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키니스 “장인정신과 예술은 밀접한 관계 예술가에게 간섭없이 지원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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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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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H박스’展 여는 츠키니스 에르메스재단이사장

서울 종로구 소격동 아트선재센터 3층에 들어서면 열 명이 앉을 수 있는 이동식 영상상영관이 자리 잡고 있다. 프랑스의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가 2006년부터 매년 작가 4명을 선정해 싱글 채널 비디오 제작을 지원하고 이들의 작품을 보여주기 위해 만든 ‘H박스’란 공간이다. 프랑스 건축가 디디에 피우자 포스티노가 설계한 은빛 우주선 같은 상영관에선 5월 1일까지 한국의 남화연, 중국의 왕젠웨이, 인도의 니킬 초프라 씨 등이 2009, 2010년 만든 8편의 비디오아트 작품을 상영하고 있다.

퐁피두센터와 테이트모던갤러리 등을 거쳐 한국을 찾은 H박스와 함께 에르메스재단의 카트린 츠키니스 이사장(50·사진)이 서울에 왔다. 그는 무용가 출신으로 2008년 설립된 재단의 초대 이사장을 맡아 연간 400만 유로에 이르는 메세나 사업을 지휘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장인정신과 예술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에르메스는 장인정신에 기반한 제품을 만드는 만큼 예술가와 가까운 관계를 맺어왔고 재단 설립 이전부터 젊은 예술가를 후원하는 사업을 펼쳐 왔다. 이는 마케팅 전략이 아니다. 기업이 사회에서 이윤을 창출했으니 이를 되돌려주는 것이 당연하다.”

선한 웃음이 인상적인 그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예술가들이 자유롭게 역량을 펼칠 수 있게 간섭 없이 지원만 한다”며 “까르티에재단이나 프라다재단의 경우 오너가 미술 컬렉션에 심취해 전시를 하면서 작품도 소장하는 데 비해 우리는 순수하게 작가 지원만 한다”고 차이점을 밝혔다. 이 회사는 서울 도쿄 브뤼셀 등 전 세계 6곳에 전시공간을 마련해 현대미술을 후원하고 있다. 서울에 있는 아틀리에 에르메스의 경우 국내 젊은 작가들의 창작 지원을 위한 에르메스재단 미술상 전시를 개최해 주목받고 있다.

“6개의 전시공간은 각기 특성을 살린 전시를 하고 있는데 서울은 모범 사례로 꼽힌다. 재단에선 올해부터 조형예술과 공연예술이 만나는 뉴 세팅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다양한 장르의 개방적 융합과 역동성이 요즘 트렌드인 만큼 미술과 공연예술의 만남을 격려하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이다.”

최근 이 재단은 부산 소년의 집 ‘로봇 클럽’과 강원 삼척시 도계고교의 뮤지컬 극단을 지원하는 등 교육 분야 후원사업도 펼치고 있다. 그는 “메세나의 정신은 사회적 연대감에서 비롯된 실천”이라며 “앞으로도 인간의 가치를 존중하는 에르메스 정신을 반영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광범위하게 펼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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