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c]엄마 품같이 포근한 의자

  • Array
  • 입력 2011년 4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노르웨이 에코르네스의 ‘스트레스리스 체어’

에코르네스 직원 휴게실. 에코르네스 제공
에코르네스 직원 휴게실. 에코르네스 제공
모델이 예쁜 것도 아니다. 젊지도 않다. 30대는 돼 보이는 맨발의 남녀가 소파에 푹 파묻혀 미소를 날리는 브로셔 사진은 그다지 흥미롭지 않았다. 그러나 보면 볼수록 묘하게 편안한 느낌. 급기야 정말 그렇게 편한지 확인해보고 싶은 승부욕이 발동했다.

리클라이너(recliner·뒤로 젖혀지는 소파)의 대명사, ‘스트레스리스’를 만드는 노르웨이의 에코르네스를 취재하러 가는 심경은 이랬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1인용 리클라이너 하나에 비싼 것은 500만 원이 넘는다니, 이명박 대통령도 취임 직후 청와대 집무실에 ‘사바나’라는 모델을 들여놨다니 ‘그래, 얼마나 편한가 보자’는 쪽에 가까웠다. 꿍한 마음은 오슬로 공항, 다시 노르웨이 국내선을 타고 약 1시간을 날아 항구도시 올레순에 도착할 때까지도 풀리지 않았다. 여기서 다시 작은 보트로 50분쯤 피오르(빙하가 만든 좁고 깊은 만)를 거슬러 오르니 수많은 컨테이너가 앞마당에 쌓인 넓은 공장이 한눈에 들어왔다. 쉬퀼벤 에코르네스 본사다.

최고경영자(CEO)의 브리핑 후에도 ‘내 돈 주고 사기는 아깝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두 시간 넘게 공장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근로자들과 어울려 직원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면서 이런 생각은 시나브로 사라졌다. 다시 올레순으로 돌아가 스트레스리스 쇼룸을 방문할 때쯤엔 ‘갖고 싶다’로 바뀌었다. 스트레스리스의 경쟁력을 두 가지로 요약해봤다.

● 커뮤니티의 힘

오스트리아 빈의 명소 슈테판 성당을 배경으로 한 안락의자의 대명사 스트레스리스. 노르웨이 생산만을 고집하는 에코르네스는 지난해 세계 50여개국에 연간 600만 개 이상의 리클라이너를 단일 브랜드로 판매해 5737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에코르네스 제공
오스트리아 빈의 명소 슈테판 성당을 배경으로 한 안락의자의 대명사 스트레스리스. 노르웨이 생산만을 고집하는 에코르네스는 지난해 세계 50여개국에 연간 600만 개 이상의 리클라이너를 단일 브랜드로 판매해 5737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에코르네스 제공
쉬퀼벤은 주민 7000명이 조금 넘는 작은 어촌이다. 이 중 1700여 명이 에코르네스에서 일한다. 정년은 67세이지만 원하면 얼마든지 더 일할 수 있다. 젊은이도 많다. 여기서 2~3년 일해 모은 돈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이도 적지 않다. 부부는 물론 3대(代)가 나란히 일하는 가족도 있다.

공장에서 만난 근로자들은 그들이 만드는 스트레스리스만큼이나 편안해 보였다. 이들은 하루 7시간 반, 주5일 근무하고 평균 5만 유로(약 8000만 원)를 받는다. 여름 한 달, 크리스마스 1주일은 정기휴가다. ‘직원들이 행복해야 편안한 의자를 만들 수 있다’는 회사의 신념이 낳은 결과다.

에코르네스는 지역사회에도 많은 공헌을 한다. 공장에서 나오는 열을 이용해 야외 수영장을 만드는가 하면 협곡 양쪽을 연결하는 다리를 지어주기도 했다. 공항, 병원 등에도 고가의 스트레스리스 리클라이너를 기증한다. 이 회사의 마케팅 디렉터인 루나르 헤우겐 씨는 “에코르네스와 쉬퀼벤 주민들은 삶의 한 부분으로 함께 살아간다”고 말했다.

● 수평문화가 낳은 창의성

에코르네스 창업주인 옌스 에코르네스는 1934년 3명의 직원과 함께 쉬퀼벤에서 침대와 매트리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소파를 만든 것은 1963년. 이후 에코르네스는 자동차 시트가 뒤로 젖혀지는 점에 착안해 1971년부터 스트레스리스라는 브랜드로 리클라이너를 생산했다.

창업 때부터 에코르네스에는 상의하달(上意下達)은 없었다. 근로자들은 휴식 시간에는 칸틴(Kantin)이라 부르는 직원 휴게실에 모인다. 여기에는 그들이 만든 스트레스리스 리클라이너가 비치돼 있다. 편안하게 몸을 누인 근로자들은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자연스럽게 갖가지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이런 아이디어가 스트레스리스의 40년 진화를 가져온 원동력이다.

대표적인 것이 숨겨진 바닥 레일을 통해 자연스럽게 360도 회전할 수 있는 몸체, 어떤 자세와 동작에서도 허리를 감싸주는 럼버 서포트(Lumber Support), 누운 자세에서도 적절히 목을 받쳐 자유롭게 TV를 보거나 독서할 수 있도록 해주는 뉴플러스 시스템 등이다.

스트레스리스는 전국 주요 백화점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에이스 애비뉴 등 에이스침대 일부 매장에서 만날 수 있다.

올레순(노르웨이)=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