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한 두터운 공격에 이창호 수비급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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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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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한 9단은 적어도 국수전에선 이창호 9단에게 강하다. 국수전에서 이 9단과 최 9단의 도전기 대결은 이번 54기가 네 번째. 25일 3국을 두기 전 최 9단이 9승 6패로 앞서 있다. 단순히 수치만 앞선 것이 아니다. 국수전에서 최 9단이 이 9단을 이길 때는 이 9단을 옴짝달싹 못하게 꽁꽁 묶는 힘을 보여준다.》

■ 국수전 제3국 이겨 2승 1패

웃고 있는 최철한 9단(오른쪽)과 여전히 상기된 이창호 9단의 표정이 승부의 명암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최 9단은 이날 승리로 2승 1패로 앞서 한 판만 더 이기면 국수위에 복귀한다. 사진 제공 한국기원
웃고 있는 최철한 9단(오른쪽)과 여전히 상기된 이창호 9단의 표정이 승부의 명암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최 9단은 이날 승리로 2승 1패로 앞서 한 판만 더 이기면 국수위에 복귀한다. 사진 제공 한국기원
이 9단의 입장에선 딱히 잘못 둔 것 같지 않은데 계속 밀리다가 패한다.

25일 열린 3국도 그랬다. 초반은 무난하게 흘러갔다. 실전 백 68(기보 백 1)이 실족이었다. 먼저 4의 곳을 밀어 흑 ‘가’까지 교환해놓고 둬야 했다. 이 수순을 놓치고 흑 8까지 돼선 흑이 한발 앞서가기 시작했다. 하변 흑 집이 제법 통통하게 불어난 것.

이 우세는 큰 차이가 아닌데 이 9단은 이후 따라잡지 못했다. 이 9단이 끊임없이 반전을 시도했으나 최 9단은 틈을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이 9단이 틈을 찾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이 9단이 그로기에 몰릴 장면이 여기저기서 연출됐다. 이 9단이 온갖 지략을 동원해 빠져나오긴 했지만 반격보다 수비에 급급했던 것이다.

막판 궁지에 몰린 이 9단은 상변 백대마가 패에 걸리는 수를 방치하고 큰 끝내기를 두며 버텼다. 최 9단이 칼을 뽑아 패를 감행하자 팻감이 부족한 백은 여기저기 패를 만들며 저항했으나 결국 거대한 중앙 백 대마가 잡히며 돌을 던졌다. 최 9단이 이 9단을 이길 때의 패턴이 고스란히 또 재현된 것. 이 9단은 평소 깔끔하게 돌을 던지는 스타일이지만 이날 바둑은 수상전을 거의 끝까지 진행하며 아쉬움을 진하게 드러냈다. 최 9단이 211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둬 2승 1패로 앞서게 됐다.

이에 대해 최 9단의 ‘공격형 두터움’이 이 9단의 ‘수비형 두터움’을 이기는 형국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 9단이 어떤 경로로든 우세를 한번 잡으면 두터움을 유지한 채 선제공격을 통해 이 9단의 저항을 원천봉쇄한다는 것이다. 막강한 공격력을 갖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엷은 이세돌 9단이 이창호 9단에게 성적이 나쁘다. 이 9단의 두터움이 빛을 발할 때 공격력만으로 버티기 쉽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최 9단의 공격형 두터움이 이 9단을 이기는 최상의 전략이라는 얘기다.

김승준 9단은 “이 9단이 전성기였던 2003, 2004년에도 최 9단은 지금과 같은 전략으로 이 9단을 꺾어 충격을 줬다”며 “이 9단이 초반부터 유리하지 않다면 최 9단에게 역전을 하기는 기풍상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 9단은 최 9단이 유도하는 흐름을 깨뜨리는 방법을 찾아내지 못하면 3번기, 5번기 승부처럼 장기전에선 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4국은 다음 달 14일 서울 한국기원에서 열린다. 최 9단이 국수에 복귀한다면 2004년 이후 다시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다. 이 9단으로선 국수위가 마지막으로 남은 타이틀이기 때문에 전력을 다할 수밖에 없다. 이 9단이 새로운 전략을 들고 나올지 관심거리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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