은 “주인공 K의 3일간의 곤혹과 자아 찾기의 탐색은 카프카적인 변신이 아니라 후기 산업사회가 초래한 자아상실과 분열, 망각과 착란 등 현대인의 총체적인 초상을 그렸다”고 평했다.

작가는 최근 여행을 자주 다닐 만큼 건강을 회복했다. 제주도, 충남 예산군 수덕사, 충북 제천시 배론성지 등 몇 군데를 “밑도 끝도 없이 찾아간다”고 했다.

“다시 돌아다니고 집을 나서는 게 좋습니다. 작품 구상도 하고 그러지요. ‘그분(문학적 영감)’이 언젠가 내게 찾아오시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내일 아침이라도 그분이 오면 다시 쓰기 시작할 겁니다.”

작가는 여러 번 독자에게 감사를 표했다. 심사위원과 문학 담당 기자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가 장난스럽게 기자에게 남긴 마지막 말도 “아이 러브 유∼”였다.
■ 시인 조정권 씨… 정신주의 詩향해 채찍질

“시단으로 저를 이끌어주신 분이 목월 선생님입니다. 그분의 이름을 딴 상을 받으니 무척 기쁘지만 사명감이 무겁게 느껴집니다. 선생님이 제게 ‘다시 시작하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시인 조정권 씨는 수상 소식을 듣고 은사인 박목월 선생을 떠올렸다. 서울 양정고 문예반 시절 그는 학교 축제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인 ‘월계문학의 밤’에 찾아온 목월 선생과 인연을 맺고 개인적으로 시를 배웠다. 중앙대에 진학한 이후에도 목월 선생의 한양대 연구실을 찾아가 지도를 받았고 목월 선생의 추천으로 1970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다. 그의 첫 시집 ‘비를 바라보는 일곱 가지 마음의 형태’(1977년)의 서문을 써준 이도 목월 선생이었다.

“선생님은 그때 서문에서 제게 ‘천재적 자질의 편린이 보인다’고 과분한 칭찬을 하셨죠. 깜짝 놀랐습니다. 그동안 그분의 제자라는 위치에 걸맞게 정말 열심히 쓰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조 시인은 서울 노원구 월계동 집에서 칩거하며 수상작 ‘고요로의 초대’를 썼다. “정신의 드높음 속에 있는 깊음을 표현했다”는 게 작가의 말. 심사위원들은 “세상의 아수라를 품어 안으면서도 그 속에서 고요와 평정을 구하는 강한 정신성이 들어있다”고 선정 배경을 밝혔다.

낮과 밤이 뒤바뀐 채 고요한 적막 속에서 작업을 한다는 그는 문단 인사들과도 거의 만나지 않는다. ‘정신주의 시’라는 지향점을 향해 끊임없이 정진해 온 그에게는 ‘유파로부터 자유로운 1인 종교의 1인 신자’라는 평도 붙었다. “사실 제게는 시 쓰는 일밖에 남은 건 없습니다. 돌아다닐 일도 없고 그런 체질도 아니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계기로 삼겠습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