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4회 국수전…한 번의 기회

  • 동아일보

○ 허영호 8단 ● 홍기표 4단
본선 8강 4국 총보(1∼170) 덤 6집반 각 3시간

현재 허영호 8단의 랭킹은 4위. 만 1년 전 11위였던 것에 비하면 괄목상대할 도약이다. 허 8단은 지난해 삼성화재배 준우승, 춘란배 4강 진출로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지난해 이 바둑을 둘 당시의 허 8단은 한창 칼에 날을 세우고 있었을 때. 홍기표 4단이 지난 기 국수전 준우승자라곤 하지만 노도와 같은 허 8단의 기세를 당해내긴 어려웠다.

마지막 장면을 보자. 참고도 백 1이 마지막 수(실전 170). 여기서 더 두려면 흑 2로 두는 것이 최선이지만 백 7까지 패를 면할 수 없다. 흑은 이 패를 무상으로 이겨야만 대등한 승부를 겨룰 수 있으니 이 대목에서 흑이 돌을 던진 것은 당연하다. 바둑은 허 8단의 완승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완패라고 해도 한 번의 기회는 찾아온다. 200수 가까이 두면서 반전의 드라마를 한 번도 쓰지 못한다면 실력 차가 너무 큰 탓이다. 홍 4단에게도 기회가 있었다. 우변 백 대마의 생사를 놓고 패가 났을 때였다.

이때 흑 115의 팻감이 마지막 기회를 차버린 수였다. 119의 곳에 둬 백의 팻감부터 없앴으면 승부는 아직 몰랐다. 이로써 4강 진출자가 확정됐다. 이세돌-최철한 9단, 김지석-허영호 8단의 대결이다. 누구 하나 무시할 수 없는 막강 대진이다.

114·120…108, 117…111, 122…42. 소비시간 백 2시간 51분, 흑 2시간 59분. 170수 끝 백 불계승.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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