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가을밤 감싸안은 폭신한 황금음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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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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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트의 제왕’ 골웨이 리사이틀 ★★★★

제임스 골웨이(오른쪽)가 2일 내한공연에서 한복을 입고 부인 지니와 함께 연주하고 있다. 빈체로 제공
제임스 골웨이(오른쪽)가 2일 내한공연에서 한복을 입고 부인 지니와 함께 연주하고 있다. 빈체로 제공
자그마한 할아버지가 황금 플루트를 들고 무대에 들어서자 객석에서 환호와 박수가 우렁차게 터져 나왔다. ‘플루트의 제왕’, 72세의 제임스 골웨이였다.

10년 만에 한국을 찾은 골웨이의 리사이틀이 2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렸다. 관악 연주가로서는 고령임에도 골웨이는 무대를 끌어가는 집중력과 페이스, 화려한 기교를 한껏 뽐내며 도톰하고도 폭신폭신한 음색으로 가을밤을 감싸 안았다.

1부에서는 포레의 ‘플루트와 피아노를 위한 판타지’로 시작해 드뷔시의 작은 모음곡 중 1곡 ‘배를 타고’, ‘베르가마스트’ 모음곡 중 3곡 ‘달빛’, 모를라치의 ‘스위스 양치기’, 브리치알디의 ‘베니스의 카니발’을, 2부에서는 하티의 ‘아일랜드에서’, 아일랜드 민속노래, 플루트용을 편곡한 ‘카르멘 판타지’를 연주했다. 나이는 호흡에서 느껴졌다. 예전처럼 호흡을 길게 해서 한숨에 많이 불기보다는, 중간중간의 분절로 호흡을 여유 있게 가져가며 완급을 조절했다. 콘서트홀이 꽉 차도록 두꺼운 살집이 느껴지는 소리와 폭넓게 울리는 비브라토가 관객을 사로잡았다. 박지은 서울시립교향악단 플루트 수석은 “보통 플루트 연주자들이 한 곡을 끝내고 무대 뒤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꾸준히 무대를 지키며 흔들림 없이 연주하는 거장의 모습이 경이롭다”고 말했다.

부인 지니 골웨이와는 도플러의 ‘두 대의 플루트와 피아노를 위한 안단테와 론도’, ‘두 대의 플루트를 위한 리골레토 판타지’를 들려주었다. 플루트 두 대로 밸런스를 맞추는 일이 쉽지 않지만 ‘역시 부부 연주자라 다르다’는 탄성이 나왔다. 작은 몸짓만으로도 촘촘한 하모니를 이뤄냈다.

커튼콜 때 골웨이는 붉은색 한복 두루마기를 입고 나와 더욱 큰 박수를 받았다. 미국에서 교분을 나눈 한국인 한복 전문가가 이번 공연을 위해 선사한 옷이었다. 아일랜드 출신인 그는 어느 무대에서나 앙코르로 연주하는 아일랜드 민요 ‘대니 보이’를 이번에도 연주했다. 애잔하게 파고드는 선율 속에 주변 객석의 중년 남성 관객이 소매로 쓱쓱 눈물을 닦아냈다. 인생이 깃든 골웨이의 음악에는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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