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쑥쑥!… 열려라, 책세상!]내 벽지그림 좋은데 왜 엄마는 뿔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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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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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화났다/최숙희 글·그림/40쪽·1만500원·책읽는곰

책읽는곰 제공
책읽는곰 제공
엄마의 검은 그림자 속에서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놀란 표정으로 서 있는 아이. 얼어붙은 듯이 서 있는 아이를 둘러싸고 있는 것은 흐드러지게 쏟아내는 주홍색 꽃. 전체 그림의 바탕색은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노란색이다. 모자(母子)의 갈등 장면이 책표지 이미지의 가운데를 차지하지만 주홍색 꽃과 노란 바탕색이 갈등을 압도한다. 마치 화해를 전제로 한 갈등을 암시하는 듯하다.

‘엄마가 화났다’는 제목에서도 그런 복선이 읽힌다. 주인공 ‘산’처럼 4∼5세 꼬마에게 ‘엄마’와 ‘화’라는 단어는 애초부터 같은 문장에서 공존하기 힘든 낱말이다. 굳이 같이 들어 있으려면 ‘잠시 동안’이라는 촉매제가 두 단어 사이에 반드시 있어야 할 듯하다. 천진난만한 산이는 자장면을 무척 좋아한다. 자장면을 먹을 때면 “나는 자장 괴물이다. 자장 나라를 다 먹어치우겠다”며 게걸스럽게 먹어댄다. 식탁이나 벽지에 자장이 묻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

자장이 묻은 얼굴을 씻기 위해 들어간 목욕탕에선 비누거품으로 장난을 치느라 정신이 없고, 그림을 그리기 위해 들어간 방에선 벽지 전체를 스케치북 삼아 버린다.

더는 참지 못하고 입에서 불을 뿜어버린 엄마. 그러자 산이가 갑자기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는가 싶더니 이내 사라져 버린다. 산이를 찾아 나선 엄마는 자장나라에서 산이를 닮은 아이를 만나지만 그 아이는 자신을 ‘후루룩’이라고 소개한 뒤 “그런데요, 우리 엄마는 나만 보면 가만히 좀 있으래요. 그때마다 가슴이 너무 답답해요”라고 말한다. 거품나라에서 만난 아이는 “우리 엄마가 버럭 소리를 지를 때마다 내 거품이 툭툭 터져버린다”고 말하고, 그림나라에서 만난 아이는 “우리 엄마는 걸핏하면 나 때문에 못살겠대요. 나는 엄마가 정말 좋은데…”라고 말한다.

작가는 헤어지려야 헤어질 수 없는 모자 관계를 환상을 곁들인 얘기에 우회적으로 풀어냈다. 독자인 아이들은 자신의 얘기를 대신 해주는 듯해서 시원함을 느낄까. 주인공 산이를 어디서 많이 본 듯하다 했더니, 작가가 ‘열두 띠 동물 까꿍 놀이’를 그린 바로 그 작가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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