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쟈니브로스’ 홍원기-김준홍 감독 “걸그룹과 매일 뮤비 찍다니… 꿈만 같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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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비디오계 큰손 된 F학점의 천재들

뮤직비디오 제작사 쟈니브로스의 김준홍(왼쪽) 홍원기 감독이 5일 경기 고양시 일산의 한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포미닛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에서 카메라를 들여다보고 있다. 평범한 후드티와 점퍼 차림의 두 감독은 기자의 손을 잡고 “오늘 의상 신경 쓴 게 이 모양”이라며 쑥스러워했다. 고양=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뮤직비디오 제작사 쟈니브로스의 김준홍(왼쪽) 홍원기 감독이 5일 경기 고양시 일산의 한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포미닛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에서 카메라를 들여다보고 있다. 평범한 후드티와 점퍼 차림의 두 감독은 기자의 손을 잡고 “오늘 의상 신경 쓴 게 이 모양”이라며 쑥스러워했다. 고양=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자, 허가윤 파트부터 갈게요. 허가윤!”

“찌현(남지현)! 브릿지!”

“현아야, 왜 안 해!”

경기 고양시 일산의 스튜디오. 홍원기 감독의 호령에 걸그룹 포미닛 멤버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포미닛이 12월 일본에서 공개할 싱글 ‘READY, GO’ 일본어 버전 뮤직비디오(뮤비) 촬영이 한창이다.

‘오늘은 소녀시대, 내일은 시크릿, 모레는 포미닛’ 식으로 촬영 일정이 잡혀 있는 뮤비 제작사 ‘쟈니브로스’의 홍원기 연출감독과 김준홍 촬영감독. 36세 동갑내기 두 남자는 한국 뮤비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린다. 곧 발표되는 소녀시대 신곡은 물론이고 비스트, 포미닛, 샤이니, f(x) 등 내로라하는 아이돌의 영상이 이들 손을 거쳤다.

“감독님과 작업하면 주위에서 늘 ‘뮤비가 신선하다’는 칭찬이 쏟아지죠. 음악 색깔을 영상으로 표현하는 능력이 최고예요.”

포미닛의 히트곡 ‘거울아 거울아’ 뮤직비디오. 쟈니브로스가 제작했다. 큐브엔터테인먼트 제공
포미닛의 히트곡 ‘거울아 거울아’ 뮤직비디오. 쟈니브로스가 제작했다. 큐브엔터테인먼트 제공
포미닛의 리더 남지현의 말대로 둘은 멤버와 안무별 특성을 귀신같이 살려내는 카메라 워크와 독창적인 콘티로 아이돌 뮤비의 문법을 바꿔놨다는 평가를 듣는다.

“인디 밴드 찍을 땐 베이스드럼, 큰 심벌, 작은 심벌에 카메라 초점을 맞춰요. 아이돌 뮤비는 가수들의 얼굴과 몸이 중요하죠. 지금은 춤 전문가가 다 됐어요.”

잘나가는 뮤비 감독 되는 게 꿈이었는데 꿈처럼 사니 꿈만 같다는 두 감독. 그러나 시작은 불우했다. 헤비메탈 뮤비 보는 걸 좋아하던 홍 감독과 초등학생 시절부터 소형 캠코더로 누아르 영화 찍던 김 감독은 서울예전(현 서울예대)에서 처음 만났다. 의기투합해 졸업 작품을 함께 찍기로 한 두 사람. “미국의 엽기 록 뮤지션 메릴린 맨슨의 곡을 토대로 뮤비를 만들었어요. 남대문 수입상가 가서 ‘야매’로 방송 장비 빌리고 편집도 인턴으로 일하던 KBS 편집실에서 했죠.”

놀랍게도 학점은 ‘F’였다. 피가 철철 흐르는 호러 무비 같은 뮤비를 보던 교수가 끝까지 보지도 않고 “꺼라. 꿈에 나올까 두렵다”며 낙제점을 줬다.

개교 이래 졸업작품을 완성하고도 F학점을 받은 유일한 인물이 된 두 사람은 뮤비 감독의 꿈을 접고 김 감독은 촬영감독 프로덕션, 홍 감독은 광고회사 포스트프로덕션에 입사했다. 포스코 CF ‘철이 없다면’ 편을 맡아 영상 속 자전거 바퀴살을 밤새워 지우면서 ‘이걸 왜 하고 앉아 있나’ 푸념하던 홍 감독. 문득 ‘서울예전 졸업 작품 사건’의 공범 김 감독을 떠올리고 전화를 걸었다. “진홍아, 100만 원 들고 우리 집으로 와라.”

창업자금은 200만 원. 부모님과 같이 사는 홍 감독 방에 전화 놓고 150만 원짜리 컴퓨터 한 대 사들였다. “일단 인디 밴드 뮤비는 다 찍어보자는 게 창업 이념이었어요. ‘끝판왕(최종 목표)’은 서태지로 설정했죠. 노브레인, 바닐라유니티, 바세린의 뮤비를 닥치는 대로 찍었어요.”

‘때깔이 다르다’는 입소문이 퍼져 피아, 넬을 거쳐 에픽하이, 휘성, 환희, 신승훈까지 정신없이 뮤비를 찍던 이들에게 어느날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서태지컴퍼닌데요, 회장님께서 뵙고 싶어 하십니다.”

다음 날 만난 ‘끝판왕’ 서태지는 “당신들을 지켜보고 있었다”며 둘을 와락 껴안았다. 서태지 8집(2008년) 수록곡만 7편을 찍고 나니 일거리가 주체할 수 없이 밀려들었고 포미닛의 ‘핫이슈’를 시작으로 아이돌 뮤비까지 줄줄이 찍게 됐다.

쟈니브로스는 여전히 배고프다. “미국 가야죠. 메탈리카 뮤직비디오 하나 찍으러. e메일 보내봐야겠어요.” 좀비 영화 마니아인 두 사람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한 아이폰 영화 ‘좀비헌터’를 장편 영화로 발전시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쟈니브로스가 무슨 뜻일까. 영어단어 ‘zany(엉뚱한, 괴짜 같은)’와 ‘형제(bros.)’의 합성어란다. “느낌이 좋잖아요, 가족 같고. 전 코언 형제가 좋아요. 워쇼스키도.”(홍 감독) “음… 난 라이트 형제!”(김 감독)

고양=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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