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4회 국수전…다음 한 수

  • 동아일보

○ 허영호 8단 ● 홍기표 4단
본선 8강 4국 3보(48∼70) 덤 6집 반 각 3시간

흑 ○는 강해 보이지만 속으론 불안에 떨고 있는 수다. 다른 곳에 두면 완전히 망하니까 어쩔 수 없이 뒀기 때문이다. 백에게 어떤 반격을 당할지 모른다. 흑 ○로 젖힌 이상 흑 51까진 필연.

백은 여기서 여러 가지 길이 있는데 가장 단순하게 백 52로 밀고 나오는 수를 택했다. 괜히 복잡하게 만들지 않아도 우세하다는 뜻이다. 백 62까지 백은 좌변과 연결 성공. 자칫 거대하게 변할 수 있었던 상변 흑 진을 납작하게 눌렀다.

흑은 어떨까. 정상적이라면 중앙 흑이 튼튼한 세력이어야 하는데 지금은 곤마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흑 63을 두지 않을 수 없다. 선수를 잡았어야 불리해도 국면을 능동적으로 이끌 수 있는데 후수를 잡았으니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

우하 귀 백 64도 맥점. 기억해 두면 유용하다. 기분 같아선 참고도 흑 1로 한 점 잡고 싶은데 백 8까지 거뜬히 산다. 백 66 때 흑이 단수하면 패가 나지만 지금은 팻감이 없다. 백 70까지 살려줄 수밖에 없다. 이래선 확실히 백이 앞섰다.

판을 보면 백은 우변만 빼놓고 모두 튼튼하다. 그렇다면 흑이 노려야 할 것은 우변 백의 약점. 물론 우변 백도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것이지 쉽게 공격당할 돌은 아니다. 어쨌든 흑이 어디서부터 풀어 나가는지가 중반 바둑의 향방을 좌우한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온라인기보, 대국실, 생중계는 동아바둑(badu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