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매일 드라마 보는 남자’가 뽑은 최고의 배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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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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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 드라마 평론서 펴내
“2008년 ‘태양의 여자’에서 김지수 연기 뛰어나”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드라마 ‘내조의 여왕’에서 천지애가 ‘토사구팽’을 ‘토사구땡’이라고 말하는 걸 보고 배꼽잡고 깔깔댔어요. 그러다 먹고 살기 위해 친구 앞에서 무릎을 꿇는 장면에서는 눈물 콧물 다 쏟았죠. 그런 와중에도 어느새 손은 메모 노트로 향했지만요.”

충남대 국문과 윤석진 교수(46·사진)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드라마 평론가다. 박사과정 재학 시절 드라마 ‘모래시계’를 주제로 논문을 발표하면서 드라마 평론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다 큰 남자’가 드라마를 앞에 놓고는 이렇게 완전히 감정을 무장 해제시키는 탓에 그는 혼자 TV 앞에 앉는다. 학생들에게 “비평 대상에 대해 애정을 가져야 좋은 비평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는 그는 어려서부터 남달리 드라마를 좋아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TV 있는 집이 많지 않던 시절, ‘청실홍실’(1975)을 보려고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는 ‘테레비 가게’에 어린 동생을 끌고 갔다가 정신이 팔려 동생이 가벼운 교통사고를 당하기도 했어요. 길거리 전파상 앞에 서서 똑순이가 나오는 ‘달동네’(1980)를 배고픈 줄도 모르고 보기도 했고요.”

방송 3사 드라마를 모두 섭렵하기 위해 본방 사수, 실시간 녹화, IPTV를 모두 활용하는 그에게 주변에서 붙여준 별명은 ‘테돌이’. 윤 교수는 최근 사랑과 연애, 결혼을 주제로 TV 드라마를 분석한 평론집 ‘TV드라마, 인생을 이야기하다’(충남대 출판부)를 펴냈다. 책에 나오는 드라마 18편에서 가장 인상 깊은 연기를 펼친 연기자로 그는 ‘태양의 여자’(2008)에 출연한 김지수를 꼽았다. 감정을 폭발시키지 않고도 절절함을 표현해내는 내면 연기가 돋보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SBS와 KBS 연기대상 시상식장에서 고현정과 문근영은 시청률로만 평가 받는 한국 드라마 현실에 대해 쓴소리를 남겼다. 윤 교수 역시 시청자 반응에만 집착하는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우리는 관객이 직접 무대에 오르는 마당극을 가진 민족이죠. 시청자들이 창작의 또 다른 주체로 등장하는 것을 꼭 비판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드라마와 ‘연애’하느라 아직 미혼이다. 드라마 전문가라는 사실이 이성과의 만남에서 득으로도 독으로도 작용했다.

“어색한 자리에서 드라마를 화제로 삼다보면 호감도가 오를 때가 있어요. 하지만 ‘난 이 결혼 반댈세’ 류의 드라마 단골 대사들의 저주 때문인지 인연으로 발전하지는 못했죠. 보고 싶지 않은 드라마를 대신 봐주며 내조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요.”

그는 지난해 9월부터 트위터(@kdramahub)로도 드라마 평론을 하고 있다. 시청자와의 실시간 소통을 통해 ‘진행형 극예술’인 드라마를 좀 더 효과적으로 비평하고 싶어서였다.

“예술이란 우아해야 한다는 편견 때문에 TV드라마의 가치가 영화나 공연에 비해 폄하돼 왔던 것 같습니다. 가장 솔직하고 발 빠르게 사회상을 담는 드라마가 토론의 대상으로 확실히 인식됐으면 좋겠습니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 [O2 기사 풀버전]① 윤석진 교수 “눈물 콧물 흘리다가도 자연스레 메모를…”


▶ ②윤석진 교수 “아침드라마에 빠지는 중년 남성 심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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