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절반은 편집과 디자인의 몫”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2일 03시 00분


조선풍속사 꾸민 신상미-조현주 씨
올해 ‘디자인이 좋은 책’ 대상 수상

푸른역사 신상미 편집장(오른쪽)과 조현주 디자인팀장은 “좋은 편집 디자인이란 무거운 글의 무게를 덜어주고, 가벼운 글의 무게를 더해주는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푸른역사 신상미 편집장(오른쪽)과 조현주 디자인팀장은 “좋은 편집 디자인이란 무거운 글의 무게를 덜어주고, 가벼운 글의 무게를 더해주는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며칠씩 박물관이나 도서관에서 도판을 찾곤 했어요. 오래된 사진을 스캔하는 데만 하루 종일 걸릴 때도 많았죠.”(푸른역사 신상미 편집장)

옛 그림을 통해 조선의 다양한 풍속을 살펴본 ‘조선풍속사 1∼3’(푸른역사·사진)이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위원장 양성우)가 올해 처음으로 시행한 ‘2011 디자인이 좋은 책’ 대상을 수상했다. 지난달 22일 수상작을 발표한 이번 공모에는 총 234편이 출품됐다.

심사위원장인 정병규 정디자인 대표는 ‘조선풍속사’에 대해 “옛 그림 이야기를 하지만 결코 오래된 느낌이 나지 않게 구성했고, 표지 역시 품위가 있으면서도 개성이 넘친다”고 평했다.

조선풍속사'의 편집과 디자인을 맡은(표지는 프리랜서 북 디자이너인 안지미 씨가 맡음) 신상미 편집장(34)과 조현주 디자인팀장(35)은 이 출판사에서 역사책 작업만 6년 동안 함께했다. 두 사람은 “역사책의 편집과 디자인은 다른 분야의 책과는 확연히 다르다”고 말했다. 우선 역사책은 사용할 수 있는 시각물이 별로 없기 때문에 같은 사진이나 도판을 여러 책에 써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을 주지 않게 하기 위해 도판의 배경을 빼고 인물만 떼어 그리거나 그림자처럼 실루엣만 보이게 하는 등 가공을 많이 한다는 설명이다.

조 팀장은 “‘조선풍속사’에서도 각 장이 시작될 때마다 김홍도 신윤복의 그림 속 인물 중 그 장의 내용과 관련된 사람을 따로 떼어 확대해 그려 넣었다. 그러다 보니 작가에 따라 붓 선의 굵기와 거침의 정도가 많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됐고, 그 차이점을 확실히 보여 주고자 했다”고 전했다.

정병규 대표는 “출품작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았지만 개성은 떨어졌다”며 “특히 어린이책의 경우 표지 형식이나 그림의 배치 등이 서로 지나치게 비슷했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에 대해 조 팀장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일본 소설이 인기를 끌면서 일러스트레이션 한두 컷을 표지 전면에 내세우는 일본 소설 스타일 표지가 많아졌다”며 “출판사 이름과 제목만 가리면 다 똑같은 책으로 보일 정도”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들이 말하는 좋은 편집 디자인이란 과연 무엇일까.

“무거운 글의 무게를 덜어주고, 가벼운 글의 무게를 더해주는 거죠. 글이 50이라면 나머지 50을 채워주는 게 편집 디자인의 몫입니다. 글을 제대로 파악하고 글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다양한 시도와 실험을 하려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