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섭 교수의 패션 에세이]<10>‘다름’을 서로 나눠온 男과 女 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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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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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 팬츠 등 과거 남성들이 입었던 옷을 활용해 남성적이면서도 여성스러운 매력을 동시에 보여주는 셀린느의 2011년 가을겨울 컬렉션 작품. 셀린느 제공
코트, 팬츠 등 과거 남성들이 입었던 옷을 활용해 남성적이면서도 여성스러운 매력을 동시에 보여주는 셀린느의 2011년 가을겨울 컬렉션 작품. 셀린느 제공
남녀 복식의 역사적 변천을 바라보면 현대 유행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다. 과거 남녀의 복식은 구분이 뚜렷했다. 남성은 크고 넓은 어깨와 직선적인 실루엣이 보편적이었고 여성은 가는 허리에 풍만한 가슴과 엉덩이를 강조한 곡선적인 실루엣이 주류를 이루었다. 복식은 서로 다른 것에 대한 매력을 한껏 과시해 미적 발현을 최대한으로 이끌어내는 도구이기도 했다.

인간미를 중요시했던 르네상스 시대에 들어와서는 남자는 어깨에 커다란 패드를 집어넣은 변형된 재킷의 형태인 푸르푸앵(Pour point)을 입었고 아래에는 반바지 형태의 오드쇼스(Haut de Chausses)에 마치 발레리노를 연상시키는 긴 타이즈 형태의 바드쇼스(Bas de Chausses)를 입어 선정적일 정도로 성적 매력을 드러냈다. 여자도 스터머커(Stomacher)라는 코르셋 역할을 하는 가슴받이로 허리를 한껏 조이고 페티코트를 입어 스커트를 부풀리는 새로운 조형미를 창조해 바로크와 로코코 그리고 19세기의 로맨틱한 스타일에 이르기까지 그 감각을 이어왔다.

19세기 후반, 20세기에 접어들면서는 남성의 패션이 여성을 지배하게 되었다. 산업화와 근대화의 물결이 복식을 간단하게 만든 것도 이유가 있겠지만 여성들은 남성의 재킷을 그 기본 형태를 유지하면서 차츰차츰 로맨틱한 드레스 위에 겉옷으로 입기 시작하더니 그 후에는 아예 남성처럼 재킷과 스커트로 나눠 입기 시작했다. 여성에게 특수복이나 운동복, 작업복으로 여겨졌던 바지가 1970년대부터는 팬츠슈트로 자리매김하며 여성의 패션에서 발산하는 남성적인 매력이 전 세계를 휩쓸었다.

과거 디자이너 샤넬이나 영화배우 마를레네 디트리히가 입었던 남장 여인 스타일의 복식이 아니라 여성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재킷이며 팬츠, 코트가 이제 매 시즌 컬렉션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이제 여성들이 재킷이나 코트, 팬츠를 입는다고 해서 남성적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현대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안에서, 진화되어온 패션 안에서 그전에 없는 아름다움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서로 다름에 대한 매력을 경쟁하기보다는 서로 마음씨 좋게 그 매력을 나누어 썼다고 본다. 그러기에 패션의 옳고 그름은 주민투표로 결정할 수 없을 것 같다.

간호섭 패션디자이너·홍익대 섬유미술패션디자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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