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초 책 읽고 ‘왕오천축국전’ 보면 감동 두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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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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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중앙박물관 ‘실크로드와 둔황’전 이해 돕는 책들


역사 교육을 받은 한국인이라면 ‘혜초’라는 이름에서 곧바로 ‘왕오천축국전’을 떠올린다. 그러나 혜초가 어떤 인물인지, 왕오천축국전에 어떤 내용이 실렸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 점에서 왕오천축국전이 세계 최초로 전시되는 세계 문명전 ‘실크로드와 둔황-혜초와 함께하는 서역기행’은 혜초와 왕오천축국전의 진면목을 알 수 있는 기회다. 더 큰 감동과 배움을 얻고 싶다면 관련 책을 미리 읽고 가는 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왕오천축국전을 한글로 옮기고 주석을 붙인 책으로는 지안 스님이 번역한 ‘왕오천축국전’(불광)과 정수일 한국문명교류연구소장이 쓴 ‘혜초의 왕오천축국전’(학고재)을 꼽을 수 있다. 지안 스님의 책을 보면 왕오천축국전은 혜초가 인도 동북 해안 폐사리(바이살리)에서 만난 자이나교 교도들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맨발에 알몸으로 옷도 입지 않고 다니는 외도(外道·불교 이외의 종교를 받드는 이)인 나체수행자들이 보인다. 이들은 음식을 먹을 때도 아무 때나 먹으며 재계(齋戒)를 하지 않는다.’

지안 스님은 “다른 어떤 기행서보다도 혜초의 글은 순례길에서 몸으로 직접 체험한 현장감이 살아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평가했다.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가는 데 걸리는 시간과 방향, 왕의 이름, 언어와 기후, 풍습, 왕이 소유한 코끼리 수, 종교적 성향 등 직접 보고 겪은 것을 세세한 부분까지 기록해 생동감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정 소장의 책은 ‘대당서역기’ ‘불국기’ 같은 책과 왕오천축국전을 비교하고 문명교류, 이슬람, 중앙아시아의 역사 등에 대한 지식을 동원해 주석을 풍부하게 달았다는 게 특징이다. 책의 앞부분에는 혜초의 여정을 표시한 지도와 혜초 복원도, 둔황석굴 등 관련 자료들을 실었다. 이어 혜초의 생애와 여행기의 발견과정, 혜초의 서역기행 노정과 그 기행이 갖는 문명사적 의미 등에 대한 해설과 왕오천축국전 원문을 곁들였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실크로드와 둔황-혜초와 함께하는 서역기행’에 전시 중인 ‘왕오천축국전’. 세계 최초의 첫 공개 전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실크로드와 둔황-혜초와 함께하는 서역기행’에 전시 중인 ‘왕오천축국전’. 세계 최초의 첫 공개 전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혜초따라 5만리’(여시아문)는 저자가 15년 동안 혜초의 여정을 일곱 차례 답사한 뒤 쓴 책이다. 저자는 혜초가 입적한 것으로 알려진 ‘건원보리사’가 있던 중국 오대산을 두 차례 다녀온 뒤 “건원보리사는 오대산 남대봉 아래 있는 금각사라는 절의 다른 이름이거나 금각사의 말사로 보인다”는 의견을 책에서 제시했다. 이 책은 혜초의 여정뿐만 아니라 파미르 고원을 넘나드는 실크로드 육로의 여러 갈래 길을 세세히 기록했다.

두레아이들 출판사는 이번 전시에 맞춰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혜초의 대여행기 왕오천축국전’을 펴냈다. 성인용 책이 아니지만 한문 원전을 그대로 실은 게 특징이다. 그런 뒤 눈높이에 맞게 쉬운 용어로 풀어 썼고 흥미를 돋우기 위해 사진과 자료를 많이 실었다. 위인전 형식의 ‘동굴 속의 코끼리 나라 혜초’(역사디딤돌)도 어린이들이 읽기에 적당하다. 이 책은 혜초가 태어난 연도에 대해 “출생연도가 700년경이라는 설과 704년경이란 설이 있는데 혜초가 719년 무렵인 열여섯 살 때 당나라에 들어갔다고 한 것으로 보아 혜초의 출생연도는 704년일 가능성이 크다”고 해석했다.

혜초를 소재로 한 소설도 있다. 작가 김탁환 씨는 세 차례의 해외답사와 한 차례의 국내답사를 바탕으로 소설 ‘혜초’(민음사)를 썼다. 혜초가 봤을 고대 실크로드의 풍경을 작가적 상상력으로 생생하게 재현했고, 다양한 종교가 존재했던 당시 서역의 모습과 함께 혜초의 종교적 고뇌를 그려냈다는 평을 받았다. 김 씨는 후기에서 “혜초 스님은 걸음걸음 목숨을 거셨다. 그처럼 거룩하게 쓰고 싶다”라고 썼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전시안내::

▽기간=2011년 4월 3일까지(매주 월요일 휴관)
▽장소=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관람료=성인 1만 원, 중고교생 9000원, 초등생 8000원, 유아 5000원
▽문의=1666-4252, www.silkroad2010.com
▽주최=국립중앙박물관 동아일보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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