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커머스 ‘반값 책’ 시장 혼란? 정상 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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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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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몬스터 50%할인 논란

과다한 책값 할인 경쟁으로 가뜩이나 혼란스러운 출판시장에 ‘반값 할인’을 전면에 내세운 소셜커머스까지 가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소셜커머스 업체인 티켓몬스터는 매주 금∼일요일 사흘간 특정 출판사의 일부 도서를 최대 50% 할인 판매하는 ‘위대한 편집장의 추천 릴레이’ 코너를 최근 마련했다. 공동구매를 통해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제품을 구매하는 소셜커머스가 출판시장으로 영역을 넓힌 것.

5월 13∼15일 진행된 첫 번째 행사 때 김영사가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등 5종을 각각 50% 할인한 가격에 내놓았다. 5월 27∼29일 세 번째 행사에선 은행나무가 알랭 드 보통의 ‘우리는 사랑일까’와 ‘너를 사랑한다는 건’을 묶은 세트, 소설가 정유정 씨의 ‘내 심장을 쏴라’와 ‘7년의 밤’을 묶은 세트를 각각 50% 가격으로 판매했다.

현행 도서정가제에 따르면 출간한 지 18개월 이내의 신간(실용도서와 초등생 학습참고서는 제외)은 10%를 초과해 할인할 수 없다. 그 외의 구간은 할인율 제한이 없지만 통상 온라인서점 등에서는 30% 할인해 판매한다. 올 초 한국출판인회의와 교보문고, 예스24 등 8개 온·오프라인 주요 서점은 ‘구간 할인율 30% 제한’을 추진했으나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지로 무산됐다.

출판사의 출혈 경쟁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할인율을 50%까지 높인 소셜커머스까지 더해지자 논란이 커지고 있는 것.

우선 티켓몬스터를 통해 판매된 책 가운데 신간에 해당하는 ‘너를 사랑한다는 건’과 ‘7년의 밤’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도서정가제를 교묘히 피해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티켓몬스터 측은 “구간 할인율은 80% 이상으로 높였고 신간 할인율은 10%를 지켰기 때문에 도서정가제를 위반한 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표면상 할인율을 다르게 책정했을 뿐 사실상 소비자는 신간, 구간을 각각 반값에 사는 셈이다.

은행나무 출판사 측은 “소셜커머스를 통한 단발성 할인 판매가 꼭 나쁘다고 볼 수만은 없다”고 밝혔다. 구간은 대폭 할인해 판매함으로써 재고를 없앨 수 있고, 신간은 방문자가 많은 소셜커머스를 통해 홍보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 또 “신·구간 두 권을 묶어 대폭 할인 판매하는 건 기존 온라인 서점이나 홈쇼핑 등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며 “소셜커머스보다 온라인 서점의 상시 할인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할인이 주요 마케팅 수단이 됨으로써 부작용이 적잖이 발생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독자들이 정가로 책을 사면 손해를 본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보고 싶은 신간이 있어도 할인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사는 독자가 꽤 많다”며 “이 같은 현상은 출판문화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우려했다. 중소규모 출판사의 경우, 신간 판매가 줄면 출판사 수익도 줄고 양질의 신간을 만들어내는 동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책값을 교묘히 조절하는 현상도 또 다른 문제점이다.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상당수 출판사가 할인을 염두에 둬 정가를 높게 책정하거나 책의 분량을 줄여 제작비를 절감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며 “최근 일부 인문철학서 등에서 ‘주석’이나 ‘찾아보기’ 등이 없어진 건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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