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연의 맛있는 유럽]<4>이탈리아와 스페인 최고의 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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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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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 쏘는 ‘쿨라텔로’ vs 고소한 ‘하몬…’

알 카발리노비앙코의 쿨라텔로(위)와 스페인 하몬 이베리코, 김보연 씨 제공
알 카발리노비앙코의 쿨라텔로(위)와 스페인 하몬 이베리코, 김보연 씨 제공
어느 나라를 가든 시장 구석구석을 누비는 것은 큰 즐거움이다. 특히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는 작은 동네 시장까지 놓쳐선 안 된다. 그곳에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 있다. ‘날고기보다 햄이 대접받는 나라군.’

이들 나라에선 정육점보다 햄 가게가 훨씬 눈에 많이 띈다. 돼지 뒷다리 햄이 각선미를 뽐내며 매달려 있고 묵직한 햄 덩어리가 분홍빛을 뿜어낸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고급 햄은 대부분 열을 가하지 않은 생햄으로 날고기를 소금에 절여 1∼2년씩 숙성해 만든다.

이탈리아의 명품 햄으로는 지벨로 지방의 ‘쿨라텔로’를 들 수 있다. 돼지 정강이 살을 소금에 절인 후 돼지 오줌보에 넣어 1년 이상 지하실에서 숙성시키는 햄. 맛의 비결은 독특한 숙성 환경에 있다. 이곳을 흐르는 포 강에서 여름에는 습하고 푹푹 찌는 더운 바람이 불고 겨울에는 축축한 안개와 찬바람이 불어오는데 이 바람이 쿨라텔로만의 코를 톡 쏘는 풍미를 만들어낸다. 햄은 공기만 달라져도 맛이 변한다고 해 영국의 찰스 왕세자도 이 시골까지 찾아와 쿨라텔로 생산자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알 카발리노 비앙코’에 들렀다고 한다.

필자도 허허벌판에 위치한 그곳을 찾아 30개월 숙성된 쿨라텔로를 먹었는데 묵은 지처럼 쏘는 맛이 감돌며 단맛, 신맛이 어우러진 독특한 맛이었다.

스페인에서는 ‘하몬 이베리코’가 최고의 햄으로 꼽힌다. 이 중에서도 최고급인 ‘하몬 이베리코 드 베요타’는 야생의 초원지대에서 도토리를 먹고 자란 이베리코산 흙돼지로 만든다. 하몬 이베리코는 고급 요리재료로 쓰이기도 하지만 주로 날것으로 먹는다. 투명할 정도로 얇게 잘라내 입안에 넣으면 향긋한 기름내가 쫙 퍼지며 씹을수록 고소하고 단맛이 난다. 스페인에서는 규모가 큰 타파스(스페인의 간편식)바나 레스토랑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햄 하나에 뭔 이리 법석이냐 하겠지만 햄도 햄 나름이다. 쿨라텔로와 최고급 하몬 이베리코는 kg당 120유로, 우리 돈으로 18만 원이 넘으니

1등급 한우보다도 비싸다. 돼지 오줌보로 숙성한 고기가 한우보다도 비싸다니, 돼지의 신분 상승이 따로 없다.

김보연 푸드칼럼니스트 ‘유럽맛보기’ 저자 pvir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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