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스님 가신 지 1년, ‘님의 향기’와 함께 시끌시끌 잡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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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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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저서 7만권 공공시설 기증
길상사선 주지사퇴 내홍속으로

28일은 무소유의 삶으로 우리 사회에 짙은 향기를 남긴 법정 스님 1주기. 생전 스님의
맑은 웃음과 주지 사퇴 등으로 삐꺽거리는 길상사는 어울리지 않는다. 동아일보 DB
28일은 무소유의 삶으로 우리 사회에 짙은 향기를 남긴 법정 스님 1주기. 생전 스님의 맑은 웃음과 주지 사퇴 등으로 삐꺽거리는 길상사는 어울리지 않는다. 동아일보 DB
28일 법정 스님의 1주기를 앞둔 가운데 시민모임 ‘맑고 향기롭게’가 스님의 저서 7만여 권을 공공시설에 기증한다고 23일 밝혔다. 한편 스님의 ‘무소유’ 정신이 짙게 배어 있는 길상사는 최근 주지 덕현 스님이 사퇴하는 등 분란에 싸여 법정 스님의 뜻을 되새겨온 이들에게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 법정 스님 책 도서관 등에 기증

‘맑고 향기롭게’는 이날 지난해 말로 판매가 끝난 뒤 출판사로 반품된 스님의 책 중 5510질, 7만370여 권을 구입해 공공도서관과 군부대, 교도소에 기증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의 김자경 사무국장은 “3월 31일로 인세 환불 등 모든 절차를 마무리하기로 출판사들과 최종 합의했다. 아직 반품되지 않은 채 시중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약 40만 권의 책은 출판사 측에서 입증 자료를 제출하면 인세를 환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증을 받으려면 3월 2일까지 이 단체의 홈페이지(www.clean94.or.kr)에서 양식을 내려받아 신청하면 된다.

○ 충격 속의 길상사, 어디로?

길상사는 최근 덕현 스님의 돌연한 주지 사퇴로 충격에 빠졌다. 홈페이지에는 “덕현 스님의 사퇴와 관련된 분들은 책임 있는 행동을 해주기를 바란다” “2009년에도 길상사 홈페이지는 전임 주지 스님과 신임 주지의 신도님들에 의해 한바탕 홍역을 앓았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며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앞서 덕현 스님은 20일 사찰 홈페이지에 남긴 ‘그림자를 지우며’라는 글에서 “스승의 유언과도 같은 마지막 분부를 거역할 수 없어 그동안 여기 있었고, 지금은 설령 법정 스님 당신(當身)이라 해도 여기를 떠나는 것이 수행자다운 일일 것 같아 산문을 나선다”고 밝혔다. 사퇴 전 법문에서는 ‘회의 할 때마다 봉변당하는 기분’이라며 이사장으로 있던 ‘맑고 향기롭게’ 이사들의 질의서와 지방 대의원들의 사직 요구 등을 불편한 사례로 언급하기도 했다. 길상사는 23일 덕현 스님의 법문과 글을 삭제하고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내부 논의를 거쳐 삭제했다며 비방을 삼가 달라고 밝혔다.

길상사의 한 관계자는 “모두 힘을 모아 큰 스님의 1주기 법회가 원만하게 치러지도록 노력하고 스님의 유지를 온전하게 전하는 것에만 전력해야 할 때 이런 일이 생겨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맑고 향기롭게’ 측도 “수행 위주로 살아온 주지 스님을 돕기 위해 때로 직언이나 고언이 있었는데 이를 다르게 받아들인 것 같다”고 말했다.

덕현 스님의 사퇴 이유로 법정 스님의 맏상좌로 전 주지였던 덕조 스님과의 갈등설도 나오고 있다. 법정 스님은 상좌들에게 남긴 유언을 통해 ‘덕조는 맏상좌로 다른 생각하지 말고 결제 중에는 제방선원에서, 해제 중에는 불일암에서 10년간 오로지 수행에만 매진한 후 사제들로부터 존중을 받으면서 사제들을 잘 이끌어주기 바란다’고 했다.

덕조 스님은 23일 통화를 통해 최근 상황과 관련해 “지금은 오직 1주기 행사에만 신경 써야 할 때”라면서도 자신에게 쏠린 주변의 시선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왜 이런 말들이 오가는지 모르겠습니다. (길상사) 주지를 하라고 해도 하지 않을 것이고, 관심도 없습니다. 주지 하려고 출가한 것 아닙니다. 10년이 지나면 ‘중노릇’ 안 하겠습니까?”

덕조 스님은 이어 “앞으로 길상사가 어떻게 될지, 누가 후임을 맡을지 이런 것은 지금 상황에서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법정) 스님이 말씀한 10년이 지나도 계속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덕현 스님과는 여러 차례 휴대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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